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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 - 11

영부, 精山 2009. 2. 18. 08:37

그것은 모양들이 엇비슷하기 때문이었다.

 

“음의 성질은 하강을 위주로 하나요? 아니면 상승을 위주로 하나요?”

 

“그야 음이니까 당연히 하강을 위주로 합니다.”

 

일행은 자신 있다는 듯이 대답을 하였다.

“그건 너무 쉬웠나요? 그러면 다 자란 음은 밑에 있어야 하나요? 위에 있어야 하나요?”

 

이번에는 대답들이 두 편으로 갈렸다.

어떤 이는 다 자랐으니까 맨 위에 있어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음은 하강하는 성질이 있으니 다 자란 음은 맨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하였다.

 

“음은 하강하는 성질이 강하다고 하였죠?

그러니까 맨 위에 있는 음은 하강하기 시작한 상태를 가리키고, 반대로 맨 밑에 있는 음은 더 이상 하강할 데가 없이 다 자란 상태를 가리킨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까 음효가 맨 위에 있는 태괘는 음기가 하강하기 시작한 상태이므로 소녀라 하였고, 맨 밑에 음효가 있는 손괘는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이 다 자란 음이므로 장녀라고 했습니다.

장남인 진괘가 맨 처음 시작한 양기를 가리킨다면, 장녀인 손괘는 마지막까지 다 자란 음기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손괘는 첫 번째로 태어났지만 다 자란 형상에 비중을 두었고, 진괘는 형상보다는 제일 빨리 움직인다는 변화에 비중을 두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물 중에서 음기가 제일 크게 다 자란 걸 뽑는다면 단연 바람입니다.

이와는 달리 사물 중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건 단연 번개입니다.

이런 이치에 의해서 손풍(巽風)과 진뢰(震雷)라는 공식이 나온 겁니다.”

 

“아!”

 

몇 사람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손괘는 그 바탕이 본래 음효이면서도 사상으로는 소양에 속하고, 소양 중에서도

다시 소강에 속한다고 하였죠?

땅의 사상은 소양(󰁏)과 태음(󰁐)으로 나누어지는데,

태음이 더 음의 본령에 가깝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러기 때문에 태음

에 속하는 간괘와 곤괘는 둘 다 艮土(山土), 坤土(田土)라고 하여 土로 본 것이요,

소양에 속하는 손괘와 감괘는 木과 水라고 하게 됐습니다.

감괘를 水라고 한 건 쉽

게 납득할 것 같아서 생략하기로 하고, 손괘를 木이라고 한 이유를 알아볼 것 같으

면 木이라는 글자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十을 8방으로 펼쳐내는 역할을 하

는 것이 木이기 때문입니다.

十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乾十이요, 다른 하나

는 坤十입니다. 건십을 펼쳐내는 첫 머리는 巽木이요, 곤십을 펼쳐내는 첫 머리는 震木입니다.

같은 木이라고 해도 진목은 陽木이요, 손목은 陰木입니다.

이 두 개의 木이 합한 걸 가리켜 林이라고 합니다.

격암유록의 청림도사(靑林道士)는 이 두 개를 가리킨 것인데, 그것은 곧 용담도의 5진뢰와 7손풍, 즉 천부경의 ‘五七一妙衍’을 가리킨 겁니다.

그것도 모르고 마치 어느 특정인물이나 자신들의 교주를 가리킨 것처럼 떠들고 있는 걸 여러분도 아마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제 사촌 형이 청림도사가 계룡산에 나타났다고 하면서 가산도 탕진한 채 지금도 정신 못 차리고 있거든요.”

 

낙산이 쓴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