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큰 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네. 그런 건 이미 여러분의 수준에서는 다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戊와 己는 다 같이 오행으로 土라고 합니다. 土는 음양이 합한 상태이므로 숫자로는 5가 됩니다. 5는 生數 1, 2 3, 4를 成數 6, 7, 8, 9로 변화시킵니다. 그러면서 1이라는 홀수를 6이라는 짝수로, 2라는 짝수를 7이라는 홀수로, 3이라는 홀수를 8이라는 짝수로, 4라는 짝수를 9라는 홀수로 변화시키는 일도 합니다. 이처럼 5는 생에서 성으로의 변화, 홀짝의 변화, 음양의 변화 등을 주도합니다. 이것은 곧 우주만물의 형상적인 변화를 가리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주로 양이 하는 역할입니다. 양은 내부의 기를 겉으로 발산하는 기능이 강하기 때문에 주로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를 주도합니다. 이런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부호가 바로 戊입니다. 여러분은 환인이 환웅에게 전수해 준 天符印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그걸 오늘 처음 듣는 분만 손들어 보세요.”
“ … “
"다들 알고 있었군요. 천부인은 쉽게 말하자면 하늘의 부호입니다. 천간과 지지, 팔괘, 숫자 등 천문 40자가 바로 하늘의 부호라는 사실을 여러분은 잊으면 안 됩니다. 戊는 만물이 겉으로 형상적인 변화를 할 적의 주관자요, 己는 만물의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관자입니다. 만물이 겉으로 변하는 것은 안에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걸 가리키는 부호가 바로 己라고 합니다. 그래서 己字의 형태를 보면 마치 弓과 같은데, 弓은 내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상징합니다. 이에 반해서 겉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乙이라는 부호로 나타낸다고 합니다. 이 둘을 합하여 弓乙이라고 하는데, 각종 비결서에 무수하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궁을입니다. 그러면 묻겠습니다. 戊와 己의 차이점은 무얼까요?”
운곡선생은 강의 도중에 느닷없는 질문을 자주하였다.
정도는 앞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특히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질문을 받곤 하였다.
처음에는 당황 하였으나,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보다 더 효율적인 학습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난 후로는 은근히 운곡선생의 질문이 기다려졌다.
무와 기의 차이점이라 … .
무는 양이요, 기는 음이라고 하였으니 무는 무언가 동적인 일을 주관하고, 기는 음적인 일을 주관한다는 건 분명한데 … . 더 이상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운곡선생은 숫자를 들어서 비유를 하였으니 나도 한 번 숫자로 생각해볼까?
5는 생성의 변화, 음양의 변화, 홀짝의 변화를 통해 아예 다른 숫자로 변하게 하였다면, 10에 해당하는 己는 생수는 생수 그대로, 홀수는 홀수 그대로, 음은 음으로, 양은 양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이 드러나게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게 무얼 의미할까?
정도의 머릿속은 복잡하였다.
그러나 역시 또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모양인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자, 여기를 보세요. 戊는 동적인 역할을 하기에 숫자를 아예 다른 숫자로 바꾸어 버리죠? 그건 만물의 형태를 아예 다른 형태로 바꾼다는 얘기입니다. 그에 비해서 己는 아무런 형태의 변화를 주지 않습니다. 그건 곧 음적인 역할은 만물의 형태가 아니라 내부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걸 주도하는 게 己土라는 부호입니다. 그런데 변화라면 뭔가 바뀌어야 하는데, 己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하였으니 변화의 중심이라고 하는 말이 무색하군요. 정말 己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할까요?”
“아니죠. 변화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