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에서 시작한 양은 북방을 가리키는 임(壬)과 1양을 가리키는 자(子)가 합하여 임자시(壬子時)로 시두(時頭)를 삼게 된 겁니다. 이것이 바로 선천의 천지가 열렸다는 말입니다. 임자는 북방에서 비롯하는데, 하루 중에서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해당하기 때문에 비록 1양이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만물의 형상이 현실로 드러나지는 못합니다. 만물의 형상이 가시(可視)적인 상태로 나타나는 건 인시(寅時)이며 그 방향은 동방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동방을 가리키는 갑(甲)과 인(寅)을 합한 갑인(甲寅)이 선천의 세수(歲首)라고 하는 겁니다. 임자 시두는 임자 - 계축 - 갑인 - 을묘 - 병진 - 정사 - 무오 - 기미 - 경신 - 신유 - 임술 - 계해로 12시간을 이루고, 13차인 갑자에 이르러 하루가 완성됩니다. 이를 가리켜 천유(天有) 13도라고 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천유13도로 하루가 온전해지면 자전과 공전이 동시에 출발하는 셈이지요. 또한 하루가 이루어지면 한 달이 출발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임자시로 출발하면 다음 2일째는 갑자시, 그 다음 3일째는 병자시, 그 다음 4일째는 무자시, 또 그 다음 5일째는 경자시, 6일째에 이르면 다시 임자시가 됩니다. 이처럼 5일을 한 묶음으로 하여 시간은 60갑자로 돌게 마련인데, 이 5일을 가리켜 1후(候)라고 합니다. 기후(氣候)라고 할 적의 후는 바로 이걸 가리킨 것인데, 후는 ‘물을 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후‘라는 용어는 ’기의 상태를 묻는다‘는 뜻을 내포합니다. 천지에 충만한 기의 상태를 묻는다고 할 수 있으니, 이는 곧 60시간이 천지의 기가 한 바퀴 도는 가장 기초라는 의미입니다. 하루 12시간의 시작은 임자시두로 하고, 1년 12개월의 시작은 갑인월수로 삼게 된 것이 바로 선천의 천지가 열린 모습입니다. 이처럼 시두는 자시가 되고, 세수는 인월로 삼는 건, 달의 입장에서 본 것입니다. 달의 입장에서 본다는 말은 사물의 변화를 기준으로 본다는 말이지요. 그건 달이 영측(盈仄 : 차고 기울어 짐) 하는 것과 사물이 변화하는 것이 같기 때문에 나온 발상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항상 변하지 않는 중심에서 보는 것은 태양을 기준으로 삼게 마련입니다. 태양은 달처럼 영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변함이 없는 빛을 항상 발산합니다. 그러니까 천간은 태양을 기준으로 하고, 지지는 달을 기준으로 한다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달은 사물의 중심을 비추는 것이 아니지만, 태양은 사물의 중심을 비추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태양을 기준으로 할 적에는 당연히 戊를 기본으로 합니다. 물론 후천에는 己를 기준으로 합니다. 戊에서 3양과 3음이 교차하는 지점인 진사지간(辰巳之間)과 술해지간(戌亥之間)이 천지의 중앙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용담도를 보면 이곳으로 5진뢰와 7손풍이 들어가서 ’뇌풍항‘과 ’풍뢰익‘을 이루어 현무경의 익자삼우와 연결됩니다. 子와 寅은 각기 1양과 2양의 상태이므로 양이 충만한 상태는 아닙니다. 양이 충만해야만 비로소 음과 조화를 부리게 마련인데, 그렇게 되려면 어쩔 수없이 선천에서는 辰3양의 자리에서 戊가 밝아지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무와 진을 합한 戊辰으로 선천의 태세(太歲)를 삼게 된 것입니다. 무진은 한 해가 충만한 상태인데, 그 시작은 반대편 3음 자리인 술(戌)에서 비롯하는 법이므로 무술(戊戌)로 하루의 일진을 삼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선천은 무진년, 갑인월, 무술일, 임자시로 사주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역학을 공부한다는 사람들이 이런 이치를 모른 채, 남의 운명을 감정한다고 하니 역학 자체가 점술로 격하(格下)되게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결코 역학을 이용해서 남의 운명을 감정해선 안 됩니다. 사람의 운명이란 게 다 자신이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인데, 어찌 그런 사람들의 운명을 감히 감정한다는 말을 할 수 있으며, 더욱이 그런 술수로 어찌 참다운 인생의 도리를 일러준단 말인가요? 혹시 여러분 중에서도 과거에 역술인의 꿈을 꾸었던 분이 없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