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강
2강에 이어서 이번 강좌에서는 하도와 천간, 지지의 관계와 하도와 복희8괘의 관계에 대해서 집중적인 고찰을 하기로 한다.
1. 하도와 인체로 본 숫자의 신비
2. 하도에서 간지가 발생한 根據(근거)
3. 간지의 의미
1. 하도와 인체로 본 숫자의 신비
전편에 이어 이번에는 하도를 통한 숫자의 오묘함을 집중적으로 살피기로 한다.
편의상 인체와 하도를 비유하면서 논리를 전개하기로 한다.
하도에는 8괘에 해당하는 8방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곧 하도에는 천축, 지축, 인축의 3대축(三代軸)이 있다는 의미다.
인체에도 3대축이 있으니, 그것은 아버지가 물려 준 천축과 어머니가 물려 준 지축, 그리고 자신의 몸에 본래 있는 인축이다.
그것을 하도에서 찾는다면 하도의 중심에 있는 흰 점 다섯 개 중에서 가운데 1태극이 천축이요, 주위에 있는 두 개의 흰점이 지축이며, 세 점을 하나로 연결한 것이 인축이다.
하도에는 동서남북 4방이 있고, 인체에는 사지(四肢)가 있다.
4방에는 각기 음양이 있어 1, 6수와 2, 7화, 3, 8목과 4, 9금의 8방이 있는 것처럼, 인체의 4지는 상박(上膊)과 하박(下膊)으로 구분한 8절이 있다.
하도의 8방은 10토를 감싸고, 또 그 중심에는 5토가 있고, 그 안에는 1태극이 자리잡았다.
인체도 역시 8절이 머리의 5관과 흉부의 5장을 합한 10수를 감싸고 있으며, 그것은 5행이 음양으로 나누어진 것이고, 그 중심에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
하도의 밑에 1, 6수가 자리 잡은 것처럼, 인체의 아래에는 물을 주관하는 신장과 방광이 자리잡았다.
남방에는 2, 7화가 열기를 주관하는 것처럼, 인체도 온기(溫氣)를 주관하는 심장과 소장이 상부에 자리를 잡았다.
동방에 木氣를 주관하는 3, 8이 자리를 잡은 것처럼, 인체도 역시 용기와 담력을 관장하는 간과 담이 존재한다.
하도의 서방에는 단단한 금기(金氣)를 관장하는 4, 9금이 있는 것처럼, 인체도 폐와 대장이 존재한다.
하도의 중심에는 흰 점 5가 있어서 음양과 생성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인체는 5장이 있어 모든 사물을 변화시킨다.
같은 토(土)라고 하여도 5는 1을 6으로 2를 7로, 3을 8로, 4를 9로 변화시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물의 외형적인 면을 주관한다.
그러나 10은 1을 11로, 2를 12로 변화시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물의 외형을 주관하지 않고, 내적인 질의 변화를 주관한다.
그러기 때문에 5장을 통하여 인체는 아이가 성인으로, 살찐 사람이 마른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그러나 ‘십(十) 구멍’을 통해서는 생명, 그 자체를 낳게 마련이다.
5와 10은 土이기 때문에 중심에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 역학자들이 너무도 많다.
그것은 사실 5와 10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5와 10은 분명 土다.
비유하자면 5는 아버지요, 10은 어머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자녀라는 오행을 만들어내는 중심이므로 토다.
그러기에 하도를 풀이한 복희 8괘도에는 10이 들어갔으며, 낙서를 풀이한 문왕도에는 5가 들어갔다. 하도는 天尊文明을 위주로 하고, 낙서는 地尊文明을 위주로 하며, 용담은 人尊文明을 위주로 한다. 지금이 인존시대로 접어들었다면 당연히 5와 10이 중심에 들어갈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들어가야 할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5, 10토에서 나온 자녀들이어야 한다.
자녀 중에서도 제일 먼저 나온 숫자가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할 건 당연한 이치다.
5에서 제일 먼저 나온 수는 6이요, 10에서 제일 먼저 나온 수는 1이다.
따라서 1, 6이 중심에 들어가야 한다는 건 자명(自明)한 이치다.
용담도의 중심에 1, 6수가 자리를 잡은 건 이런 이치에 기인(起因)한다.
만약 지금도 5, 10토가 중심에 들어간 역학(易學)에 매달린다면 이는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철부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도의 1은 수정란을 가리키고, 6은 그것이 구체적인 형태를 띤 육(肉)을 가리킨다.
육(肉)이 물로 채워진 것은 成水 6이 生水 1을 머금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
수정란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분열한다.
이렇게 분열하는 이유는 2火의 속성 때문이다.
분열은 열에 의해 발생한다.
추우면 서로 한 몸이 되려 하는 건 1水의 속성이요, 더우면 서로 떨어지려 하는 것은 2火의 속성이다.
2生火를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내면 7成火다.
그러므로 2는 빛을 발하지 못하지만 7은 빛을 발한다.
그것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七星이다.
인체가 온기를 지니는 것은 2生火가 있다는 증거이며, 그것이 구체적인 형체를 취한 것이 七竅(칠규 - 얼굴의 7구멍)다.
인체에서 7규는 항상 밖으로 드러내야 하는데, 그 이유는 하도에서 가장 높고 밝은 곳에 위치한 것이 7이기 때문이다.
7규 중에서도 2규(눈)만 유독 빛을 발하는 것은 그것이 2生火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7규 중에서도 두 눈이 다른 것보다 먼저 형태를 취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마치 1生水인 수정란이 肉보다 먼저 나온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정란을 다시 세분한다면 정자는 1水요, 난자는 2火다.
그러면 수정란은 3木이요 그것이 단단하게 자궁에 착상(着床)을 하면 4金이다.
정자는 1수의 기운을 띠기 때문에 열에 약하다.
그러므로 고환(睾丸)은 인체에서 가장 차가운 냉장고다.
