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을사 좋다. 얼싸 좋다

영부, 精山 2008. 2. 26. 07:42

정도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면을 동시에 다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사실 동서남북 사방은 중심에 있던 한 점이 확산된 현상입니다. 따라서 어느 지점이건 다 중심의 모습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처한 위치에 따라서 동방이니, 서방이니 하는 것이 정해지게 마련이고, 춘하추동이란 사계절도 정해지게 마련이지요. 한꺼번에 춘하추동이 펼쳐지는 법은 없는 것처럼, 모든 시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심에 자리 잡고 있을 적에는 음이나 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지만, 일단 형상을 취하려면 반드시 북방에서부터 출발을 하게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형상이란 것은 기가 탁해진 음기가 모여서 이루어지는 법이니까요. 탁한 음기는 밑으로 떨어져 땅이 되고, 맑은 양기는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는 것이 천지의 이치라고 보면, 어느 것이건 형상이 있다는 사실은 곧 음기의 모임이라고 봐야 합니다. 양기는 밖으로 퍼지려는 원심력이 있고, 음기는 안으로 모이려는 구심력이 있습니다. 이런 이치에 따라 어느 물질이건 형상은 차갑고 습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법인데, 그것이 바로 오행에서 말하는 1,6水라고 합니다. 선천에서는 공간의 1은 壬이요, 시간의 1은 子가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천의 陽天主는 임자의 형상을 띠었다고 한 겁니다. 이에 반해 후천의 陰天主는 癸巳의 형상을 띠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선천은 陽水였으나, 후천은 陰水인 癸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癸라는 글자를 보면 발(癶 - 걸을 발, 필 발) 속에 天이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하늘을 안에 품고서 걸어 다니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이처럼 癸라는 글자 속에는 이미 시천주의 의미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癸는 숫자로 6이 되는데, 6은 1을 품속에 넣고 다니는 5입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본다면 7은 2를 품고 다니는 5이고, 8은 3을 품고 다시는 5이며, 9는 4를 품고 다니는 5이고, 10은 5가 5를 만난 상황이라고 하겟습니다. 이렇게 보면 선천의 개벽주는 5라고 해야 할 겁니다. 물론 후천의 개벽주는 10이라고 해야 겠지요. 그러나 이건 음양을 분리해서 본 것이요, 본래는 둘이 아닌 한 몸인데 그걸 가리키는 숫자는 11귀체라고 한다는 건 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어때요? 현산 낭자, 아시겠사와요?”

 

“네. 양천주는 임자요, 음천주는 계사인줄 알겠사와요.”

 

코믹한 소리로 현산이 답을 하는 바람에 다시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선천의 양천주가 1壬子가 되어 어가(御駕)를 이끌고 자전을 시작하면 2계축, 3갑인, 4을묘, 5병진, 6정사, 7무오, 8기미, 9경신, 10신유, 11임술, 12계해, 13갑자가 됩니다. 즉 갑자에 이르면 비로소 자전과 공전이 일치한 천유 13도라고 합니다. 이런 이치에 따라 선천에서는 갑자시로 시두를 삼게 되었지요. 그러나 후천이 오면 1계사시에서 2갑오, 3을미, 4병신, 5정유, 6무술, 7기해, 8경자, 9신축, 10임인, 11계묘, 12갑진, 13을사가 되므로, 천유 13도는 乙巳가 됩니다. 따라서 후천의 머리는 을사에서 시작을 합니다. 이를 가리키는 표현이 바로 ‘을사 좋다!’, ‘을사 신난다’입니다.”

 

“을사 좋다가 아니라 얼싸 좋다가 아닌가요?”

 

“을사가 얼싸로 되고, 을시구가 얼씨구로 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요.”

 

“을시구?”

 

운곡선생은 칠판에 乙矢口라고 쓰더니 이내 乙知를 크게 써놓았다.

그러고 보니 知는 ‘시구(矢 :화살 시, 口 : 입 구)‘라는 글자의 조합이었다.

’시구‘는 화살 달린 입인데, 화살처럼 빠른 것이 입이라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