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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 - 7

영부, 精山 2009. 2. 12. 08:31

“선천에서는 天子와 地辰 사이에 있는 人寅이 중도에 들었으니까 천지 사이에 인간이 중심을 잡았고, 후천에서는 地未와 人亥 사이에 天酉가 들어가서 사람과 땅의 중심을 하늘이 잡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아! 그건 선천에서는 형상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위로는 하늘이요, 밑에서는 땅 사이에 인간이 들어갔다는 얘기이고, 후천에서는 형상이 아닌 실상을 위주로 하는데, 땅의 2坤德으로 도덕의 머리를 드러내고, 그걸 이루는 것은 인간이 하는데, 항상 그 중심에는 天道가 중도를 잡아준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선천의 시작은 하늘에서부터이지만, 결국은 땅의 물질로 마감을 한다는 뜻인데, 그 사이에 인간이 있었지만 아직 어린 의식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죠.

대개 선천의 학문은 입으로는 하늘을 따른다고 하면서 결국은 아무런 열매도 없는 허상인 물질문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도에 인간이 있어서 마치 천부경에서 말하는 ‘人中天地一’로 착각을 하기 십상인데, 아직 덜 익은 인간이었습니다.

그걸 가리켜 동어례자라고 한 겁니다.

이에 반해서 후천은 땅의 물질문명에서 시작을 하는데 그건 선천의 것과는 달리 하늘과 땅이 한데 조화를 이룬 것이기에 인간의 완성으로 결론이 납니다.

그 중도를 이루는 것이 하늘인데, 선천에서는 虛像에 지나지 않았던 하늘이 후천에는 實相을 이루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걸 가리켜 정어례자라고 합니다.

이런 것은 선천의 중도를 잡아주던 세수가 호랑이 寅이요, 후천의 중도는 닭 酉라고 한다는 점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酉는 ‘닭 유, 달기 유’라고 하지요?

達己 酉라는 건, 己酉에 도달한다는 걸 가리킨 것이고, 그것은 곧 현무경을 개벽주가 성편한 기유년을 가리킨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無妨)합니다.

호랑이는 짐승의 왕이죠?

선천에서 천지의 기준을 잡아준 것은 호랑이처럼 힘 있고, 권위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호랑이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눈싸움, 즉 氣싸움을 하는 걸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호랑이를 보면 얼른 눈을 내리 깔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생장기에는 기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성장기인 후천으로 넘어가면 기싸움이 아니라, 理싸움을 하게 됩니다.

기싸움은 무력을 위주로 하지만, 이싸움은 진리를 위주로 합니다.

그걸 가리키는 것이 바로 天酉입니다.

호랑이 같은 사람을 人寅이라고 한다면, 닭 같은 하늘을 天酉라고 합니다.”

 

닭 같은 하늘이라니? 정도는 그런 말도 있나 하고 속으로 웃었다.

 

“닭은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때를 안다는 건, 곧 철이 든다는 얘기입니다.

닭을 가리키는 酉는 西中有一이라고 하는 형태를 취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서방에 一태극이 들어간 상태입니다. 호랑이를 가리키는 寅을 보면 一태극이 由(스스로 생기다)하여 좌우로 뿌리를 내린 걸 보호(宀 : 집 면, 보호할 면)한다는 뜻이 있지요?

이처럼 寅에서 뿌리를 내린 1태극을 차갑고 단단한 음기를 상징하는 西中에 담은 걸 가리켜 酉라고 하였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酉는 오행으로 金이라 하고, 寅은 木이라고 한 겁니다.

목은 봄이요, 금은 가을입니다.

즉 봄의 태극을 가리켜 인이라 한다면, 가을의 태극은 유라고 합니다.

‘닭‘이라는 용어도 실은 ’목적에 達했다. 다가섰다’는 데서 왔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선천은 태양이 주관을 하였지만, 후천은 달이 주관을 하며, 달이 주관을 할 적에 비로소 인간의 정신은 그 목적에 달한다는 걸 암시합니다.

그것을 ‘達己酉’라고 한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은데, 선천의 천간의 중심은 戊였지만, 후천에서는 己가 되고, 기에서 첫 번째로 시작하는 것이 후천의 머리가 되는데, 그걸 己酉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무경의 첫 머리는 ‘기유정월일일사시’라고 기록했습니다.

우리 속담에 이르기를 ‘호랑이에게 열두 번을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하는 말이 있지요?

우리조상들은 하필이면 왜 호랑이를 그런 데에 인용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