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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성 신앙

영부, 精山 2008. 2. 4. 08:35

“그래서 5색이라는 용어가 나온 건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색이라는 것을 보면 항상 가만히 있질 않거든. 하늘의 색을 보아도 푸른색으로 있다가, 갑자기 먹구름이 끼는가 하면, 저녁놀이 질 때에는 붉은색이나 황혼으로 보이기도 하지. 그러나 그 기초는 다섯 개라고 할 수 있으니, 그것은 4방과 중앙이 있는 것이 만물이기 때문이야. 중앙을 가리켜 누런색이라고 하는 것은 중앙은 본래 눌러 앉아서 사방으로 펼치는 곳이므로 그런 명칭이 붙은 걸세. 여하튼 동방은 태양이 솟는 곳인데, 그건 곧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만물의 모습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셈이니까 푸른색이라고 한 걸세. 그런데 그게 어둠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전엔 검은색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니 그걸 가리켜 丑이라고 하는 걸세. 물론 그 전의 子와 亥는 북방이나 겨울의 어둠에 속해 있으니 검은색이라고 하는 건 당연하지. 하지만 子는 태양이 솟는 동방으로 향하고 있으니 亥에 비해서는 밝은 면이 다분할 것이요, 亥는 戌이라는 냉기가 더욱 충만해진 상태이므로 아주 어두운 색이라고 해야겠지. 子는 숫자로 1이요, 亥는 6이라고 하는 건 이런 이치 때문일세. 천간으로 말하면 1壬, 6癸라고 하는 걸세. 어둠은 비록 만물의 형상을 밝게 드러내지는 못해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새로운 기운을 비축할 수 있지. 그래서 어두운 밤중이나 한 겨울은 만물도 역시 그 기운을 새롭게 벼리는 일을 한다네. 그래서 항상 무엇이건 새로 시작할 때에는 북방을 시발점으로하는 걸세. 우주도 마찬가지여서 북극성과 북두칠성에서 모든 것이 나온다고 할 수 있지. 그걸 우리조상들은 칠성신앙으로 만들어 놓은 걸세. 인체에서 말한다면 북방은 얼굴이거든. 얼굴에 있는 일곱 개의 구멍은 칠성과 상통하기에 얼굴을 가리켜 ‘칠성판’이라고 하는 걸세. 검은색은 이처럼 은밀한 속에서 나왔기 때문에 언행도 자연스럽게 긴장과 조심성으로 일관하기 십상이지. 사람이 어딘가 모르게 검은 기운을 발산한다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조심성이 많고, 긴장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하늘에서도 태양이 사라지면 어쩔 수 없이 어두워지게 마련인데, 이런 상태를 가리켜 壬癸라고 하는 걸세. 만약 태세가 임이나 계에 해당하는 해라면 기본적으로 세상에는 긴장감이 조성되고 그 반동으로 새로운 기운들이 미동하게 마련일세. 거기에도 음양이 있으니, 壬年은 보다 약동하는 쪽으로 검은 기운이 움직일 것이요, 癸年은 부드럽게 정적인 상태로 흐를 것이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게 마련일세. 동방에서 솟은 태양은 만물의 형상을 밝게 드러내므로 모든 게 시원하게 풀렸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 푸른색은 시원함의 대명사이며, 동시에 부드러움으로 통하는 걸세. 봄은 푸른 신호등과 같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지. 그걸 나타내는 숫자가 3과 8일세. 숫자에 대해서는 다시 귀가 닳도록 들어야 할 걸세. 이처럼 푸른 기운이 강한 사람의 성격은 시원시원하고 다정다감하게 변하는 게 기본일세. 어둠이나 겨울 쪽에서 아직 다 벗어나지 못한 푸른 기운이라면 시원스러우면서도 남을 경계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이 강할 것이요, 반대로 한 낮이나 남방에 가까운 木이라면 약간 경망스럽고 끈기가 없는 경향이 보일 수밖에 없지.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인정이 많고 부드러우며 진취적인 기상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지. 이런 걸 자꾸 파고들면 사주학도 나오고, 관상학도 나오며, 문학, 예술, 경제, 과학, 정치 등 어느 분야에도 일가견을 이루게 된다고 나는 믿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운곡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정도는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흡사 럭비공 같아서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자유분방하였다. 그러면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무엇이 있는 것도 분명하였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으면 막힘이 없이 모든 사물의 이치가 풀릴 것 같습니다. 격물치지라고 한 옛 어른들의 말씀이 이런 걸 가리키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왜 우리 조상들은 그토록 심오한 깨달음을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서구보다 발달이 안 되었나요?”

 

“그건 간단히 설명할 수 없네. 적어도 천지인 세 부분으로 나누어 원인을 분석해야 하거든. 천문과 지리, 인사라는 세 가지 면을 동시에 보아야 한단 말일세. 그냥 인간적인 면만 보고서 동양의 학문이나 기술이 서양에 비해 낙후되어서 그렇다거나, 동양은 농사를 주로 짓는 붙박이 생활을 하고, 서양은 이동을 많이 하는 유목생활을 하여서 듣고 본 게 많아서 그렇다는 등의 분석을 하는 것은 한 쪽으로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는 걸 알아야 할 걸세. 우주는 크게 무형과 유형, 유무형의 조화라는 삼대 축이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되네. 세상이라는 것은 천지의 운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런 걸 제대로 알려면 먼저 천지의 가르침과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법일세. 그런 걸 전달해 주는 도구가 바로 천간, 지지, 팔괘, 수리 등으로 이루어진 천문 40자라고 하는 걸세.”

 

산에서 바라 본 천부동 중앙건물은 아름다웠다.

마치 한 마리의 학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날렵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불어 와 초겨울의 날씨와 더불어 정도의 몸을 써늘하게 휘감았다.

정도는 운곡선생으로부터 간지의 심오함과 신비함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부터 나왔는데, 그것을 가리켜 하늘이라고 우리 조상들은 불렀던 것이다.

제아무리 삼라만상으로 만물이 벌어졌다고 하여도 근본은 하나였던 것이다.

그 하나를 제대로 알 수 있다면 그걸 발판으로 하여 얼마든지 다른 것을 임의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도는 운곡선생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물고기를 잡아다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일러주는 것이 낫다고.

하늘의 일월성신을 통해서 드러나는 만물의 실체는 천문 40자라는 도구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빠른 첩경이라는 사실을 정도는 깊이 알 수 있었다.

그는 서울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천부동을 택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