반대로 난자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인체 깊숙한 난소(卵巢)에 둥지를 틀었다.
자궁 속의 아이를 가리켜 태아(胎兒)라고 한다.
胎는 肉이 자리 잡는 태(台)다.
台는 본래 ‘별 이름’이다.
흔히 말하는 ‘三台星’을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삼태성은 천지인 삼신이 자리 잡은 별인데, 삼신할머니가 거주한다고 한다고 하니 삼신이 삼신할머니다.
그러므로 胎라는 것은 삼신이 인체에 자리 잡는 별이라는 의미이므로, 태아는 ‘삼태성에서 온 아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하늘을 보며 ‘저 별은 내 별, 저 별은 네 별’하던 것은 이와 같은 사실을 은연중에 알려주려고 했던 조상들의 지혜의 산물이다.
태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이렇게 성장하는 기운을 가리켜 3生木이라 한다.
生이란 글자를 보면 牛(소 우)가 一 태극 위에서 나오는 형국이다.
소는 예로부터 깨달음의 상징물로 여겼다.
3에 이르러 비로소 人生(인생)이 탄생하고 그걸 가리켜 3生木이라 한다.
탄생의 모태는 태아요, 태아가 자라나는 기운이 3이다.
그런데 왜 3수를 성장하는 기운인 木氣와 연관을 지을까?
성장은 변화를 의미하고, 변화는 반드시 시 - 중 - 종이라는 3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2에서 변화나 성장을 느낄 수 없는 까닭은 2는 짝을 갖춘 상태이기에 안정(安定)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3은 다르다.
이것은 홀수와 짝수의 차이에서 언급을 하였기에 생략하기로 한다.
인체에서도 이런 법칙은 철저하게 적용되는데, 그것은 9개월간의 태아기(胎兒期)를 가리킨다.
10개월 만에 아기가 나온다고 하는 건, 만 9개월을 가리키고, 그것은 곧 9변을 가리킨다.
동물 중에서 인간처럼 정확하게 이런 법칙으로 탄생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체의 내면에 있는 3生木이 겉으로 드러나면 8등신이다.
8등신은 머리보다 몸통의 크기가 8배가 된다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곧 하도의 중심에 있던 1태극이 8방의 형상으로 벌어지는 원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므로 8등신이 완성되면 더 이상 인체는 성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도의 3이 5를 입으면 8로 나타나는 것과 같다.
음수 중에서 가장 큰 수는 8이다.
8에서 한 번 더 음이 발전하면 十 즉, 무형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8보다 형상적으로 더 큰 수는 없다.
그러기 때문에 인체도 머리보다 몸통이 8배로 불어난 8등신이 되면 더 이상 성장을 멈춘다.
사물을 평면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4방에 지나지 않지만, 입체적으로 보면 8방이 나온다.
그것이 팔괘이므로 결국 8괘는 사물을 입체적인 면에서 본 것이다.
하도의 4, 9는 서방에 배치하였으니, 그 까닭은 서방의 금기운을 가리키는 것이 4, 9이기 때문이다. 金은 단단하다.
동방의 3, 8목은 솟아나는 힘이 강한데, 그걸 가리켜 彈力(탄력)이라고 한다.
동방은 태양이 솟는 곳이요, 태양이 솟는 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탄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인체의 생장을 주로 하였지만, 그와 상대적인 서방의 4, 9금은 마감을 주로 한다.
그러므로 금은 탄력이 없다.
대신 빈틈이 없이 단단하며 굳세다.
씨를 부리고 가꾼 모든 공로가 열매라는 단단한 그릇 속에 온전히 보존되어야 하는 필연적인 자연의 법칙이 이런 상태를 낳았다.
인체에서 3에 해당하는 정기신 3보가 천지의 3신처럼 활발하게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4에 해당하는 4지는 그런 움직임을 실질적인 열매로 드러나게 한다.
아무리 좋고 훌륭한 것이라고 하여도 사지가 없으면 결코 그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천지에 충만한 3신의 기운도 동서남북이나 춘하추동이라는 4시와 4방이 없다면 결코 온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5와 10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5, 10을 가리켜 土라고 한다.
土는 十과 一의 합이므로 유, 무형의 합인 동시에 음양의 합이다.
하도의 중앙에 5, 10이 있다 함은 곧 음양의 합이 있다는 얘기다.
중심에 음양이 있기에 그것이 4방, 8방으로 확산된 8괘도 음양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5와 10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이미 많은 언급을 하였으니 여기서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걸 인체와 연결하여 설명을 해보는 선에서 그치기로 한다.
흉복부에서 5에 해당하는 것은 5장이다.
5는 1을 6으로 만들어주는데, 그것은 5장이 인체에 흡수된 물(1生水)을 肉과 연결되는 물(6成水)로 변화시키는 것과 같다.
5는 2를 7로도 변화시키는데, 그것은 인체로 들어오는 모든 열량(2生火)을 5장의 상호작용으로 7규에 밝은 빛을 비치게 하는 것과 같다.
또한 5는 3을 8로 변화시키는데, 그것은 인체의 왕성한 생장력이나 탄력(3生木)을 담는 8등신으로 화하게 하는것과 같다.
5는 4를 9로 변화시키는데, 그것은 인체가 4방과 4시를 통해 단련된 단단한 깨달음의 열매를 아홉 개의 구멍을 통해 다시 본래의 10으로 돌려보내기 위함이다.
인체에 있는 9규는 한결 같이 허공과 상통하는 곳인데, 섣불리 미숙한 것을 주고 받을 수는 없기에 열매를 상징하는 4, 9가 그 일을 맡았다.
