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엘(Lucifer)의 정체
에덴에서 인간을 유혹한 뱀의 정체에 대해서는 많은 학설이 있다.
약간씩은 다르지만 그들의 학설에는 공통적인 것이 있는데, 그것은 천사에 관한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만들기 전에 천사를 먼저 만들었는데, 인간이 탄생하자, 하나님의 사랑과 믿음이 천사가 아닌 인간들에게 쏠리는 걸 시샘하고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간이 더 장성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하나님의 상속권이 인간에게 돌아갈 걸 두려워한 나머지, 그들은 인간을 자신들의 수하로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뱀의 몸속으로 들어가 인간을 타락하게 하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어느 교단에서는 루시엘이라는 천사장이 뱀으로 변장하여 하와와 동침하였다고 한다.
즉 천사장인 자신의 피를 받으면 하나님처럼 된다는 유혹을 했다고 한다.
그 유혹에 넘어간 하와는 자신의 남편이 아닌 루시엘(뱀)과 정을 통하였으며, 그러기 때문에 굳이 ‘하체를 가렸다’고 한다.
이런 교리를 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죄로 더럽혀진 피를 깨끗하게 하는 건, 자신과 섹스를 하는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펼친다.
2,000년 전의 예수도 사실은 이런 목적으로 왔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기에, 그 뜻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이 다시 왔다고 하는 식의 교리를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하와의 하체가 더러워졌지, 아담이 더럽혀진 건 아니다.
그런데 왜 아담까지 무화과로 하체를 가려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물론 그들은 더러운 것과 관계를 맺으면 더럽게 오염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왜 전지전능한 하나님이라면, 반역할 천사들을 만들었는가 하는 데에는 역시 기독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학설은 독일의 기독교 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루터를 종교 개혁가라고 하는 건 그릇된 표현이다.
왜냐하면 그는 기독교만 개혁했을 뿐, 종교를 개혁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말했던 것이다.
그는 ‘신이 인간을 천사보다 우대하는 것이 화가나 신에게 대들었다. 그리하여 천사는 천국에서 추방당했고, 그 복수로 이브(=하와)를 유혹하여 선악과를 먹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 루터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했을까?
그건 이전부터 내려오던 신학이나 전설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간략하게나마 그런 이야기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루시엘은 신의 오른쪽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치천사(治天使 Seraphim)였지만, 신에게 반역한 죄로 지상으로 추락한 타락천사라고 한다. 이 루시엘이 지상으로 떨어질 때에 천상의 천사들 중 1/3이 루시퍼를 따라가서 악마가 되었다고 한다.('외경 에녹서'라는 책에서는 9/10이라고도 한다) 루시엘은 '밝은 빛을 전달하는 자'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샛별(금성)'의 의미를 갖고 있다. 루시엘은 6개 혹은 12개의 날개와 3개의 얼굴을 가졌고, 누구보다 아름답고 기품이 있었다고 한다. 대천사 미카엘과 쌍둥이였지만, 그와 대결하여 최후엔 패배하여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단테의 명작 '신곡'에서는 루시엘이 추락함으로써 연옥과 지옥이 만들어진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루시퍼가 지옥으로 떨어진 이후, 모든 악마의 왕이 되었고 인간을 유혹하여 악으로 빠뜨렸다.
유대인의 설화에 의하면 또 하나의 중요한 천사가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릴리스’라고 하는데, 아담의 첫 번째 부인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아담과의 결혼생활에 만족치 못한다. 특히 성 행위 시에 누가 위에 올라갈 것인지를 매일 다투었다고 한다. 결국 릴리스는 아담에게 도망쳐 홍해근처에 숨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3명의 천사가 그녀를 잡으러 다니고, 결국 그녀는 붙잡히게 된다. 그녀는 붙잡힌 뒤, 매일 엄청난 수의 아이들을 낳고 그중 1백 명이 죽는 벌을 받게 된다. 견디다 못한 릴리스는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데, 한 천사가 이를 가엾게 여겨 그녀를 부활시켜 준다.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운명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선물로 준다. 이리하여 릴리스는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운명을 조종할 수 있는데, 남자아이는 생후 8일, 여자아이는 생후 20일, 사생아는 평생 동안 릴리스가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보다 인기 있는 이야기는 그녀가 아담을 떠난 뒤, 악마들과 어울려 방탕한 길로 들어서서 후에는 이브를 유혹하여 선악과를 먹게 했다고 합니다. 일설에는 사탄이 루시엘보다 더 오래 된 존재라고도 하는 가하면, 루시엘이 땅으로 떨어져 사탄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도 하는 등, 연막과 같은 신화들이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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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루시엘에 관한 학설은 사실 학설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신빙성에 의문이 든다.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어찌 그리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너 열국을 엎은 자여 어찌 그리 땅에 찍혔는고 - 이사야 14장 12절“
이 구절에 등장하는 계명성을 루시엘이라고 하는데, 이걸 천사라고 하는 근거도 애매모호하다.
왜냐하면 이사야 14장 전체를 읽어보면 저절로 그 답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내용은 주로 타락한 이스라엘민족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종용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다시 돌아온다면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바벨론왕에 대한 노래’와 ‘아침의아들 계명성에 대한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이스라엘을 압제하던 바벨론왕과 계명성이 오만하여 하나님과 맞먹었고, 이스라엘에 그들에게 미혹을 당하였었지만, 이제는 하나님이 그들을 제압하였다는 승리의 노래를 부르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바벨론왕이나 계명성은 무형의 영적인 천사를 가리킨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세속의 욕망에서 나온 선악과에 물든 인간의 의식과 그 소유자들을 가리킨다.
즉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육적인 예수(진리)를 믿고 있는 우상덩어리인 ‘나 자신’을 가리킨다.
이런 천사들의 품계(品階)는 ‘디오니시우스’라는 사람이 마구잡이로 전해져 오던 걸 신학적으로 정리한 사실을 주목한다면 에덴동산에서 인간을 유혹한 것이 천사라는 논리는 그리 믿을만한 가치가 없다.
폐일언하고 에덴도 지금 여기이며, 선악과도 지금 여기 내 머리와 가슴에 있으며, 첫 사람이나 루시엘도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머리와 가슴에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