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성이 천지를 한데 내포한 중심이 돼야 하는데, 5,10토가 중앙에 있는 한, 결코 인간이 천지의 중심이 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서 분명히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것은 5와 10에 관한 의미입니다.
5는 9의 중심이요, 10은 19의 중심이라는 사실입니다.
9는 1에서 9에 이르는 9변을 가리키고, 그 한 가운데에 5가 있기 때문에 5를 가리켜 ‘변화의 중심’ 혹은 ‘변화의 중매자’라고 하지요.
그러면 19의 중심에 10이 있다는 건 적멸의 중심에 무극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적멸이라 함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뜻입니다.
5가 변화의 중심이라면 10은 불변의 중심이지요.
이처럼 5와 10은 변화와 불변이라는 상반된 것의 중심입니다.
변화는 반드시 구체적인 형체로 드러나야 합니다.
형체가 없는 변화는 열매 없는 쭉정이와 같아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비록 5와 10이 중심수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구체적인 형체를 지닌 열매는 아닙니다.
5와 10은 형체를 드러내게 하는 매개체이지 결코 열매는 아닙니다.
구체적인 형체로 드러날 적에 맨 처음을 숫자로 말하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답하겠습니까?”
“6이 아닐까요?”
“음. 문산이 제법인데. 그럼 그 이유는?”
“…”
문산은 알고는 있는데, 말로 설명하기는 곤란한지 뒤통수를 긁적였다.
“5에서 맨 처음으로 생기는 건 6이니까 그런 게 아닌가요?
또 0(10)에서 맨 처음에 생기는 건 1이지요?
그러니까 구체적인 형체로 나타나는 숫자는 1(양)과 6(음)이지요?
그래서 1, 6이 우주의 중심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공부하는 용담도입니다.
천간으로 말하면 甲己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니, 甲辰日, 甲戌日, 己未日, 己丑日이 기준이 되어 절국이 정해지게 된 겁니다.
선천에서는 24절기가 정해지는 기준이 없어서 갑일도 되고, 을일도 되는 등 뒤죽박죽이었던 것이 후천에서는 일정한 질서를 세울 수 있으니 이를 가리켜 무도에서 유도로 전환했다고 하는 겁니다.
그럼 현무경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 그러니까 1, 6수가 중앙에 들어갔다고 해서 1,6 수의 비신인 현무도 중앙에 들어간다고 하는 건가요?”
앞자리에 앉은 낭산이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죠.
현무를 북방의 비신으로만 알고 있다면 현무경이라고 한 참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중앙의 5, 10토를 기준으로 한다면 중앙을 상징하는 누런 색을 가리키는 황정경을 주 경전으로 삼아야겠지요.
또한 인물도 黃帝(황제)를 위주로 해야겠지요.
실제로 선천의 선법은 황제로부터 비롯했다고 하지 않나요?
그러나 후천의 선법은 누구로부터 비롯하였나요?”
“그건 증산개벽주가 아닌가요?”
낭산 옆에 나란히 앉은 명산이 운곡선생을 바라보면서 약간은 자신이 없다는 듯 답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