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의 뇌리에는 문득 88서울 올림픽이 떠올랐다.
몇 사람인가 종로의 한 선술집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담론을 나눌 적에 누군가 88올림픽을 단기로 환산하면 몇 년이 되느냐는 질문을 한 일이 있었다.
1,988년에 2,333년을 더 해보니 4,321년이었다.
1, 2, 3, 4를 거꾸로 순차적으로 나열한 것이어서 정도의 머리에는 쉽게 각인이 되어 있었다.
“그건 88올림픽과 연관이 있는 듯한데요.”
“어! 어떻게 그렇게 금방 답이 나왔나요?
88올림픽은 단기 4,321년이니까 단군께서 고조선을 세우신 후 4,320년이 지난 걸 축하하기 위해서 전 세계에서 사절단이 모인 겁니다.
그러니까 1년 4,320시간을 4, 320년으로 환산해서 보면 무언가 연관성이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이런 건 여러분이 나중에 시간 있을 적에 찬찬히 정리해 보세요.
그러면 반드시 시공의 법칙이 어떻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그건 그렇고 조금 아까 몇 사람이 선천의 세수인 인월에서 후천의 세수인 유월로 바뀌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 달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내가 잘 못 들었나요?”
“아닙니다.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일행이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정도도 사실 다시 듣고 싶던 말을 그들이 대신 해주는 지라 속으로 그들이 고마웠다.
“선천에서는 양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자축인묘진사‘라는 여섯 지지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인진이 1양, 2양, 3양을 주도 했지요.
1양은 天子라 하고, 2양은 人寅이라 하며, 3양은 地辰이라 하였죠? 禮라는 건, 항상 중도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天子와 地辰 사이에 있는 人寅이 선천의 예, 즉 동어례자가 되었던 겁니다.
자인진이 태양의 변화를 가리킨다면 축묘사는 태음의 변화를 가리킵니다.
중도를 따진다면 寅과 더불어 卯도 해당 되지만, 굳이 묘를 세수로 사용하지 않고 인을 사용한 까닭은, 선천은 양을 위주로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두도 양에 해당하는 子時로 삼았고, 태세도 양에 해당하는 辰으로 삼았던 겁니다.
그러니까 앞에서 3음, 3양의 운동이라고 한 건, 사실 시두, 세수, 태세를 나오게 하는 운동이라는 걸로 받아들이는 게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선천과는 달리 후천에서는 오미, 신유, 술해라는 여섯 음에서 태세, 세수, 시두가 나오는 개벽을 단행해야 하는데, 후천은 음의 시대이므로 오신술이 아닌, 미유해가 그 임무를 담당합니다.
地未와 人亥 사이에 天酉가 중도를 잡아 주어야 하므로 후천의 세수는 酉月로 머리를 들게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