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음에서 천지인 3신이 동격으로 펼쳐진다는 걸 술부가 보여준다고 하셨는데, 어디에 그런 게 있나요? 또 미부에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삼우가 펼쳐졌다고 하는데, 그게 어디에 있나요?”
오랜만에 현산이 질문을 했다.
“오! 현산 낭자께서 오늘은 비음(鼻音)을 섞지 않으셨네요.
그럼 소인도 비음을 섞지 않겠사와요.”
운곡법사의 농에 일행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3이 상하로 펼쳐진 걸 볼 수 있지요?
맨 위에 가로로 세 개의 선이 그어져 있는데, 그건 천지인이 상중하로 펼쳐진 상태이며, 바로 그 밑에 세 개의 선이 세로로 그어져 있는데, 그건 천지인이 좌중우로 펼쳐진 상태입니다.
선천에서는 눈에 보이는 형상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하늘이 상, 인간이 중, 땅이 하에 있다고 보는데, 거기에서 파생한 것이 차등(差等)세계였으며 그걸 가리킨 것이 가로로 된 세 개의 선입니다.
이에 비해 후천에서는 눈에 안 보이는 자성을 위주로 하는데, 그건 곧 천지인이 평등(平等)하다는 의미이며, 그걸 가리킨 것이 세로로 된 세 개의 선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음효(陰爻)인 --이 있지요?
음효가 하나 있으면 1음이라고 하니까, 후천은 1음에서 천지인이 평등하게 동격(同格)으로 나타난다는 걸 일러주는 셈이지요.
또한 미부의 사방에 삼우가 펼쳐졌다고 하는 건, 미부에 3획으로 된 게 네 개가 있다는 걸로 알 수 있습니다.”
“네. 잘 알았사와요”
가로( )와 세로( ) 로 이루어진 선, 후천의 천지인 3신과 1음, 그리고 그 옆에 이 두 개의 3신을 하나로 이어주는 또 하나의 3획이( ) 있는데, 이건 사람의 3신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이처럼 세 개의 3신과 2획으로 이루어진 1음(--)을 합친 11획이 술부의 운필체수입니다.
그 왼편에 있는 아홉 개의 점은 후천의 9궁을 가리키는데, 이건 후천의 9궁, 즉 후천의 천지인 3재가 이루어내는 9궁을 가리킵니다.
그 밑의 좌우편에는 각기 궁을(弓乙)이 있는데, 오른 편에 있는 건 좌궁우궁(左弓右弓)이라 하고, 왼 편에 있는 건 쌍을(雙乙)이라 합니다.
생긴 모습을 보면 궁을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정도가 자세히 부를 들여다보니 弓을 좌우로 갈라놓고, 乙을 상하로 벌려놓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술부의 운필체수가 11획이라는 건 천지의 중앙에서 11귀체를 이루는 건 술부라는 사실을 일러줍니다. 물론 午符의 글자 수도 ‘기유정월일일사시현무경’이라고 하는 11개였지만, 그것이 실상으로 드러나는 건 술에 이를 때입니다.
이는 곧 후천의 시작은 오미에서 비롯하지만, 그것이 온전하게 되는 건 戌會라는 걸 가리킨 겁니다.
또 다른 각도에서 공부를 해볼까요?
술부와 충이 되는 건, 진부라고 하였죠?
진부의 문구를 보면 ‘誓者는 元天地之約이라야 有其誓’라고 하였지요?
맹서라고 해서 다 맹서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진정한 맹서는 원래 천지가 맺은 약속이라야 한다는 풀이가 되는데, 술부의 ‘천지지중앙‘이라고 한 것과 대조적으로 ’원천지지약‘이라고 한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똑같이 천지라는 문구가 나왔지요?
그건 곧 3양이 진이고, 3음이 술이기 때문입니다.
3음과 3양이 이루어지면 천지가 다 이루어진 셈이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현무경에서 술부를 통하여 전달하고자 한 핵심은 ’술부는 천지의 중앙인 心이며, 동서남북이 신의어심한다고 한 사실‘입니다.
이것은 곧 천지의 중앙은 그동안 心이 차지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