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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의 왼편은 양이 주도하는 선천이요, 오른편은 음이 주도하는 후천입니다. 선천은 양이 주도하는 낮 시간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중앙의 戊에서 문이 열리면 양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시작하는 법이므로 반드시 북방에서 운행을 시작하게 마련입니다. 북방은 壬과 癸가 있는데, 양이 주도하는 선천에서는 壬을 위주로 합니다. 북방에서 시작한 양은 동방으로 흐르고, 반대로 남방에서 시작한 음은 서방으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이처럼 양과 음의 흐름은 시간을 만들어냅니다. 시간의 흐름은 반드시 3단계를 거치는 것이 도수인데, 음도 3단계요, 양도 3단계이므로 3음, 3양이라고 부릅니다. 양의 흐름을 가리켜 子寅辰午申戌이라 하고, 음의 흐름을 가리켜 未巳卯丑亥酉라고 부릅니다. 현무경의 이조장에 등장하는 오신술자인진의 6현무는 양의 변화를 가리키고, 허무장에 등장하는 미사묘축해유의 6기초동량은 음의 변화를 가리킨 겁니다. 음에도 양이 있고, 양에도 음이 있는 법이므로 음속의 양을 午申戌이라 하고, 양속의 음을 巳卯丑이라 하며, 음속의 음을 亥酉未라 하고, 양속의 양을 子寅辰이라 합니다. 양과 음은 각기 정반대로 흐르기 때문에 양이 ‘자인진오신술‘로 돌아가면, 음은 ‘미사묘축해유’로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양이라고 하여도 ‘자인진‘은 밝은 낮을 주관하므로 강력한 양이 되지만, ’오신술‘은 어두운 밤에 속해 있기에 상대적으로 약한 양입니다. 낮에 양을 많이 비축해 두지 않으면 차가운 밤을 견딜 수 없는 것처럼, 자인진의 1양, 2양, 3양이 활발하게 움직여 양의 기운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오신술’이 음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밤에 ‘미유해’의 1음, 2음, 3음이 음의 기운을 충분히 비축해 두지 못하면, 낮에 ‘축묘사’가 양의 활동을 지탱시켜 주는 힘이 미약하게 마련입니다. 밤에는 당연히 음의 세상이므로 ‘미유해‘가 주도권을 쥐게 마련이요, 낮은 양의 세상이므로 ’자인진‘이 주도권을 쥐게 마련입니다.”
정도의 머리에는 12지지를 숫자로 배여할 것이 떠올랐다.
子는 1水요, 巳는 2火라고 하는데, 상대적인 水火를 1과 2라는 상대적인 숫자로 나타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는 물이요, 다음은 불이라는 건, 형상을 지닌 모든 물질은 물에서 먼저 나오고, 물질이 다하면 형상이 사라지는데 그런 역할을 불이 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다음에 3은 寅木이라 하고, 4는 申金이라고 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水火가 상대적이라면 木金이 상대적이니까 숫자도 역시 3과 4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그건 영락없는 하도의 배열이었다.
수화가 상대적이라고 하는 까닭은, 물은 모든 물질과 형상의 조판(肇判)이며, 불은 물에서 나온 물질과 형상을 근원으로 되돌리는 무형의 조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유형과 무형의 조판이라!
그래서 물과 불을 숫자로 1과 2라고 한 걸까?
1은 음의 지극함이요, 2는 양의 지극함이기에 각기 동지와 하지를 상징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까 1은 통일을 가리키고, 2는 분열을 가리키고 있었다.
3과 4는 1과 2를 발판으로 하고 있으니 둘 다 음양의 조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3은 양을 위주로 하고, 4는 음을 위주로 하게 된 것이므로 3을 가리켜 목(木)이라 하고, 4를 가리켜 금(金)이라고 한다는 것도 스스로 알게 되었다.
1과 2가 동지와 하지를 가리킨다면 3과 4는 각기 춘분과 추분에 해당하는 구나!
정도는 갑자기 자신의 눈이 밝아진 느낌이 들었다.
아! 깨달음은 이런 경지를 가리키는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