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4상과 7성

영부, 精山 2008. 6. 16. 06:22

가뜩이나 제일 처진다고 생각했던 정도에게 운곡선생의 느닷없는 질문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 … ”

 

그가 답을 못하고 있자, 운곡선생은 4는 4상을 가리키고, 7은 칠성을 가리킨다는 걸 상기하라고 하였다. 그래도 정도는 갑갑하였다.

 

“4상은 동서남북이라는 평면을 가리키고, 7은 입체의 중심과 연관되는 것 같은데, 더 이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허어. 답을 다 말해 놓고 잘 모르겠다고 하면 되나? 4는 동서남북이라는 큰 그릇이요, 7은 그 속에서 빛나는 광명이죠. 인체로 말한다면 4는 4지를 가리키고, 7은 그 속에서 빛나는 7규나 7정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지요. 하늘은 4방에 허공이라는 큰 틀을 지니고 있으며, 물질은 그 속에서 빛을 발하는 존재라는 의미이겠죠. 이처럼 4방에 7성이 있는 걸 가리켜 28수(宿)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무경의 첫 장은 28자로 시작을 하게 된 겁니다.”

 

그러면서 운곡선생은 ‘익자삼우 손자삼우 기서재동 언청신계용 기유정월일일사시 현무경’을 손가락으로 세면서 외워나갔다.

 

“여러분이 나중에 다시 공부하겠지만, 현무경의 첫 장을 28수로 시작을 하게 되는 까닭은 후천의 인존문명은 성력(星曆)을 써야 한다는 걸 가리키기 위함입니다. 성력은 태양력과 태음력을 부모로 하여 태어난 자식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아니? 달력에도 부모와 자식이 있단 말인가? 정도는 속으로 웃었다.

 

“지금까지 인류는 태양력과 태음력을 위주로 사용했습니다. 태양력은 365 1/4일로 주기를 삼고, 태음력은 354 7/19일로 주기를 삼고 있지요? 태양력은 양을 위주로 하고, 태음력은 음을 위주로 한다는 건 상식인데, 음과 양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음도 아니요, 양도 아닌 제3의 존재가 하는 겁니다. 마치 그것은 봄의 씨앗과, 여름의 꽃을 하나로 통일하는 건 가을의 열매라는 사실과 동일합니다. 열매가 나오면 비록 예전의 씨와 꽃은 안 보여도 열매 속에 온전히 들어가 있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태양력을 아버지요, 태음력을 어머니라고 한다면 그걸 하나로 통일하는 걸 가리켜 자녀에 해당하는 것은 성력, 혹은 황극력(皇極曆)이라고 부릅니다. 일월에서 벌어진 별들을 별이라고 하니까, 별을 자녀라고 하는 건 자연스런 이치이겠죠. 이런 이치에 따라 후천 인존문명에서는 28성수가 운행하는 적도를 기준으로 삼게 됩니다.”

 

“적도는 예전부터 하늘의 기준을 세워주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후천의 기준이 된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럴 겁니다. 방금 전에 묵산이 말한 것처럼 적도는 요즘 새로 생긴 건 아니죠. 그러나 그걸 바라보는 인간의 의식은 변하게 마련입니다. 예전에는 태양이 다니는 황도(黃道)를 기준으로 하여, 남북으로 각기 36도를 출입한다고 믿었습니다. 물론 그때에도 적도는 항상 있었지만, 황도를 기준으로 모든 걸 판단하였지요. 그러나 지금은 황도가 아니라 적도를 기준으로 천체의 운행을 판가름해야 할 시대가 되었습니다. 즉 황도에서 적도로 기준이 옮겼다는 말입니다. 황도를 기준으로 하는 선천 낙서판에서는 28수가 각성(角星)에서 일어나 항, 저, 방 … 장, 익, 진의 순서로 운행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후천에서는 정반대로 진, 익, 장 … 방, 저, 항, 각의 순서로 운행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28수를 설명할 적에 다시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임자(壬子), 임오(壬午)에서 시작한 선천의 28수가 후천에는 계미(癸未), 계축(癸丑)으로 역순한다는 것만 말씀드리고 다른 기회에 28성수에 관한 걸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현무경의 외형을 중점으로 언급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