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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과 자전

영부, 精山 2008. 2. 15. 08:00

“아니죠. 변화를 줍니다.”

 

정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호오! 무슨 변화가 벌어지나요?”

 

운곡선생은 눈과 입을 동그랗게 하면서 정도를 바라보았다.

 

“10은 1을 11로 만들기도 하고, 16을 6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즉 얼핏 보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10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흐음. 예리한 관찰을 했군요. 맞습니다. 戊는 5를 가감하지만, 己는 10을 가감하지요. 그건 곧 무얼 가리킬까요?”

 

“5는 10의 절반이니까 불완전한 것을 가리키고, 10은 온전한 것을 가리키나요?”

 

“답이 다 나왔네요. 戊는 음양의 합이 하나요, 己는 음양의 합이 둘이죠? 음양의 합은 태극이니까 戊는 태극이 하나요, 己는 태극이 둘이라는 말이지요. 음양의 합이 둘이 되어야 비로소 온전한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집니다. 음양의 합이 둘이라는 말은 곧 4방으로 음양이 온전하게 벌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사방을 가리키는 1, 2, 3, 4를 합하면 10이 된다는 건 이걸 입증하는 셈이지요. 형상은 항상 변하게 마련인데, 이것을 주관하는 기본을 戊라고 한다면, 자성은 무형이기에 불변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변한다고 하여 마치 붙박이가 되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자성은 형체가 없기에 불변이라고 하는 것이지, 결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자성(마음)처럼 수시로 잘 변하는 것도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것은 형체가 없다는 점만 다를 뿐입니다. 10己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천간이 戊로 시작을 하는 해와, 己로 시작을 하는 해는 그 의미가 사뭇 다릅니다. 선천에서는 戊가 주도하여 戊辰년에 낙서가 나왔으며, 단군께서도 무진년에 고조선을 개국하였던 것입니다. 辰은 子1陽, 寅2陽, 辰3陽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가장 밝은 양을 가리키므로, 결국 戊辰은 형상의 중심에서 양이 가장 밝은 상태라는 걸 알게 됩니다. 형상을 중시하던 선천 시대가 마감하고, 이제는 인간의 마음을 중시하는 후천 정신문명으로 접어들었으니, 당연히 己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辰으로 酉가 들어가는 건 여러분이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처럼 무진은 기유로 그 자리를 옮겨야 하는 이치에 따라 미륵불 공사는 임인년 기유 8월에 거행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왜 기유월로 옮겼나요? 선천의 태세가 무진년이라면 후천도 역시 태세가 기유년으로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물론 그렇습니다. 나중에 현무경을 공부하면 알게 되겠지만, 분명 기유년 1,909년에 현무경이 세상에 출현하여 새로운 인존문명을 열게 됩니다. 그러나 미륵불 공사에서는 태세가 아니라 월건이 기유로 등장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하겠지요. 태세는 공전주기를 가리키고, 월건은 자전주기를 가리키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데, 공전주기는 형상을 가리키고, 자전주기는 내면을 가리킨다고 비유를 하면 어떨까요?”

 

“공전주기가 형상을 가리키고, 자전주기가 내면을 가리킨다는 말은 처음 듣는 논리입니다. 공전은 전체적인 면을 의미하고, 자전은 개인적인 면을 가리킨다면 금방 이해가 되는데, 형상과 내면을 의미한다고 하는 건 좀 납득하기가 어렵네요.”


인산이 고개를 갸웃한 채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