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 + 6 = 7도 되고, 3 + 4 = 7도 되는 것처럼, 5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숫자도 생에서 성으로 변화시키고, 음에서 양으로 변화시키는 건 무슨 이치인가요?”
항상 조용한 묵산이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꽤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물론 모든 숫자는 각기 다른 수와 합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변화를 합니다. 그러나 5가 하는 것처럼 같은 오행으로 변화시키는 건 아닙니다. 5는 1이라는 陽水를 6이라는 陰水로 바꾸지만, 6은 1陽水를 6陰水로 바꾸는 게 아니라, 7陽火로 바꿉니다. 그러기에 5를 土라고 하는 겁니다. 토는 흙의 덕성을 상징하지요. 흙은 만물의 씨앗을 나오게 하는 생장(生長)을 주로 합니다. 그러나 흙에는 생장 못지않게 성장(成藏)도 합니다. 어느 정도 생장하여 꽃이 만개하면 그 다음부터는 생장을 멈추고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이를 가리켜 성장이라고 하는데, 이걸 가리키는 숫자가 바로 10이요, 천간으로는 己라고 합니다. 10은 1이나, 2, 3 등을 있는 본래의 모습으로 드러나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열매를 맺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열매는 씨앗이 다시 제 모습을 찾은 상태입니다. 이처럼 무와 기는 같은 土라고 하지만, 그 성질과 기능이 다릅니다. 선천의 물질을 숭배하는 풍조에서는 어쩔 수 없이 戊로 머리를 들게 마련이지만, 후천 정신문명에서는 속에서 자라나던 본래의 씨앗이 그 모습을 드러내야하므로 己가 그 문을 열게 마련입니다. 이처럼 己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걸 가리켜 自己라고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열심히 ‘자기’를 부르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묵산님은 자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나요?”
느닷없는 질문에 묵산은 약간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곧 이내 웃음을 띠었다.
“아직 없습니다.”
“그래요? 여기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많이 있으니 잘 찾아보세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가정을 이룬다면 더 없이 행복한 일이지요. 여러분은 그런 면에서 행운아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무튼 이런 원리에 의해서 선천의 하늘은 戊로 문을 열었고, 후천의 하늘은 己로 문을 열게 마련입니다. 이 말은 선천은 戊가 들어가는 해에 시작을 하고, 후천은 己가 들어가는 해에 시작을 한다는 말입니다. 이건 만고불변의 철칙입니다. 다음은 12지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지지가 왜 12로 되었는지는 다들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중복되는 이야기 같지만 여러분은 천문 40자에 대해서는 듣고 또 들어도 지루한 감이 없어야 합니다. 하늘의 중앙을 戊己라고 한다면 동방은 갑을이요, 남방은 병정이며, 서방은 경신이고, 북방은 임계라는 건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중앙에서 戊라는 문을 열고 나온 陽은 북방과 동방, 남방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 것이 철칙입니다.”
운곡선생은 칠판에 커다란 원을 그리고 반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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