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옥산의 대답은 숫자, 천간, 팔괘와 연관되었는데, 지지가 빠졌군요.
12지지에서 본다면 하늘의 중앙은 3양에 해당하는 곳이니까 진사지간(辰巳之間)이 됩니다.
그러면 땅의 중앙은 당연히 3음에 해당하는 술해지간(戌亥之間)이 되겠군요.”
“전에 말씀하시기를 3양의 중앙은 寅이요, 3음의 중앙은 酉라고 하신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3양의 중앙을 진사지간이라고 하니까 헷갈리는데요.”
고개를 갸웃하면서 옥산이 질문을 하였다.
“아! 그런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그건 그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사실 알고 보면 12지지 모두가 중앙입니다.
시천주께서도 종도들에게 ‘천지는 사방에서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걸 기억할 겁니다. 이건 사방이 모두 중앙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지금 내가 만약 ‘천지의 중앙이 어디냐?’고 질문을 한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할 건가요?”
천지의 중앙이라?
북두칠성은 하늘의 중심이고, 땅의 중심은 지구의 내부일 텐데 … 그렇다면 천지의 중앙은?
정도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옆에 있던 의산이 입을 열었다.
“천지의 중앙은 나 자신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마음입니다.”
“하하하.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마음은 무형이기에 사실 특정한 방위가 없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천지가 사방에서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건, 특정한 방위나 시간에 국한 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방금 전에 옥산이 질문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자면 이와 같은 인식을 명확하게 한 후에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12지지는 모두 천지의 중심을 가리킨 겁니다.
子午는 天地之正中이라고 하는데 선천과 후천의 기준, 혹은 오전과 오후의 기준을 가르는 중심입니다. 지금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戌은 辰과 더불어 ‘天地之遁門’이라고 하는데, 천지가 둔갑하는 중심 문이라는 뜻입니다.
천지가 둔갑한다는 건, 천지가 음에서 양으로, 양에서 음으로 그 몸을 변형시킨다는 뜻이지요.
그렇게 말하는 까닭은 진사지간에서 3양이 되어 극양(極陽)에 처하고, 술해지간에서 3음이 되어 극음(極陰)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양이 다하면 음이 되고, 음이 다하면 양이 되는 법칙에 따라 진사지간이나 술해지간에서 천지는 둔갑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 중에서 진사지간은 양이 극에 달하지만, 술해지간은 음양이 다 극에 달한 상태이므로 형상으로 상징되는 만물의 허상을 벗어버리고 실상인 중앙으로 돌아가게 마련이지요.
그걸 가리켜 心이라고 하기에 ‘天地之中央은 心也‘라고 한 겁니다.
이처럼 만물이 허상을 벗어버리고 실상을 나타내게 되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死無餘恨符라고 하였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실상을 다 이루었는데 더 바랄 게 어디 있나요?
완성된 인간은 형상이 없어져도 영생하는 법이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戌會에 이르면 지구에는 더 이상 유형적인 만물이 존재하지 않는 빙하기가 닥칩니다.”
“그럼, 과학자들이 지구상에는 몇 번인지 모를 빙하기가 있었다고 하는 설이 사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