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는 무엇보다도 천부경을 절대적인 가르침으로 신봉하면서도 막상 그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풀어주는 것이 없었다.
어느 땐가 그가 지원장과 사범들에게 왜 그곳에서는 천부경의 해설을 안 하는 것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들은 말하기를 ‘그건 얄팍한 인간의 지식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고,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기에 해설을 안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운곡선생은 거침없이 천부경을 언급하고 있었다.
“一始無始一과 一終無終一은 분명히 서로 반대 되는 문구입니다. 그런데도 그걸 똑 같은 의미로 풀이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더군요. 앞의 것은 0이 없다는 말이요, 뒤의 것은 10이 함께 한다는 말이지요.”
운곡선생의 풀이는 이랬다.
一에는 시중종이 있어서, 始一은 0이요, 中一은 1이요, 終一은 2라고 하였다.
시일이 없다는 것은 0이 없다는 말이요, 종일이 없다는 것은 2가 없다는 뜻인데, 0이 없다는 것은 숫자가 1에서 9까지만 있다는 것이고, 2가 없다는 것은 숫자가 10을 머금었다는 뜻이라고 하였다.
운곡선생은 알기 쉽게 도표를 그리기도 하였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일시무시일 : 1 - 2 - 3 - 4 - 5 - 6 - 7 - 8 - 9 : 9변 일종무종일 : 10 - 9 - 8 - 7 - 6 - 5 - 4 - 3 - 2 : 9복 공즉시색 : (11 11 11 11 11 11 11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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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현무경의 앞면과 뒷면에 대한 정리를 해보기로 할까요? - ‘앞면은 모든 사물의 출발은 0이라는 공에서 시작하고, 그 중간에는 1,100개의 글자와 17개의 영부가 있으며, 마지막에는 다시 공으로 돌아가는데, 처음의 공이 순수한 0을 가리키는데 비해 마지막 공은 1과 0이 합한 10의 상태인데, 이를 가리켜 공즉시색이라고 한다’ - 이렇게 하면 될 겁니다.”
정도는 속으로 운곡선생의 강좌는 빈틈이 없다고 느꼈다.
학생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면서, 때로는 부모처럼, 때로는 형이나 오빠처럼, 그러면서도 이처럼 세밀하면서도 자상하게, 재미있게 해 준다는 게 정말 고마웠다.
“현무경의 앞, 뒷면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인생은 본래 공에서 나왔지만 현무경의 18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9변과 9복을 통하면서 1에서 9에 이르는 色을 완성하여 마침내 그 핵심이랄 수 있는 천지인 3신을 하나로 일관하는 자성에서 공즉시색, 색즉시공의 경지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말하기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허무한 인생이라고 노래를 하지만, 현무경에서는 그게 아니라 인생은 비록 공에서 왔지만 그 결과는 천지인 3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대자유를 누리는 하나님이 된다는 사실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9변과 9복을 통한 1, 100자와 17개의 영부를 깨달으면 된다고 얘기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무경을 성편하신 시천주의 뜻이며, 개벽사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