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산의 말에 의하면 유다라는 국가는 수도 없이 ‘간음녀’라는 주홍(朱紅)글씨를 달고 다녔다고 한다. 따라서 마리아라는 여성은 특정한 개인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간음녀와 상대적인 순결한 믿음의 소유자를 상징하는 이름이라고 하였다.
처녀가 어떻게 애를 낳을 수 있느냐고 하면서 의산은 말하기를 ‘만약 여성 혼자서 애기를 낳는 능력을 주었다면 뭐 하러 하나님은 남자를 만들었겠느냐?’고 하면서 웃었다.
또 그는 ‘전지전능한 하나님이라면 아담과 하와가 타락할 걸 알았다는 말인데, 그러면 애초부터 거룩한 예수를 아담 대신 내려 보낼 일이지, 무슨 이유로 타락할 인간을 먼저 만들었을까요?’라는 말도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한 영적인 상태를 가리켰는데, 사람들이 자꾸 육적인 안목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도 하였다.
신학교까지 다녔다는 의산의 풍부한 성경해설 덕분에 정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웬만한 목사나 전도사 보다 더 오묘한 성경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육신은 십자가에 달려 죽게 하시고, 성결의 영으로는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셨다’고 한 구절을 여러분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 말은 육신은 죽어야 하는 것이요, 영은 부활해야 하는 것이라는 뜻이라는 걸 주목해야 합니다. ‘살리는 것은 영이요, 육은 무익하니라(요한복음 6장 63절)’ 고 하였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합니다. 또한, 성경에는 ‘나무에 달린 자마다 저주 아래 있는 자(갈라디아 3장 13절, 신명기 21장 23절)’라고 한 사실을 보아도 예수의 육신은 결코 부활할 수도 없으며, 부활해서도 안 된다는 가르침을 성경은 전하고 있습니다.”
정도도 물론 충격적이었지만, 성경에 해박한 의산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의산의 눈동자는 일체의 흔들림도 없이 운곡선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분들의 표정을 보니 다들 놀라는 눈치 같은데, 사실 성경을 조금만 자세히 보아도 그런 건 얼마든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수가 부활한 무덤가에서 여인들이 예수를 만났는데도 동산지기인줄로 착각을 하였다는 기록이라든가,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예수와 함께 장시간 함께 했는데도 몰라보다가 나중에서야 알아 봤다는 기록이라든가, 도마를 비롯한 제자들이 예수를 보고서도 몰라보고 손에 있는 못자국과 옆구리의 창 자국을 보고서야 겨우 알아봤다고 하는 기록 등은 무얼 의미할까요?
그건 곧 예수가 다른 육신으로 부활했기 때문입니다.”
“… ???”
깊은 침묵과 긴장감이 장내를 덮고 있었다.
운곡선생의 말씀은 알듯, 모를 듯 하였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였지만, 그것이 정도에게는 선명하게 와 닿지 않았다.
“하하하. 예수는 분명 부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생전에 지니고 있던 몸으로 부활한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부활한 겁니다. 여러분들은 성령으로 부활했다고 하니까, 성령은 아예 육신이 없는 걸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군요.”
“그럼, 성령은 육신이 있다는 말인가요?”
의산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지금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육신’이나 ‘영’에 대해서 또렷하게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확실하군요.”
운곡선생은 다시 한 번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