5와 10의 차이점은 5는 형상의 변화를 주도하는데 반해, 10은 질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十을 통하여 나오는 것은 생명체인데 반해, 5장을 통하여 나오는 것은 물질적인 형상에 국한된다는 걸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인체와 하도를 찬찬히 비교하여 연구를 한다면 생명의 신비나 자아 발견 등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은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겨두고 이번에는 하도에서 천간과 지지가 어떻게 나왔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하도에서 간지가 발생한 根據(근거)
선천에서는 하늘의 상생과 땅의 상극이 순서대로 주도권을 쥐고 천지를 움직였으나, 후천에서는 인간이 주도권을 쥐고 천지부모를 대신하여 대권을 물려받는데, 이때에는 상생도 아니요, 상극도 아닌 생극합덕(生克合德)의 중용문화가 꽃을 피운다.
그것을 가리켜 용담문화, 혹은 황극문화라고도 한다.
황극문화는 황극력이라는 무윤력(無閏曆)을 사용한다.
이미 황극력이 세상에 등장한 지도 어언 20여 星霜(성상)이 흘렀건만 세상은 아직도 洛書(낙서) 투성이다.
황극력에 대해서는 앞으로 자세한 언급이 다시 있을 것이므로 그때 가서 다시 하기로 하겠지만, 합덕문명을 생활화함에 있어서는 달력의 사용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
사회의 기본적인 구성요소가 모두 합덕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하도의 중심에 있는 5행도다.
그것을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3원5행(三元五行)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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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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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보면 볼수록 신비한 맛이 있다.
2강에서 살펴보았지만, 하도의 중심은 사실 평면이 아니라 입체다.
입체적인 면으로 다시 음미를 한다면 중앙의 백 한 점은 사실 셋이라는 걸 알게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천지인의 3대 축이 一貫(일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걸 좀 더 세밀하게 살핀다면, 다시 수박을 가르는 게 좋다.
수박을 세 번 갈라서 나타난 것은 8괘다.
그러나 칼질은 세 번했다.
이것을 가리켜 ‘3.8선’이라 한다 함은 이미 앞서 말했다.
세 번 가른 수박의 표면에는 도합 여섯 개의 십자가 형성한다.
十字는 두 개의 선, 즉 음양의 결합을 의미하므로, 천부경에 기록한 ‘天二, 地二, 人二’가 바로 이것이다.
그것이 각기 세 개씩 있으므로 ‘天二三, 地二三, 人二三’이라고 하였으며, 그 합이 6이므로 ‘大三合六’이라고 했다.
이처럼 천부경의 원리는 수박을 갈라보면 너무나 쉽게 답이 나온다.
그리고 수박은 우주만물이며, 그걸 축소한 것이 하도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하도는 수박이다.
대삼합은 6이지만, 그것은 각기 음양으로 구성된 것이므로 도합 12인데, 이것이 바로 12지지다.
이걸 하도에서 찾아보도록 하자.
하도의 그림은 다들 안 보고도 그릴 수 있을 줄로 믿는다.
북방(下方)의 1은 중심의 5와 합하여 6이 되고, 동방(左方)의 3도 역시 중심의 5와 합하여 8이 되며, 남방(上方)의 2도 중심의 5와 합하여 7이 되고, 서방(右方)의 4도 역시 중심의 5와 합하여 9가 된다.
북방 |
남방 |
동방 |
서방 |
1 + 5 = 6 |
2 + 5 = 7 |
3 + 5 = 8 |
4 + 5 = 9 |
여기서 1은 子, 6은 亥, 2는 巳, 7은 午, 3은 寅, 8은 卯, 4는 酉, 9는 申이 됐다.
그럼 辰, 戌, 丑, 未는 어디에 있을까? 북방의 1子를 6亥로 만드는 5가 丑이요, 동방의 3寅을 8卯로 만드는 5는 辰이요, 남방의 2巳를 7午로 만드는 5는 未요, 서방의 4酉를 9申으로 만드는 5가 戌이다.
3元 |
天元:子水, 地元 :丑水, 人元:亥水 |
天元:午火, 地元:未火, 人元:巳火 |
天元:卯木, 地元:辰木, 人元:寅木 |
天元:酉金, 地元:戌金, 人元:金申 |
4方 |
북방 |
남방 |
동방 |
서방 |
이처럼 3원과 4상에 의해서 모든 천지의 운행이 흘러가는데 이를 가리켜 천부경에서는 ‘삼사성환(三四成環)’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원리에 의해 하도에서 12지지가 파생하였다.
이것은 여섯 개의 十字가 음양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그리고 하도의 중심에 있던 다섯 개의 흰점 5가 4시로 나뉘어 춘, 하, 추, 동의 매개를 하여서 나온 결과가 12지지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 10천간은 수박의 어떤 것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은 수박을 세 번 갈라서 두 개의 사각형(수직 사각형, 수평 사각형)의 8점과 중앙에 있는 두 개의 점을 합한 수라고 할 수 있으니, 그것은 바로 표면에 있는 8괘와 중앙의 음양을 합한 수다.
여기서 천간과 지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리할 수 있는데, 천간은 5방과 5행이 음양을 갖춘 상태요(5 × 2), 지지는 6합에 있는 음양, 즉 6기의 음양을 가리킨다(6 × 2).
수박의 표면에 나타난 여덟 조각은 중심에 있던 음양의 곱이며(2 × 2 × 2), 여섯 개의 十字는 음양의 합이다(2 + 2 + 2).
그럼, 이 둘의 차이는 무얼 의미할까? ‘
2 × 2 × 2’나 ‘2 + 2 + 2’나 모두 천지인의 음양을 가리켰다.
그러나 ‘2 × 2 × 2’는 천지인 3재의 바탕에 있는 공통분모인 음양이 천지인으로 나누어진 상태를 가리킨 것이요, ‘2 + 2 + 2’는 3재가 지니고 있는 각자의 고유한 음양을 합해 놓은 걸 가리킨다.
이처럼 ‘2 × 2 × 2’는 천지인의 공통적인 음양에 관한 것이요, ‘2 + 2 + 2’는 천지인의 개체적인 음양에 관한 것이다.
여하튼 이런 원리에 따라 하도에서 천간과 지지가 파생했다.
