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하늘을 알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땅의 문을 열려면 땅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선결조건입니다. 하늘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눈에 보이는 하늘, 즉 허공을 알아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모르면서 안 보이는 하늘을 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죠. 물론 눈에 보이는 푸른 하늘이 하늘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걸 통해서 안 보이는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저 하늘에 보이는 것이 무얼까요? 오늘은 9번이 대답을 해보세요.”
9번은 가산이라고 하는 남성이었다.
“하늘에는 태양과 달과 별이 있습니다.”
“그걸 일월성신이라고 하겠죠. 하늘을 안다는 것은 허공과 그 안에 있는 일월성신을 안다는 말입니다. 일월성신을 안다는 건, 일월이 음양을 만들어내고, 성신이 지구와 인간과 어떤 함수관계를 형성하는지를 안다는 말입니다. 음양은 일월에서 비롯합니다. 음양오행이라고 하는 건 사실 일월에서 나온 겁니다. 태양이 없으면 양이 무언지 알 수 없고, 달이 없으면 음이 무언지 알 수 없습니다. 일월에서 나온 것이 바로 성신이라는 별들입니다. 태양을 중심 삼고 성신이 도는 것처럼, 가정에서도 아버지를 구심점으로 하여 가족이 살아갑니다. 달이 지구를 안고 도는 것처럼, 어머니는 자녀를 안고 살아갑니다. 태양과 달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태양은 아버지의 심정이요, 달은 어머니의 심정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효도를 하기 위해서는 태양과 달을 살피면 정답이 나옵니다. 그럼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기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아버지가 주로 돈을 벌어오고, 외부로부터의 침입이나 힘든 일을 맡아 하는 것처럼, 태양도 천지에서 그런 일을 합니다. 아버지가 돈을 벌어온다는 것은 태양이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는 것과 같습니다. 아버지가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는다는 것은 밝은 태양 볕으로 모든 것을 밝힌다는 것과 같습니다. 사물을 밝게 해야만 비로소 옳고 그른 걸 분간하게 되며, 그래야만 비로소 선악을 판단하여 악을 멀리하고, 선을 권장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힘든 일을 맡아보는 것은 태양이 뜨거운 에너지를 방사하는 것과 같습니다. 에너지는 달이 아니라 태양에게서 비롯하는 것처럼,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로부터 이어받게 마련입니다. 이에 반해서 어머니는 집안에서 살림을 주로 합니다. 살림이란 말은 ‘죽임’과 상반되는 개념입니다. 아버지가 비록 강력한 에너지를 공급해주지만, 어머니가 제대로 조화하지 못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이 강력한 양기를 발산하지만, 만약 달이 그걸 조화하지 못한다면 생물체는 다 죽게 마련입니다. ‘죽임‘은 전체적인 면을 가리키고, ’살림‘은 개체적인 면을 가리킵니다. 전체적인 면에서 보면 개체는 죽어야 합니다. 전체가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세세한 사정을 일일이 들어줄 여가가 없지요. 그러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아버지는 공평해야 하며, 때로는 인정, 사정을 가릴 여유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달처럼 포근하게 감싸주어 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살림이란 말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인간의 영혼이 살아나서, 영혼의 ’살림’을 하는 것은 사실 양의 시대가 아니라, 음의 시대에 가능합니다. 여기서 여러분은 낮과 밤, 천지와 일월의 성격에 대해서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낮과 밤의 성격과 일월의 성격?
그건 너무 뻔한 게 아닌가? 낮은 태양이, 밤은 달이 주관하는데, 거기에 무슨 성격이 있을까?
정도는 고개를 갸웃했다.
가정과 인체를 비유하여 전개하는 운곡선생의 말씀은 대체로 이해하기 쉬웠고, 재미도 있었지만,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누구나 늘상 경험하는 것들이지만, 일단 운곡선생의 입에서 나오면 어느 철학자보다 깊고 오묘한 맛으로 요리된다는 게 정도는 신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