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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 죽 한 그릇

영부, 精山 2008. 6. 5. 08:03

팥 죽 한 그릇

 

이삭의 두 아들 쌍둥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형 에서는 사냥꾼이 되었다.

성경에는 ‘에서는 익숙한 사냥꾼인고로 들사람이 되고, 야곱은 종용(從容)한 사람인고로 장막에 거하였다고 - 창세기 25장 27절’고 하였다.

이것도 에서가 털사람이라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짐승은 당연히 들에서 살아야 하고, 사람은 집안에서 살아야 한다.

야곱이 장막에 살았다는 건 단순한 장막을 가리킨 게 아니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 기업으로 받을 땅에 나갈 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갔으며, 믿음으로 저가 외방에 있는 것 같이 약속하신 땅에 우거하여 동일한 약속을 유업으로 함께 받은 이삭과 야곱으로 더불어 장막에 거하였으니 이는 하나나의 경영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을 바랐음이니라 - 히브리서 11장 8절 ~ 10절”

 

하나님으로부터 동일한 약속을 유업으로 함께 받은 아브라함, 이삭이라고 하였는데, 그 유업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자녀와 그 가족, 씨족, 민족, 국가’를 가리킨다.

장막에 거주했다는 것은 아직 그 세력이 미약하다는 의미다.

나중에 그들은 예루살렘 성을 건축하고 그 곳을 중심으로 하여 이스라엘 국가를 건설한다.

따라서 야곱이 이삭의 장막에 거주하였다는 건, 다른 생각으로 한 눈 팔지 않고 꿋꿋하게 하나님의 유업을 이을 장자가 되기를 바랐다는 뜻이다.

 

야곱이 하나님의 장자가 되기를 얼마나 평소에 염원했던가 하는 건, 팥 죽에 얽힌 일화(逸話)로 충분하다.

에서가 하루는 사냥을 하고 집에 들어오니 배가 몹시 고팠다.

마침 야곱이 끓여 놓은 팥죽 한 그릇이 보였다.

에서가 그걸 먹으려고 하자 야곱은 장자의 명분을 팔라고 하였다.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하여 그 기록을 인용하기로 한다.

 

“야곱이 죽(粥)을 쑤었더니 에서가 들에서부터 돌아와서 심히 곤비(困憊)하여 야곱에게 이르되 내가 곤비하니 그 붉은 것을 나로 먹게 하라 한지라 그러므로 에서의 별명은 에돔(붉음)이더라 야곱이 가로되 형의 장자의 명분을 오늘날 내게 팔라 에서가 가로되 내가 죽게 되었으니 이 장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요 야곱이 가로되 오늘 내게 맹서하라 에서가맹서하고 장자의 명분을 야곱에게 판지라 야곱이 떡과 팥죽을 에서에게 주매 에서가 먹으며 마시고 일어나서 갔으니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경홀히 여김이었더라 - 창세기 25장 29절 ~ 34절”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배가 고파서 팥 죽 한 그릇을 달라고 하는 형한테 장자의 명분을 달라고 할 정도라면 별로 좋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앞에서 말한 의미의 장자의 명분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야곱은 이미 태중에서부터 형과 다툼을 벌였을 정도로 장자권에 몰입하였다.

태중에서 다퉜다고 하는 건, 세상에 들어나기 전의 의식상태를 가리킨다.

즉 아직 세상에서 자신들이 인정을 받고 공적인 활동을 하기 전에 공부나 수련을 하던 기간을 태중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그의 능력과 여건은 에서에 비해 부족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장자를 에서가 차지할 수 밖에 없었지만, 야곱은 이미 장자의 명분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를 테면 또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비록 에서는 장자로 태어났으면서도 그 소중함을 잘 모르고 있었다.

 

떡과 팥죽은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고 당당하게 외쳤던 예수님의 말씀을 상기하면 그 답이 나온다.

 마귀가 ‘이 돌들이 떡이 되게 하라’고 했을 때에 답한 말씀이다.

돌은 흙이 뭉쳐 단단하게 변한 상태다.

흙은 육신을 가리킨다.

육신의 근본이 흙인데, 거기서 단단하게 뭉치거나 구워지면 돌이 된다.

그러므로 돌은 단단해진 마음이나 의식 상태를 가리킨다.

역학으로 말한다면 돌판은 용담도의 7손풍을 가리킨다.

그곳은 본래 3양이 극성한 곳이므로 불에 뜨겁게 돌판이 구워지는 곳이다.

 

모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10계명을 두 개의 돌 판에 새기는데, 이것도 역시 단단한 마음 판을 가리킨다.

마귀가 돌들을 떡이 되게 하라고 한 것은, 단단해진 사람의 자성 자리에 물질적인 욕망을 깃들이게 하라는 시험이었으므로 예수는 당연히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고 답했던 것이다.

에서가 탐했던 떡과 팥도 역시 마귀가 원했던 물질적인 욕망과 의식의 바탕을 이루는 세상의 교훈이었다.

같은 떡과 팥죽이라고 하여도 그걸 원하는 사람의 의식에 따라서 세상적인 말씀이 될 수도 있고, 하늘의 말씀이 될 수도 있다.

에서는 하늘의 장자권 보다는 세상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으므로 아무렇지도 않게 장자권을 팔았다.

에서가 팥죽에 눈이 먼 것도, 실은 색이 붉은 색이었기 때문이다.

붉은 색은 3양이 모인 辰巳之間을 가리킨다.

선천은 정신보다 물질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선천을 상징하는 에서는 당연히 3양이 모인 붉은 색을 좋아한다.

성경에서 붉은 색을 상징하는 것으로는 팥죽, 피, 포도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