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이 저절로 없어지다니?
그건 좀 과장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정도는 그런 말을 의산에게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의산의 눈은 맑았기 때문이다.
정도는 그 후로 천부동 식구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건강을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의산이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개중에는 혈색이 안 좋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어디가 아파서 출근을 못한다거나, 약을 먹는 사람들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아예 약국이나 병원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정도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사람의 질병이라는 것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하였는데, 마음은 머리와 연결되어 있으며, 머리에서 바른 생각을 하면 어디든지 사통팔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그렇게 되면 결코 마음에 거짓이나 삿된 그림자가 드리우지 못하며, 그것은 곧 자성이 지닌 본래의 神性이나 佛性이 온전하게 활동을 하게 되어 결국 몸과 마음에 일체의 질병이 없게 된다는 것을!
그 대표적인 표상이 바로 운곡선생이었다.
천부동에서는 1주일에 3일 이상 등산을 하는 게 관례였다.
등산 코스는 천부동을 휘감은 천운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였는데, 운곡선생은 정도와 같은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활기차게 등산을 하였다.
비록 하얀 수염을 흩날리고 있었지만 얼굴은 주름살 하나 없는 동안이었으며 날카로운 눈매와는 달리 온화한 미소가 한층 더 그를 젊게 보였다.
아직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으면 그가 할아버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 외에도 정도가 놀랄 만한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차츰 차츰 소개해 가기로 하겠다.
다음날 새벽 강좌가 시작되었다.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기에 분위기가 좀 가라앉은 듯 했다.
비는 이상하게도 달 뜬 기분을 가라앉히는 마력이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정도의 기분은 달떠 있었다.
도저히 세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이곳에서는 일상생활화 되어 있었고, 그것도 이상적인 상태로 나아가고 있었으니 잠자고 있던 정도의 꿈과 희망이 다시 살아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자! 오늘로써 일단 증산 시천주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사실 나는 현무경을 소개하려고 했지, 어느 특정한 인물에 대한 소개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무경에 관한 소개를 하려면 최소한 그걸 지은 분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이 도리인지라 어쩔 수 없습니다. 될 수 있으면 짧게 소개하려고 했는데, 어느 새 이렇게 장황하게 되었습니다. 변명 같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바로 개벽이라는 전무후무한 천지공사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증산에 대한 소개를 세세히 하자면 책을 써도 몇 권의 분량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건 현무경을 이해하면 될 것이므로, 중요한 것만 간추려서 소개하는 정도로 마치려고 합니다. 오늘은 전에 말한 미륵불공사에 대한 것과 증산의 업적에 대한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그간 증산의 일대기나 언행, 능력에 대한 조사를 많이 해왔을 걸로 믿습니다. 내가 여러분께 내주는 과제물은 될 수 있으면 충실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비로소 내가 말하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운곡선생은 자신이 강좌 하는 주제를 미리 알리고 그에 대한 자료를 많이 조사하게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은 여러 가지 자료들을 나름대로 많이 지니고 있었다.
정도는 그들의 수업방식이 합리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임인년 추석에 김형렬 집에서 행한 미륵불 공사에 대한 정리를 해보도록 하지요. 임인년에 대한 건 앞에서 이미 자세하게 언급하였는데, 진표율사가 임인년에 미륵을 친견하여 그가 후천에 등장하는 시기와 모양에 관한 걸 그림으로 밝힌 지, 1,140년이 지난 서기 1,902년에 증산께서 미륵불로 탄강하는 공사를 보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강좌내용이었습니다. 오늘은 좀 더 구체적으로 미륵불공사의 내용을 살피기로 합시다. 혹시 그날의 일진을 조사해 온 분이 있나요?”
“네. 임인년 기유월 임인일입니다.”
학생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시에 대답을 하였다.
“무엇이건 공부를 할 적에는 반드시 먼저 사주를 보아야 합니다. 지금 사주를 보는 사람들은 거의 개인의 사주를 놓고 운명을 감정하는데, 본래 사주는 천지인신의 기강을 잡는 기본입니다. 따라서 사주를 본다고 하는 것은 천지인신의 상태를 점검한다는 차원에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증산께서 생전에 역술인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그들에게 동양의 운명이 서양으로 넘어가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데 나와 함께 천하를 살리는 일을 해보자고 한 일이 있지요. 그때 역술인들이 말하기를 우리는 감히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자, 그들을 경책하면서 내쫓은 일이 있습니다. 남의 운명이나 봐주는 소인배가 되지 말고, 우리는 이왕이면 천지인신을 모두 화합하여 인간 뿐 아니라, 다른 생물들까지 잘 살 수 있는 큰 그릇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임인년 8월은 기유년이라고 했습니다. 기유년하면 생각나는 게 없나요?”
“그간 戊土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己土가 후천의 정월인 酉月세수를 물고 나온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큰 소리로 대답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