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천문, 음양, 정사
“오늘부터는 허무장으로 넘어갑니다.
여기서부터는 후십장(後十章)에 속한다고 이미 소개를 한 바 있습니다.
현무경은 도합 11장인데, 이조장 1장과 나머지 10장으로 구성되도록 한 이치는 무얼까요?
그것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1태극과 10무극을 가리키려고 하는 겁니다.
숫자는 1에서 10까지 열 개라고 하지만, 사실 근원적인 1이 열 개로 나투어진 것임을 잊으면 안 됩니다.
이 근원적인 1을 가리켜 천원수(天元數)라고 합니다.
용담도의 도수가 54라고 하지만, 실은 천원수를 합한 55가 됩니다.
따라서 용담도는 대정수를 드러내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진부(辰符)에서 말하는 원물(元物)입니다.
양부(陽符)의 마지막인 진부에서 55원물을 보여 준 것은 양에서 음으로 넘겨주어야 할 것이 바로 55 원물이라는 증거입니다.
55는 1에서 10까지 합한 수인데, 5가 11개 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우주는 이처럼 5를 기본으로 묶여졌는데, 이걸 잘 보여주는 것이 천부경의 ‘일적십거(一積十鉅)’입니다. 1이 쌓여서 10으로 된다고 하였으니, 열 개를 이룬 하나도 엄연한 하나입니다.
그것까지 합하여 11귀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더 구체적으로 명시해 주는 것이 있다면 바로 허무장의 ‘일자오결(一字五結)’입니다.
일자오결에 대해서는 곧 다시 언급이 있을 겁니다.
이조장이 후천의 유도(儒道)를 나타낸다면 허무장은 선도(仙道)를 나타냅니다.
儒가 治化라면 仙은 造化를 가리킵니다.
치화는 8괘와 9궁으로 하기 때문에 이 둘을 합한 17자로 현무경의 첫 장을 열었다면, 조화는 평면과 입체 사이에서 작용을 하기 때문에 5와 7로 머리를 들고 나오게 마련입니다.
이를 가리켜 5.7두수라고 하며, 그 사이에는 6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조장 1장과 나머지 10장을 연결하는 고리로서 ‘천문, 음양, 정사’라는 여섯 자가 있게 된 것입니다.
5.7두수는 현무경에서 ‘5경7현무’라는 형태로 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5경7현무는 ‘현무’에 ‘경’을 붙인 ‘현무경’이 다섯 개가 있고, ‘경’이 안 붙은 ‘현무’가 일곱 개가 있기 때문에 생긴 표현입니다.
이조장의 오부, 신부, 술부, 진부에 ‘현무경’이 붙고, 자부, 인부에는 그냥 ‘현무’라고만 되어 있었기에 이조장은 ‘4경 6현무’라고 합니다.
이것이 허무장으로 넘어오면 5경 7현무가 되는데, 그래야만 비로소 온전한 조화를 부릴 수 있게 마련입니다.
4경6현무는 앞서 수박을 가를 적에 이미 다 알았던 것인데, 4는 동서남북 사방을 가리키고, 6은 상하, 전후, 좌우, 즉 六合(육합)을 가리킨다고 하였습니다.
육합은 육허(六虛)라고 하는데, 수박을 갈라서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표면에 나타난 여섯 개의 十字를 가리킵니다.
여섯 개의 십자가는 사실 하늘의 음양(2), 땅의 음양(2), 인간의 음양(2)를 가리킵니다.
그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공간은 음양의 합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는 음양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6은 달리 六氣(육기)라고도 하는데, 음양의 합은 곧 氣(기)로 나타난다는 증거입니다.
5기나 7기라는 말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5나 7은 중심을 가리키는 말이지, 결코 허공에 충만한 기를 가리키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5경7현무는 수박의 한 중심을 가리킵니다.
인체로 비유하면 4경은 얼굴에서는 이목구비 4상이요, 몸통에서는 사지를 가리키며, 수족에서는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네 손가락과 발가락을 가리키는데, 얼굴의 이목구비 중앙에는 무형의 생각이 들어가는데, 이를 가리켜 5경이라고 합니다.
또한 몸통에 있는 사지의 한 중앙에는 5장이 들어 있으니 이 또한 5경이라고 하며, 네 손가락과 발가락의 중심에는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이 들어가는데, 이 또한 5경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