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자부 - 13

영부, 精山 2009. 2. 2. 07:52

“주공이 상고에게 물었다.

 ‘나는 상고가 계산술에 숙달해 있다고 들었는데, 옛 성인 복희가 어떻게 광대한 하늘을 잴 수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하늘에 오르는 사다리도 없고, 자로 재기에는 엄청나게 큰데 어떻게 그랬는지요?’

상고가 대답했다.

‘계산하는 방법은 원과 방에서 비롯됩니다.

원은 방에서 얻어지고, 방은 곡자(曲子)에서 얻어집니다. 곡자는 구구팔십일의 계산술에서 생깁니다.”

 

지금 운곡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원은 방에서 나왔다는 게 사실이었다.

 

“이 그림에서 본 것처럼, 원은 방의 대각선의 합으로 이루어지고, 방은 4방으로 나타난 원의 네 개의 지름을 이어서 이루어집니다.

이걸 수리로 나타내면 원은 2요, 방은 4라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그럼 각은 당연히 8이라고 해야겠지요.”

 

운곡선생의 말을 듣는 순간, 정도의 머리에는 문득 2 × 2 × 2 = 8이 떠올랐다. 그것은 8괘의 성립 과정에서 나왔던 것인데, 그것과 지금 운곡선생의 설명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가?

 

“이것은 전에 8괘가 2를 세 번 곱해서 나왔다고 할 적에, 처음의 2는 하늘이요, 두 번째 2는 땅이며, 세 번째 2는 인간이라고 했다는 걸 기억할 겁니다.

그것과 지금 내가 말하는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지요.

다만 그때는 숫자로만 얘기했으나, 지금은 도형을 그려가면서 얘기한다는 차이가 있을 따름이지요.

처음에 등장하는 2를 도형에서 찾는다면 원의 반지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지름은 원의 중심에서 상하, 좌우 등 두 군데로 나누어진 것이니까 당연히 2가 됩니다.

무수한 반지름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 원이라면 2를 하늘이라고 보아야겠지요.

다음에 4를 도형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원의 네 점, 즉 4방에서 방이 형성된다는 사실이겠죠.

그것은 앞에서 말한 반지름이 4방으로 드러난 상태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각은 8각에서 찾게 마련인데, 그걸 도형으로 그린다면 어떻게 나타날까요?”

 

진산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칠판으로 향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렸다.

 

 

 

 

 

 

 

 

 

“음,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운곡선생이 만면에 웃음을 띠면서 말을 하였다.

 

“원은 2로 상징되는 두 개의 반지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냥 둥근 형체로 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걸 숫자로 나타내면 2 × 1 = 2가 됩니다.

그러나 네 개의 반지름을 이으면 4각형으로 각을 이루게 되는데 그건 2 × 2 = 4입니다.

4각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이미 그 속에 있던 네 개의 대각선을 합하면 도합 8개의 선이 그려지는데, 이걸 계산으로 나타내면 2 × 2 × 2 = 8입니다.

그러니까 8괘는 인간의 머리에 나타나는 만물의 상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