이것을 다시 한 번 간략하게 정리하면, 천간은 하도의 중심에 있던 형상(2)이 4방과 8방이라는 공간으로 벌어진 상태를 가리키고, 지지는 하도의 중심에 있던 시간(3)이 4시라는 시간으로 벌어진 상태를 가리킨다.
10 천간 |
뜻 |
12 지지 |
뜻 |
1 + 9 |
하도의 중심 1태극이 천지인 3대축이 3변한 9궁 속에 들어 있는 상태. |
1 + 11 |
하도의 중심 1태극이 11귀체를 이룬 상태. |
2 + 8 |
하도의 중심에 있는 2음양이 천지인 3곱한 셈과 본래의 음양을 합한 상태. |
2 + 10 |
하도의 중심 2음양을 바탕으로 天5, 地5로 벌어진 상태. |
3 + 7 |
하도의 중심에 있는 3신이 천지인 3대축의 일치점인 7성과 합한 상태. |
3 + 9 |
하도의 중심 3신을 바탕으로 3신이 스스로 3변한 상태. |
4 + 6 |
하도의 중심에 있는 4상이 천지인 3대축의 음양을 합한 6합과 합한 상태. |
4 + 8 |
하도의 중심 4상을 바탕으로 4상이 음양으로 벌어진 상태. |
5 + 5 |
하도의 중심에 있는 5행이 스스로 음양을 갖춘 상태. |
5 + 7 |
하도의 중심 5행을 바탕으로 천지인 3대축이 일치점을 이룬 상태. |
|
|
6 + 6 |
6합이 스스로 음양을 갖춘 상태. |
위와 같은 법칙에 의해 10천간과 12지지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간지에 붙인 명칭에 대한 고찰을 해보기로 한다.
3. 간지의 의미
이번에는 간지의 의미에 대한 고찰을 해보기로 한다.
간지는 예로부터 曆法(역법)의 기초가 되었으며, 동양문화의 저변에 깔려 있는 문화의 원동력이다. 그러므로 간지를 모르고서는 동양문화, 아니 진리의 근원을 안다는 것은 遙遠(요원)하다.
일반적인 간지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천간 |
지지 |
의미 |
甲 |
寅 |
동방의 양목(陽木), 生木, 巨木, 청색, 신맛, 간, 봄 |
乙 |
卯 |
동방의 음목(陰木), 成木, 초목, 초록색, 신맛, 간, 봄 |
丙 |
午 |
남방의 양화(陽火), 成火, 산불, 赤色, 쓴맛, 소장, 여름 |
丁 |
巳 |
남방의 음화(陰火), 生火, 촛불, 황적색, 쓴맛, 심장, 여름 |
戊 |
辰戌 |
중앙의 양토(陽土), 生土, 광야, 짙은 황색, 단맛, 위장, 長夏 |
己 |
丑未 |
중앙의 음토(陰土), 成土, 전답, 엷은 황색, 단맛, 비장, 장하 |
庚 |
申 |
서방의 양금(陽金), 成金, 광산, 흰색, 매운 맛, 대장, 가을 |
辛 |
酉 |
서방의 음금(陰金), 生金, 보석, 흰색, 청량한 맛, 폐, 가을 |
壬 |
子 |
북방의 양수(陽水), 生水, 大海, 검은 색, 짠 맛, 방광, 겨울 |
癸 |
亥 |
북방의 음수(陰水), 成水, 시내, 검은 색, 짠 맛, 신장, 겨울 |
이상은 일반적인 것인데, 좀 더 깊은 면을 살피면 다음과 같다.
천간은 본래 공간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각 방위에 고유한 5행이 있게 마련이며, 지지는 시간을 가리키는 것인데 3음, 3양으로 변화하는 6기로 나타난다.
子丑은 1양(-), 寅卯는 2양(), 辰巳는 3양(☰), 午未는 1음(), 申酉는 2음(), 戌亥는 3음(☷)을 가리킨다.
이것이 각기 음양으로 또 나누어지므로 12지지가 됐고, 그것이 12시간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천간과 지지는 각기 공간과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간지의 배합은 시공의 상태를 가리킨다는 것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동방의 5행 |
3음, 3양의 변화 |
甲子 |
동방에서 벌어지는 1양, 봄의 자시에 일어나는 1양의 기운 - 天水 |
乙丑 |
동방에서 벌어지는 1양. 봄의 축시에 일어나는 1양의 기운 - 地水, 地木 |
甲寅 |
동방에서 벌어지는 2양, 봄의 인시에 일어나는 2양의 기운 - 人木 |
乙卯 |
동방에서 벌어지는 2양, 봄의 묘시에 일어나는 2양의 기운 - 天木 |
甲辰 |
동방에서 벌어지는 3양, 봄의 진시에 일어나는 3양의 기운 - 地木, 地火 |
乙巳 |
동방에서 벌어지는 3양, 봄의 사시에 일어나는 3양의 기운 - 人火 |
甲午 |
동방에서 벌어지는 1음, 봄의 오시에 일어나는 1음의 기운 - 天火 |
乙未 |
동방에서 벌어지는 1음, 봄의 미시에 일어나는 1음의 기운 - 地火, 地金 |
甲申 |
동방에서 벌어지는 2음, 봄의 신시에 일어나는 2음의 기운 - 人金 |
乙酉 |
동방에서 벌어지는 2음, 봄의 유시에 일어나는 2음의 기운 - 天金 |
甲戌 |
동방에서 벌어지는 3음, 봄의 술시에 일어나는 3음의 기운 - 地金, 地水 |
乙亥 |
동방에서 벌어지는 3음, 봄의 해시에 일어나는 3음의 기운 - 人水 |
서방의 5행 |
3음, 3양의 변화 |
丙子 |
서방에서 벌어지는 1양, 여름의 자시에 일어나는 1양의 기운 - 天水 |
丁丑 |
서방에서 벌어지는 1양. 여름의 축시에 일어나는 1양의 기운 - 地水, 地木 |
丙寅 |
서방에서 벌어지는 2양, 여름의 인시에 일어나는 2양의 기운 - 人木 |
丁卯 |
서방에서 벌어지는 2양, 여름의 묘시에 일어나는 2양의 기운 - 天木 |
丙辰 |
서방에서 벌어지는 3양, 여름의 진시에 일어나는 3양의 기운 - 地木, 地火 |
丁巳 |
서방에서 벌어지는 3양, 여름의 사시에 일어나는 3양의 기운 - 人火 |
丙午 |
서방에서 벌어지는 1음, 여름의 오시에 일어나는 1음의 기운 - 天火 |
丁未 |
서방에서 벌어지는 1음, 여름의 미시에 일어나는 1음의 기운 - 地火, 地金 |
丙申 |
서방에서 벌어지는 2음, 여름의 신시에 일어나는 2음의 기운 - 人金 |
丁酉 |
서방에서 벌어지는 2음, 여름의 유시에 일어나는 2음의 기운 - 天金 |
丙戌 |
서방에서 벌어지는 3음, 여름의 술시에 일어나는 3음의 기운 - 地金, 地水 |
丁亥 |
서방에서 벌어지는 3음, 여름의 해시에 일어나는 3음의 기운 - 人水 |
… 나머지 방위도 같은 원리이므로 생략 함.
