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것 같군요. 그래서 나온 게 십자가의 도라는 거겠죠? 인류를 위해서 자신의 몸을 내 놓는 사랑의 실천! 그것이 바로 십자가의 도라고 하는데, 그렇게만 살면 이 세상은 천국이 되겠죠. 지금까지의 종교는 전부 이런 식의 희생과 사랑, 봉사 등을 생활의 신조로 삼을 것을 가르쳤죠. 그런 것은 사실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도덕교과목에 다 나와 있는 것들이거든요. 그렇게 배운 대로만 하면 이 세상은 천국으로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으니 정말 이상한 노릇이지요. 그것은 곧 그런 도덕적인 덕목이나 종교적인 신앙이나 윤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증거인데, 그걸 나는 여기 천부동에 와서 또렷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게 커다란 수확입니다.”
정도를 바라보는 의산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로 다행한 일입니다. 우리는 기존의 종교를 통틀어서 선천 종교라고 하는데, 선천 종교는 가슴으로만 신을 찾았기 때문에 그랬다고 봅니다.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열려야 하는데, 선천에서는 애석하게도 머리는 열리지 않고, 가슴으로만 느끼려고 했던 거지요.”
“내가 알기로는 그 반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리를 머리의 지식으로만 받아들일 뿐,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보는데요.”
정도는 그간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영악한 지를 체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머리에 든 지식은 엄청 많은데, 가슴에서 우러나는 따스한 사랑과 조화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그간 그가 겪은 아픔이었다.
“아! 그렇게 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죠. 내가 말하는 건 천지와 인간을 하나로 연결시켜서 보기 때문에 좀 다를 겁니다. 천지의 운행은 그간 양을 위주로 하였는데, 그건 물질을 위주로 했다는 말입니다. 물질을 위주로 한다는 건 곧 배를 위주로 한다는 말이고, 배를 위주로 하다 보니까 인류는 머리가 열리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인류의 머리가 바로 서게 되는 현상을 용담도에서는 북방에 10건천이 들어간다고 하지요. 그리고 12지지로는 북방에 자성광명을 상징하는 巳가 天文을 연다고 합니다. 선천에서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子가 子時가 되어 천문을 열었거든요.”
갑자기 의산이 자시, 사시라는 말을 꺼내자 정도의 머리는 어지러워졌다.
“하하하. 그런 건 차차 공부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여하튼 지금까지의 천지는 참다운 깨달음 즉,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였기에 소우주라고 하는 인간도 그 여파로 참된 머리 즉,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걸 천부동에서는 개벽주가 남겨주신 현무경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새로운 교재를 만들어서 보급에 진력하고 있지요.”
의산은 정도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리고는 정도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여기 들어오신지 겨우 며칠 밖에 안 되었지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하나하나 우리의 인생과 진리, 사랑과 평화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합시다. 솔직히 세상에서 여기처럼 이렇게 진솔하고 심오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나도 한때는 세상에서 커다란 웅지를 품은 때가 있었지요. 가문의 모든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짊어지고 큰 인물이 되기를 바랐던 적이 있어지요. 그러나 나는 이곳 천부동에 들어와 운곡선생님을 만나게 된 걸 그 무엇보다도 큰 행운으로 여깁니다. 정말로 나를 발견하고, 우리 모두가 다 함께 가야 할 길을 찾았으니, 절로 힘이 나고 지혜가 샘솟듯 솟구칩니다. 그래서 이곳 천부동에는 눈을 씻고 보아도 병원이나 약국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에 들어오면 저절로 모든 병이 없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