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하는 일은 밝음과 어두움을 주관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이걸 가리켜 하늘은 음양을 주관한다고 표현합니다. 밝음은 태양이 주관하고, 어둠은 달이 주관합니다. 이걸 잘 생각해야 합니다. 천지는 본래 밝은 것도 아니요, 어두운 것도 아닙니다. 천지에 태양이 비치면 밝은 양이요, 태양이 사라지면 어두운 음이 올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천지는 음도 아니요, 양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하늘을 가리켜 양이라 하고, 땅을 가리켜 음이라 하는 까닭은, 하늘은 무형으로 충만하고, 땅은 유형적인 물질로 충만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텅 비었기에 아무런 걸림이 없어서 밝은 양이 될 수밖에 없고, 땅은 물질로 가득 찼기 때문에 어디서든 걸림이 있게 마련이며,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탁기가 가득하기 때문에 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낮은 양이 드러나는 시간대요, 밤은 음이 나타나는 시간대라고 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낮이 양 자체라고 해서도 안 되고, 밤을 음 자체로 보아서도 곤란합니다. 낮을 만드는 주인공은 태양이요, 밤을 만드는 주인공은 달입니다. 그러니까 천지는 일월의 작용에 의해 음도 되고, 양도 된다는 사실입니다. 천지와 일월을 놓고 보면 어느 것이 더 기본적인 바탕이라고 해야 할까요?“
운곡선생은 가산을 바라보면서 물음을 던졌다.
“일월은 천지를 비치는 역할을 하니까 당연히 천지가 먼저라고 해야겠죠.”
운곡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습니다. 천지를 살리기 위해서 일월은 있는 겁니다. 천지를 체(體)라 하고, 일월을 용(用)이라 하면 틀림이 없을 겁니다. 일월은 천지를 살린다고 하였으니, 이번에는 하늘에 무엇이 있고, 땅에 무엇이 있기에 그들을 살린다고 할까요?”
“땅에는 인간을 비롯한 만물이 있는데 … 하늘에는 … ”
가산이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
“땅에는 유형의 생명체가 있고, 하늘에는 무형의 생명체가 있습니다. 눈에 안 보인다고 하여 사람들은 땅에만 생명체가 있는 줄로 알지만, 분명 하늘에도 생명체가 있습니다. 땅의 생명체는 탁기(濁氣)가 모여 이루어지지만, 하늘의 생명체는 청기(淸氣)가 모여 이루어졌습니다. 땅의 생물체는 사람과 짐승, 초목이라고 하지만, 하늘의 생명체는 신이라고 합니다. 땅에 있는 생명체를 인물(人과 物)이라고 하는 것처럼, 하늘의 신은 귀신(鬼와 神)이라고 부릅니다. 신명계라고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신의 세상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정도는 무언가 눈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귀신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들이 많았는데, 운곡선생의 설명을 듣고 보니 명료해지는 느낌이었다.
“하늘에나 땅에는 모두 신들이 충만합니다. 하늘의 신은 무형이요, 땅의 신은 유형으로 그 형태가 다를 뿐, 신들로 충만합니다. 일월이 천지를 살린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신들을 위한 일을 두고 한 말입니다. 그건 마치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정에서 살림을 하는 까닭이 모든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과 일치합니다. 아버지의 에너지와 어머니의 사랑은 일월에 해당하고, 그것은 가족의 영혼과 의식의 발전과 진보를 위하여 일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월이 천지를 위하여 일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운곡선생의 설명은 가정은 천지와 같고, 부모님의 사랑과 가르침은 일월과 같다는 논리인 듯하였다. 정도는 알기 쉽게 가정은 하드웨어요, 사랑과 가르침은 소프트웨어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지공사라는 것을 가정에 비유하면 하늘은 가풍(家風)이요, 땅은 가옥(家屋)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가풍은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전통과 가르침을 뜻하고, 가옥은 눈에 보이는 구조를 가리킵니다. 이걸 인체로 말한다면 하늘은 마음의 변화를 가리키고, 땅은 몸의 변화를 가리킵니다. 마음과 몸은 동시에 변화를 하는 것이지,결코 따로 변화를 해서는 안 됩니다. 천지공사라는 것도 하늘과 땅이 동시에 개벽을 하는 법이지, 결코 따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천지공사는 인류가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하려는 거룩한 공사를 한다는 말입니다."
“성경에도 새 하늘과 새 땅을 하나님이 만든다고 하는 말씀이 있는데, 그것과 개벽은 어떻게 다른 건가요?”
의산이 던진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