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심이라고 하니까 꼭 서양에서 온 정신이나, 사상, 가르침을 가리키는 걸로 안다면 그야말로 착각입니다.
동방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여도 만약 어두운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서심에 속한다고 하는 겁니다.
현무경 식으로 표현한다면 ‘기서재서’라고 하는 게 옳을 겁니다.”
其瑞在西라면?
전에 얼핏 들은 기억이 났다.
현무경 첫 장의 ‘其瑞在東’과 대조적인 표현으로서, 서방에 있던 1음 오미, 2음 신유, 3음 술해를 가리킨다는 정도는 정도도 익히 알고 있었다.
후천에서는 음이 동방으로 가고, 양이 서방으로 이동하는 법칙에 따라 오미, 신유, 술해가 모두 동방으로 이동하는 것이 용담의 모습이라는 게 정도의 뇌리에도 어느 새 각인이 되어 있었다.
운곡선생은 칠판에 자부의 형상을 그렸다. (자부의 중앙에 있는 그림)
특히 중간의 그림에 붉은 펜으로 원을 그렸다.
“이걸 잘 보면 중간의 분계선을 기준으로 하여 좌편에 5획, 우편에 3획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합하면 8획, 즉 8괘를 가리킨다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중간의 분계선까지 합하면 9궁이 됩니다.
이처럼 자부는 중심에 후천의 8괘와 9궁을 품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천의 3양에서 후천의 1음으로 시생한 상태에서는 8괘와 9궁을 가리키는데, 이를 가리켜 후천 8괘, 후천 9궁이라고 부릅니다.
선천의 4정4유가 아니라, 후천의 4정4유를 가리킨 겁니다.
선천에는 사정, 즉 정북방에는 1감수, 정동방엔 3진뢰, 정중앙에는 5중앙, 정서방에는 7태택, 정남방에는 9리화의 순서로 흘렀습니다.
그러나 후천에서는 정남방 2곤지, 정서방 4태택, 정중앙 6중앙, 정동방 8간산, 정북방 10건천의 순서로 흐른다는 걸 일러주는 셈이지요.
선천에서는 1, 3, 5, 7, 8, 9 양으로 흐르고, 후천에서는 2, 4, 6, 8, 10 음으로 흐른다고 하는 건 이런 데에 기인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이 1일이니까 1번이 답할 차례이군요.”
1번은 맨 앞에 앉아 있는 명산이었다.
명산은 긴장이 되는지 눈을 동그렇게 뜨고 운곡법사를 쳐다보았다.
“후천 4정, 4유를 나타내는 이 부분을 보면 왼편과 오른편에 각기 몇 획으로 되어 있나요?”
명산은 검지손가락으로 허공에 그림을 그리더니 왼편은 5획이고, 오른편은 3획이라고 대답했다.
“그게 무얼 가리킬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