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면입니다.”
“참, 먼저 언급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그걸 미처 말하지 못했군요. 현무경은 여러분이 지금 보시는 것처럼 한 장을 반으로 접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한 장이 두 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편의상 가장 큰 단위를 장(張), 다음을 매(枚), 그리고 면(面)으로 구분하는 게 좋을 겁니다.”
운곡선생은 칠판에 18장 - 36매 - 72면이라고 적었다.
“이처럼 현무경은 모두 72면으로 되었는데, 맨 뒷장에서 백공으로 된 면수(面數)를 계산해 보세요.”
“글자가 있는 게 한 면이니까, 백공은 3면이네요.”
의산이 얼른 말을 받아 대답을 하였다.
“그렇지. 그럼 앞장에는 4면, 뒷장에는 3면의 백공이 있는 셈인데, 이건 무슨 의미일까? 즉 공수래의 공과 공수거의 공은 어떻게 다를까?”
과연 현무경을 통해서 보니 앞장과 뒷장의 백공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4면과 3면의 차이라.
그게 뭘까? 정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4와 3의 차이라 …
“4는 천중수(天中數)라고 하였죠? 그럼 3은 무얼 가리키나요?”
천중수?
정도는 그런 용어 자체가 생소하였다.
그래도 대충은 알아들을 수 있을 듯 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3은 천지인 3신을 가리킨다는 건 상식이겠죠. 그러니까 현무경의 앞장에 있는 백공은 하늘을 떠받치는 네 기둥이요, 뒷장에 있는 백공은 하늘에 있는 세 주인공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겠죠.”
네 기둥과 세 주인?
음, 그러니까 네 기둥은 집을 가리키고, 세 주인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가리킨다는 뜻인가?
정도의 머리 속은 알쏭달쏭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앞의 백공은 모든 사물을 담고 있는 기본적인 그릇이라고 말입니다. 그릇은 담는 기능이 있는데, 무얼 담으려면 원형보다는 네모진 방형을 택하게 마련입니다. 이상하게 집을 지을 때에도 둥글게 짓지 않고, 사각형으로 짓거든요. 그건 그만큼 그릇의 기능으로서는 사각형이 다 낫기 때문이지요. 현무경의 앞장은 공수래의 0을 가리킨다고 하였는데, 그 0은 바로 모든 걸 품고 있는 그릇이라는 말이고, 그릇은 이처럼 사각형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4면으로 되었다고 보면 어떨까요? 이걸 가리켜 사상(四象)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음양이니 사상이니 하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면서도 실은 사상에 대한 개념이 또렷한 편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사상 = 그릇’이라고 아예 머리와 가슴에 새겨 넣는 게 좋습니다.”
정도는 사상을 ‘태양, 태음, 소양, 소음’의 네 가지로 알고 있었는데, 운곡선생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것이 달리 보이는 것 같았다.
태양, 태음, 소양, 소음은 결국 만물 속에 깃든 네 가지의 음양을 가리키는 것이며, 그것은 모든 사물을 감싸는 커다란 그릇이었던 셈이다.
그러고 보니까 4상으로 갈라지기 전의 음양이나, 사상이 다시 갈라진 8괘 등도 사상과 같은 그릇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음양을 가리키는 2나, 거기서 갈라진 4상이나, 8괘 등은 모두 같은 게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