3. 하도에서 팔괘가 나오는 원리
하도가 나온 지 103년 차에 이르러 복희성인께서 하도를 풀이하여 8괘를 그었다.
8괘를 그은 것을 가리켜 劃期(획기)라고 하는데, 흔히 사용하는 劃期的(획기적)이라는 말은 여기서 由來(유래)한다.
모든 것이 삼 세 번에 이르는 것처럼, 인류의 역사도 3획을 긋는 법인데, 첫 번째 획은 하도를 풀이한 복희 성인이 그었고, 두 번째 획은 낙서를 풀이한 문왕이 그었으며, 세 번째 획은 일부 선생이 그었다.
그러므로 하도가 먼저 나오고 후에 8괘가 나왔다.
하도가 나온 것을 가리켜 천시갑자(天始甲子)라 하고, 복희성인이 8괘를 그은 것을 가리켜 천개갑자(天開甲子)라고 한다.
동양문화는 천개갑자로부터 비롯하였다.
그러므로 하도는 반드시 8괘를 통하여 그 의미를 살펴야 한다.
태극에서 양의(兩儀)가 나오고, 양의에서 四象(사상)이 나오며, 사상에서 8괘가 나온다.
태극은 하도의 중심에 있는 흰 점을 가리킨다고 한 것은 2강에서 말한 바와 같다.
1태극은 형상이나 움직임이 아직 나누어지기 이전의 상태를 가리킨다.
하도의 중심에 있는 1태극은 이와 같은 양면(형상과 작용, 즉 체와 용)을 모두 품고 있는데, 형상은 반드시 상대적인 짝을 지니게 마련인데, 이를 가리켜 陰陽(음양)이라고 한다.
하도의 중심에 있는 1태극을 감싼 4방의 네 점은 바로 음양을 가리킨다.
형상은 내부를 보여주지 못하는 법이므로 표면에 드러나게 마련인데, 가로 두 점, 세로 두 점 도합, 네 점을 통해서 나타난다.
이처럼 표면으로 나타난 형상은 중심을 보여주지는 못하므로 속을 텅 빈 모습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으니, 그것이 바로 음효(陰爻 )다.
이와 반대로 사물의 작용은 무형으로 나타나는데, 무형은 사물의 중심에 싸여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작용을 나타낼 적에는 중심을 잇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으니 그것이 바로 양효(陽爻 −)다.
하도의 중심에 있는 다섯 점은 가로, 세로의 두 개의 음효를 합한 태음(太陰 )과 역시 가로, 세로로 벌어진 두 개의 양효를 합한 태양(太陽 ), 그리고 한 개의 양효와 음효가 조화를 이룬 소음(少陰 )과 소양(少陽 )으로 구성됐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하도의 중심에는 이미 양의와 사상을 내포하고 있으며, 4상이 다시 음양으로 벌어지면 8괘가 되는데, 그것을 나타내는 게 바로 하도의 8방에 널려 있는 1, 6수, 2, 7화, 3, 8목, 4, 9금이라는 걸 留念(유념)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2. 음양
음은 로, 양은 −로 나타난다.
음효는 두 개의 막대기로 이루어졌으므로 숫자로 2라 하고, 양효는 비록 한 개의 막대기로 나타나지만, 그것은 두 개의 막대기를 한데 이어준 것이므로 3이라고 한다.
이처럼 하늘을 가리키는 양은 3으로, 땅을 가리키는 음은 2로 나타난다고 하여 옛 어른들은 ‘삼천양지(參天兩地)’라고 하였다.
하도의 중심에는 각기 두 개의 음효(4)와 두 개의 양효(6)로 이루어졌으므로 도합 10의 수를 간직한 셈이다.
十이라는 숫자에는 이처럼 음양의 효를 통해서 10을 내포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걸 좀 더 깊숙하게 살핀다면 하도에는 이미 하도, 낙서, 용담이라는 3대 상서의 도수가 모두 내포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도에 등장하는 음수 2, 4, 6, 8, 10의 합 30에 음효 숫자 2를 곱하면 60이요, 양수 1, 3, 5, 7, 9의 합 25에 양표 숫자 3을 곱하면 75가 된다.
이 둘을 합하면 135가 되는데, 이것은 복희 8괘의 수를 모두 합한 36(4 × 9), 문왕 8괘의 수를 모두 합한 45(5 × 9), 용담 8괘의 수를 모두 합한 54(6 × 9)를 도합(都合)한 수다.
135는 사실 5 × 27인데, 5행이 천지인 3계에서 9변한 상태다.
또한 9 × 15도 되는데, 하도의 중심에 있는 천행 15도가 9변한 상태다.
