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는 고등학교 시절에 교관 선생님이 떠올랐다.
한 손에는 항상 회초리를 들고 다니면서 제식훈련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된다’는 말로 호통을 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것은 선천에 인간의 정신을 물고 가는 것이 호랑이라는 걸, 우리 조상들은 잘 알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인간의 정신은 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달의 머리, 즉 月頭는 항상 寅月로 시작을 했기 때문이지요. 호랑이가 열두 번을 물고 간다는 것은 1년 열두 달의 시작을 인월로 하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대자연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운행하는 법!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하는 것처럼, 호랑이는 더 이상, 인간의 정신을 물어갈 수 없습니다.
하필이면 왜 닭의 모가지를 비튼다고 했을까요?
그것은 후천의 첫머리를 물고 나오는 것이 닭이기 때문입니다.
선천에 호랑이가 물고 나오던 것을 후천에는 닭이 물고 나오는데, 그걸 아무리 못하게 막으려고 하여도 기어이 새벽은 온다는 말입니다.
새벽은 개벽을 가리킵니다.
이런 이치를 우리조상들은 아득한 옛날부터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 좋은 예가 ‘鷄林’이었습니다.”
계림이라면 예전에 경주를 가리키는 이름이라는 기억이 정도의 뇌리에 떠 올랐다.
그러고 보니 계림유사라는 책의 이름도 떠올랐다.
“뭐 아시는 분은 다 알겠지만, 신라의 석탈해왕이 경주의 서쪽의 始林에서 닭 우는 소리를 듣고 신하에게 살펴보게 했답니다.
신하가 가보니 금궤 하나가 나뭇가지에 달려 있고, 흰 닭이 그 밑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신하가 돌아와 이 사실을 알리자 왕은 날이 밝는 대로 그 궤짝을 가져오게 해 열어보았는데, 그 속에 총명하게 생긴 어린 사내아이가 있었습니다.
왕은 이를 기뻐하며 아이 이름을 "알지"라 부르고, 금 궤짝에서 나왔으므로 성을 "김씨"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때부터 시림을 계림으로 바꾸고, 나라 이름도 계림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경주의 옛 이름을 계림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역사적인 시각이 아니라, 酉가 수풀을 가리키는 7손풍의 자리에 배치가 되는 것이 계림이라는 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세상입니다.
계림의 원래 이름이 始林이라는 것도 그 곳에서 후천의 정어례자가 시작한다는 걸 미리 일러주었다고 나는 믿습니다.”
용담도를 머리에 온전하게 각인한 상태였기에 정도는 운곡선생의 말씀이 알알이 들어와 박히는 것 같았다.
정도가 알고 있던 계림은 수풀 속에서 닭 울음소리가 났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용담도 동남방의 酉巽戌을 가리킨다는 게 신기하였다.
그런데 왜 7손풍이 수풀을 가리키는지 궁금하였다.
“그런데, 7손풍과 수풀은 무슨 관계가 있나요?”
“그건 8괘를 공부할 적에 언급한 것 같은데, 다른 분들도 기억이 없나요?”
“아닙니다. 기억은 하고 있는데, 손괘가 왜 木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몇 사람이 입을 모아 답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