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부 천지공사
1. 천지공사의 의의
초겨울의 날씨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산속이라 그런지 도회지보다는 체감온도가 훨씬 낮았지만, 정도는 오히려 차가운 게 더 좋았다.
그는 서울에 있을 적에도 여름보다는 겨울을 더 좋아했다.
잠을 잘 적에도 그는 그저 약간의 온기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라면 그에게는 덥기 십상이었다.
더우면 그는 잠을 설치게 마련이었고, 공부를 할 적에도 약간 추운 게 오히려 더 상쾌한 편이었기에 그는 그런 아침 날씨가 맘에 들었다.
“오늘은 천지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하겠습니다. 천지공사라는 말은 다들 들어보셨겠지요?”
사람들은 모두들 ‘네’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정도도 그런 표현은 몇 번인가 듣기는 하였지만, 천지공사를 한다는 게 도무지 맘에 와 닿지 않았다.
처음에 정도는 천지공사를 工事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公事라는 걸 알았다.
공사는 私事의 반대가 되는 개념이며, 더욱이 천지공사라는 건 감히 보통 사람의 의식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증산이란 분이 9년간의 천지공사를 하였다고 하는 말을 사람들이 하고 다니는 것이 그에게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천지는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천지의 일은 공사라고 부릅니다. 한 가정사나 개인에 관한 거라면 굳이 천지공사라는 용어를 붙일 수가 없겠지요. 하느님이라는 용어에는 전체와 개체를 모두 어우르는 의미가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말을 보면 혼자도 하나요, 여럿이 모여도 하나라고 하는 게 단적인 예입니다. 천지는 예로부터 모든 생물체들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발판 중의 발판입니다. 그러기에 천지를 가리켜 부모라고도 합니다. 하늘은 마음과 상통하고, 땅은 육체와 상통한다고 보는 것이 전통적인 우리민족의 사상입니다. 만약 천지가 잘못되면 그 바탕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의 목숨은 경각에 달리게 마련이겠죠. 그런 면에서 천지의 상태처럼 우리에게 중요한 것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지는 당연히 있는 것이기에, 별로 신경도 안 쓰고, 무관심한 상태에서 일생을 마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부모를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천지부모는 단순하게 인간을 낳고, 키우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만물을 다스리는 임금과도 같고, 사람을 가르치는 스승과도 같습니다. 이처럼 천지는 군사부 3위1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우리 조상들은 그 어느 민족보다도 세세하게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툭하면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또는 하늘만은 내 맘을 알아줄 거라는 식으로 여기는 풍조가 보편화되었습니다. 천지를 바라보는 이런 개념에서 나온 것이 바로 충, 효, 열이라는 정신이었습니다. 오늘날 조상의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물질만능의 풍조가 만연하게 된 것은 이런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걸 다시 살리고자 하는 자각운동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큰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우리는 천지공사를 통해서 이런 면을 해부하여 그 원인과 처방을 내려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증산이라는 시천주를 통해서 우리는 그 무엇보다도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현무경 강좌는 이런 큰 틀에서 접근해야 제대로 들리게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