그 바탕인 하도의 1태극인 본5를 합하면 140이 되는데, 이는 현무경 이조장의 총 글자 수와 일치한다.
大學 : 玄武經 12자, 玄武 4자, 益者三友損者三友其瑞在東 12자 - 합 28자 (星宿)
小學 : 서종과 5, 1절 8, 2절 20, 3절 21, 4절 16, 5절 19, 6절 23 - 합 112(律數)
도합 - 140(以詔章)
또한 현무경 상편의 글자 수(符內字 제외)가 420자인데, 이는 이조장 140자가 천지인 3계로 벌어진 것이다.
이를 보건대, 현무경의 이조장은 하늘의 7성이 4방에 벌어져 28수를 이루고, 그것이 다시 입체적인 5방을 형성하여 28 × 5로 140을 이룬다는 걸 알게 된다.
이것을 가리켜 개벽주는 ‘선비는 大學經 1章 章下를 알아두어야 하나니라 하시고 외워 주시니 이러하니라
右經一章 蓋孔子之言而曾子述之 其餘十章則 曾子之意而門人其之也 舊傳頗有錯簡 今因程子所定而更考經文別有序次如左 - 대순전경 3장 44절’이라고 하였다 (대학경의 오른 쪽 1장은 공자의 말씀을 모두 증자가 기록하고, 그 나머지 10장은 증자의 뜻을 문인이 기록하였으나 예전에 전하는 것은 순서가 매우 뒤섞여 있던 것을 이제 정자가 경문을 다시 고찰하여 본래 정한대로 왼편과 같이 차례를 다르게 놓았다). 이처럼 현무경은 철저하게 우주의 질서를 도수대로 편성해 놓았다는 걸 알 수 있으니, 이는 곧 우주만상은 음양으로 이루어졌음을 가리킨다.
3. 하도와 8괘
하도에는 10개의 숫자가 있는데, 그것을 풀이한 복희 성인은 8괘만 그렸다.
10개의 숫자라면 10개의 괘를 그려야 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숫자와 괘(卦)는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괘는 수박을 천지인 3계의 입장에서 가른 결과 나타난 조각이다.
조각은 형상이요, 체(體)다.
그러면 수는 무얼 가리킬까?
하도를 통해서 본 10개의 수는 각기 5행을 가리킨다.
이른바 1, 6水, 2, 7火, 3, 8木, 4, 9金, 5, 10土가 그것이다.
水는 장(藏)을, 木은 생(生)을, 火는 장(長)을, 土는 화(化)를, 金은 성(成)을 각기 성장한다.
나무로 치면 근(根)을 가리키는 것은 水와 北方의 겨울이요, 묘(苗)는 木과 東方의 봄이며, 화(花)는 火와 南方의 여름이고, 實은 金과 西方의 가을이다.
이처럼 숫자는 방위와 5행의 속성을 상징한다.
숫자에 대해서는 문왕도를 해설학 적에 어차피(於此彼) 다시 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우선 8괘와 하도에 대한 설명만 하기로 한다.
하도를 풀이한 복희 성인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복희 8괘를 보는 게 가장 현명하다.
☰ 乾
☱ 兌 巽 ☴
☲ 離 坎 ☵
☳ 震 艮 ☶
坤 ☷
위 그림을 보면 맨 위에는 건괘가 자리를 잡았는데, 맨 위는 하늘이므로 乾天이라 하고, 맨 밑에는 땅이므로 坤地라고 한다.
이것은 上天下地한 천지의 형상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건괘를 기준으로 하여 왼 편의 태, 리, 진은 밑의 효가 모두 양효로 되어 있고, 곤괘를 기준으로 하여 오른 편의 손, 감, 간은 밑의 효가 모두 음효로 되어 있다.
맨 밑의 효는 그 출발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왼편은 모두 양에서 출발을 하였고, 오른 편은 모두 음에서 출발했다는 걸 가리킨다.
양에서 출발한 왼편은 천지사상(天之四象)이라 하고, 음에서 출발한 오른 편은 지지사상(地之四象)이라 한다.
천지사상에는 건태이진이 있는데, 건은 천(天)이요, 태는 택(澤)이며, 리는 화(火)요, 진은 뢰(雷)라고 한다.
지지사상에는 손감간곤이 있는데, 손은 풍(風)이요, 감은 수(水)이며, 간은 산(山)이요, 곤은 지(地)라고 한다.
건괘나 태괘는 다 같이 태양수 6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그것은 여름 중의 양이 건괘요, 여름 중의 음이 태괘다.
이것은 하도의 7이 건괘요, 2가 태괘와 연결된다.
곤괘나 간괘는 다 같이 태음수 4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겨울 중의 양이 간괘요, 겨울 중의 음이 곤괘다.
하도에서는 1이 간괘요, 6이 곤괘다.
리괘나 진괘는 다 같이 소음수 5를 기본으로 하는데, 봄 중의 양이 리괘요, 봄 중의 음이 진괘다. 하도에서는 3이 리괘요, 8이 진괘다.
손괘나 감괘는 다 같이 소양수 5를 기본으로 하는데, 가을 중의 양이 손괘요, 가을 중의 음이 감괘다. 하도에서는 4가 손괘요, 9가 감괘다.
그러나 문왕도에 이르면 전혀 그 숫자가 달라진다.
그것은 그때에 다시 거론하기로 한다.
건괘는 순양의 모임이요, 거기서 최초로 생기기 시작한 음을 가리켜 태괘라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택(澤)이다.
태괘의 형상을 보면 맨 위에 음효가 하나 있고, 밑에 두 개의 양효가 받치고 있다.
음의 성질은 본래 下降(하강)하는 경향이 있는데, 맨 위에 있는 태괘의 음효는 하강을 시작하는 처음의 음이기에 막내딸인 少女(소녀)라고 한다.
음의 속성대로 하강하기는 해야겠는데, 그 힘이 아직 미약하여 두 개의 양에 막혀 있는 형국이다. 그러므로 태괘의 卦象(괘상)은 막혀 있는 상황이다.
