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은 없나요?”
“여기서는 본인이 원하면 티브이나 라디오, 컴퓨터 등이 나옵니다. 그러나 원하지 않으면 굳이 설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티브이가 없어도 충분합니다. 뉴스 같은 건 인터넷을 열면 얼마든지 볼 수 있거든요. 나는 혼자서 명상하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제일 좋은데, 사실 티브이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거든요. 혹 티브이가 필요하면 옆방이나 휴게실에 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도 하겠군요. 그런데 요즘 운곡선생님이 미륵불의 탄강에 관한 강좌를 들으면서 느끼는 건데, 요점은 각 종교에서 오리라고 한 미륵불이나 재림주, 정도령 등이 강증산이라는 얘기로 요약할 수 있다는 거 아닌가요? 불교에서 말한 56억 7천만년의 상징과 진표율사의 계시, 진묵과 이마두의 얘기 등은 모두 증산이란 개벽주의 탄생을 증거 한다는 게 요즘 강좌의 요점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말은 이미 성경에도 오래전부터 언급되었거든요. 예를 들면 예수는 제자들에게 처처에 기근과 지진이 있을 것이며, 하늘에서 별들이 땅에 떨어지고, 전쟁이 발발하는 등 대재앙이 있을 거라고 하였는데, 그 말을 들은 제자들이 그날과 그때는 언제냐고 했던 적이 있지요. 그때 예수가 말씀하시기를 ‘그날과 그 때는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며, 오직 아버지만 아신다’고 하면서 ‘깨어 있으라’고 하였습니다. 성경의 기록대로라면 그 시기를 밝힌다는 건 아버지가 왔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럼 증산이 하나님 아버지라는 말이 되는데, 의산님의 견해는 어떤가요?”
“나도 그런 구절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나도 한때는 잘 나가는 신학생이었거든요.”
정도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전혀 성경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였기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왜 내 말이 안 믿어지나요?”
동그래진 정도의 눈을 보면서 의산은 빙그레 웃었다.
“전혀 예상 밖인데요. 여기에 모인 분들은 하나 같이 성경이나 불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그럴 겁니다. 그러나 나도 그렇고, 인산도 그렇고, 기독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심지어 스님이 되려고 머리를 밀었던 분들도 있지요. 그러나 그런 선천의 종교들로서는 무언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는 없지요. 우리도 심한 정신적인 방황을 거쳐 여기에 정착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겁니다.”
“그랬군요.”
세상에 쉬운 건 없다고 하는 말이 천부동에서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그날과 그때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마가복음 13장 30절에서 37절까지의 기록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 세대가 지나가기 전에 이 일이 다 이루리라. 그날과 그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시느니라. 주의하라. 깨어있으라. 그때가 언제인지 알지 못함이니라’고 기록 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이 세대가 지나가기 전’이라고 하였는데, 보통 한 세대라는 것은 30년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걸 문자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내가 보기에는 예수가 말한 ‘이 세대’는 예수를 핍박하는 사람들이 사는 세대를 가리키는 상징으로 보아야 할 것 같군요. 진리로 상징되는 예수를 핍박하는 세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지요. 그걸 우리식으로 말한다면 물질문명에 속한 사람들, 짐승 같은 세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세대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천사도 아니요, 아들도 아닌 아버지의 때가 와야 한다는 말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때라뇨? 아들인 예수그리스도의 때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예수는 관원들에게 잡히기 전에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고 하였지요. 그때 도마가 ‘주여 어디로 가시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거늘 그 길을 어찌 알겠나이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예수가 말하기를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아버지께 가서 진리의 영, 곧 保惠師를 너희에게 주어서 영원토록 함께 하겠노라’고 약속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