막힌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澤(택)이다.
연못은 바다처럼 탁 트인 것이 아니라, 일정한 부분을 막아 놓았다.
바다는 광활하기 이를데 없어서 때로눈 폭풍우가 몰아치지만 연못은 그런 경우가 없이 항상 잔잔하다.
그만큼 안정감이 있다.
든든한 오빠가 둘이나 있어 떠받쳐주고 있는 형국이니 귀여움을 독차지 한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兌卽悅也(태는 기쁨)’라고 하였다.
태괘의 성질을 잘 이해하려면 상대적인 괘를 살피는 게 최고다.
태괘와 상대적인 괘는 간괘와 손괘다.
간괘는 태괘의 3효와 정반대의 모습을 취하고 있으며, 손괘는 태괘의 순서와 정반대다.
이처럼 모든 괘에는 형태적인 것과 순차적인 것의 두 가지 면으로 상대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8괘를 이해할 때에는 반드시 양면을 동시에 다 살펴야 한다.
그것은 직접 실례를 들면서 알아보는 게 좋다.
먼저 형태(혹은 형체)를 위주로 생각을 해보자.
태괘가 맨 위에 음효가 하나 있는데 반해, 간괘는 맨 위에 양효가 하나 있다.
음은 하강하는 속성이 있으니, 태괘의 음효는 하강을 시작하는 가장 어린 음기이므로 소녀라고 하였다.
이에 반해 양효는 昇降(승강)을 위주로 한다.
그러니까 간괘의 양효는 오를대로 올라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주역에서 ‘艮卽止也(간은 멈춤)’라고 한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이처럼 태괘는 두 개의 양효에 막히고, 간괘는 두 개의 음효에 막힌 상태라는 면만 놓고 본다면 다 같이 미약한 상태이므로 태소녀(兌少女)와 간소남(艮少男)이라고 하였다.
소녀와 소남은 각기 막내 딸과 막내 아들을 가리킨다고 하여 이상적인 배우자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형체만 가리킨 것이지, 그 내용을 보면 전혀 사정이 달라진다.
태괘는 두 개의 양에 막혀(혹은 떠받들려 짐)있고, 간괘는 두 개의 음에 의해 막혀(혹은 떠받들려 짐)있다. 이렇게만 보면 태괘의 음효나 간괘의 양효는 다 같이 미약한 모습이므로 少女(소녀)와 少男(소남)이라고 한다.
이것은 겉의 형체만 보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태괘의 음효는 이제 막 태어난 형체를 가리키는 반면, 간괘의 양효는 마지막에 몰린 상황이다.
진괘는 맨 처음 태어난 1양이요, 감괘는 둘째로 태어난 2양이며, 간괘는 마지막에 태어난 3양이다. 이에 비해서 태괘는 맨 처음 태어난 1음이요, 리괘는 둘째로 태어난 2음이며, 손괘는 마지막에 태어난 3음이다.
그러므로 간괘의 짝은 무조건 태괘이어야 하고, 진괘의 짝은 손괘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만약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면 ‘낙서의 문왕 8괘도는 아버지가 장녀와 붙어먹고, 어머니가 막내아들과 붙어먹고, 장남과 막내딸이 붙어먹는 無道(무도) 천지’라고 말할 게 뻔하다.
그러나 형체적인 면만 본 것이요, 변화라는 면에서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물론 낙서가 용담도에 비하면 과정에 지나지 않으므로 무도라고 하는 건 일리가 있으나, 그 나름대로 철저한 有道(유도)가 있었으며, 그것이 없었다면 그나마 이 세상은 금수보다도 더 못한 상태가 됐을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차차 언급하기로 한다.
여하튼 태소녀는 맨 처음에 태어난 어린 소녀요, 간소남은 마지막에 태어난 막내둥이다.
마지막에 태어난 막내아들을 소남이라고 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맨 처음에 태어난 여자아이를 막내소녀라고 하는 건 재고할 일이다.
왜냐하면 처음에 태어났다고 하여 소녀라고 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오히려 처음에 태어난 여자 아이는 장녀라고 하는 게 옳다.
장녀를 가리키는 손괘는 음효가 맨 밑에 있고, 위에 두 개의 양효가 있다.
그것은 곧 음이 다 자란 3음의 형국이므로 장녀라고 하는데, 사실 장녀는 맨 처음에 태어난 여자 아이다.
그런데도 굳이 태괘를 가리켜 소녀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음효는 하도에서 살펴 본 것처럼, 두 개로 나누어진 사물의 형상을 가리키고, 양효는 셋이 하나로 이어진 변화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형상은 태어난 시간이나 순서를 위주로 하지 않고 성장상태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비록 음효가 처음 생긴 태괘라고 하여도 아직 어린 성장상태라고 하여 막내딸이라고 하였다.
이런 이치에 따라 손괘는 비록 맨 마지막에 나타난 3음이지만 다 자란 성숙한 여인이라고 하여 장녀라고 한 것이다.
간괘도 마찬가지다.
간괘는 양괘에 속하므로 성장상태를 위주로 하는 게 아니라, 변화, 즉 태어난 시간을 위주로 한다. 태어난 때가 맨 처음이라면 당연히 장남이요, 마지막이라면 막내인 소남이다.
간괘의 양효는 맨 마지막에 태어난 것이므로 소남이라고 하였다.
만일 성장상태를 위주로 한다면 맨 마지막까지 다 자라 3양에 해당하는 간괘가 장남이 돼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이 정리가 안 된 상태로 팔괘를 대하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팔괘는 하늘이 낸 상서인 하도, 낙서, 용담을 해석하는 성인들의 절대적인 깨달음의 도구다. 그러기 때문에 혼란이나 혼돈이 생긴다고 하여 抛棄(포기)해서는 안 된다.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중통인의(中通仁義)하는 대성인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으면 학문의 목적인 대자유에 도달하는 길은 찾을 수 없다.
다시 팔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태괘를 연못이라고 한다면, 간괘는 山(산)이라고 한다.
연못은 그 모습이 잔잔한 반면, 산은 뾰족하게 솟았다.
연못은 물을 한데 모우는 반면, 산은 뾰족하여 물을 모울 수가 없어 흩어버린다.
태괘의 兌에 忄(마음 심)을 붙이면 悅(기쁠 열)이 되지만, 간괘의 艮에 忄(마음 심)을 붙이면 恨(한)이 서린다.
태괘의 음효는 두 개의 양이 떠받친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강력한 두 개의 양의 기운을 내리누르는 모습이다.
그것은 곧 강력한 변화를 갈망하는 상황을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므로 변화를 억제하는 힘! 그것이 바로 태괘의 상징이며, 그것을 物象(물상)으로 취하면 澤(택)이다.
澤이라는 글자를 살펴보면 氵와 罒, 幸이 한데 합했다. 맨 처음에 태어난 1음은 丶라 하고, 두 번째로 태어난 2음은 冫(빙)이라 하며, 막내 소녀는 氵이므로 이 또한 태괘를 상징한다.
罒은 ‘그물 망‘이다.
그물은 연못 속의 고기를 한 군데로 모아놓는다. 幸은 一태극과 十無極을 立한다.
즉 澤이라는 글자에는 이미 태괘의 상징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이쯤해서 태괘의 澤을 정리한다면 ’그릇’이라는 긍정적인 면과(음적인 면에서 본 것), ‘억제(양적인 면에서 본 것)’라는 양면이 동시에 들어 있다.
이번에는 태괘와 상대적인 간괘를 살펴보자. 간괘는 다 자란 양이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으므로 止라고 하였다.
이것은 陽을 기준으로 본 것이요, 만약 음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 기세가 등등하다.
그러므로 간괘는 비쩍 마르고 키가 큰 사람이라면, 태괘는 살이 통통하며 작은 사람이다.
간괘의 양효는 위에 있고, 두 개의 음효는 밑에 있으니 양은 위로 계속 오르려 하고, 음은 밑으로 계속 내려가려고 하니 음양이 잘 화합하지 못한다.
그러니 恨이 맺힐 수밖에 없다.
반대로 태괘는 음과 양이 잘 조화를 이루는 상태니 희열을 느낀다.
태괘는 잔잔한 연못처럼 평등심을 가지므로 모든 것이 잘 모여들어 윤택하지만,
간괘는 너무 뾰족하여 아무 것도 모이지 않으므로 가난하다.
태괘는 그릇이요, 간괘는 그릇을 깬다.
이것은 음을 기준으로 본 것이요, 만약 양을 기준으로 한다면 태괘는 양을 강력하게 억제하지만, 간괘는 양이 극에 달했다.
그러므로 태괘는 속에 앙금이 많이 남아 있게 마련이지만, 간괘는 시원하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여도 정신만은 더 없이 고상하다.
맨 위에 있는 한 개의 양이 밑에 있는 두 개의 음을 위로 끌어올리려고 하나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만약 이때에 태괘와 힘을 합하여 택산(澤山)을 이룬다면 모자람이 없으므로 택산함(澤山咸)이라고 한다.
咸은 ‘다할 함‘이다.
이것은 대성괘를 해설 할 적에 해야 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풍요로운 태괘의 모습을 짐승으로 비유한다면 羊(양)과 같다고 하며, 빈약한 간괘의 모습은 개(狗)와 같다.
양은 배가 여유 있게 늘어졌으나, 개는 배가 날씬하게 들어갔다.
배(腹)는 땅의 재물을 가리킨다.
개는 부지런하게 싸돌아다니지만, 양은 한 곳에 머물러 풀을 뜯어 먹는데, 이 역시 음과 양의 성질 때문이다.
이번에는 태괘와 손괘를 비교해 보자.
태괘를 형체로만 비교한다면 당연히 간괘가 상대적이지만, 순서 즉, 변화를 위주로 본다면 태괘의 상대는 손괘다.
형체로 비교한다는 것은 남, 녀 간의 신체구조나 형태를 가리키는 것이고, 변화를 비교한다는 것은 같은 여성이지만 그 내용 상의 차이를 알아본다는 말이다.
태괘와 손괘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맨 처음에 태어난 1음이 태괘요, 마지막 다 자란 3음이 손괘다.
그러므로 태괘는 미성년자의 형상이요, 손괘는 성인의 형상이다.
손괘는 두 개의 양이 위에 있고, 한 개의 음이 밑에 있다.
두 개의 양이 한 개의 음을 위로 끌고 올라가려는 형국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한 개의 음이 두 개의 양을 밑으로 끌고 내려가려는 형국이다.
태괘는 음과 양이 서로 조화를 하는 반면, 손괘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음은 계속 내려가려 하고, 양은 계속 올라가려고 하니 언제 조화를 이룰 것인가!
그러기 때문에 열매를 맺는 것은 태괘요, 씨앗을 뿌리는 것은 소손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왕도와 용담도에서는 서방에 열매를 상징하는 태괘를 배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복희 8괘에서 태괘는 무슨 이유로 동남방에 배치를 하였을까?
복희도는 우주의 봄을 상징하고, 문왕도는 여름을 상징하며, 용담도는 가을을 상징한다.
가을이 되면 당연히 열매가 가을에 해당하는 서방에 배치를 해야 하지만, 봄에는 아직 열매가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대신 남방에는 하지를 상징하는 건천이 들어서고, 북방에는 동지를 상징하는 곤지가 들어서야 하며, 3양의 기운이 극에 이르고 1음이 시작하는 동남방에는 두 개의 양 위에서 한 개의 음이 시작하는 태괘가 자리를 잡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팔괘의 배치에 관해서는 따로 언급을 하기로 하고, 나머지 팔괘의 괘상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하는 게 순서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