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늬? 사람들은 오늬라는 말이 생소한 모양이었다. 정도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예전에는 궁도(弓道)라고 하여 활쏘기는 사대부가의 전통적인 수련방식이었습니다. 활을 쏠 적에 활시위에 화살을 걸쳐야 한다는 건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화살의 맨 끝 부분에 홈을 파서 시위에 걸쳐야 화살이 고정되어 정확하게 날아갑니다. 홈을 파지 않은 화살은 홈을 파 놓은 화살보다 안정성이 적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사격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끝에 홈을 파서 화살을 쏘게 만든 화살을 가리켜 주살이라고 합니다. 그림으로 그리는 게 훨씬 낫겠군요.”
운곡선생은 칠판에 주살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도도 어린 시절에 화살을 쏘아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었다.
“이건 분명히 화살을 가리키는데 어떻게 창을 가리키는 戈라고 할 수 있나요?
하긴 화살이나 창이나 다 같이 살상무기라는 점에서는 같은 의미라고 하겠지만, 다른 건 다른 겁니다. 화살은 弓乙을 가리키고, 궁을은 팔괘에서 공부한 것처럼 우주변화의 원리를 가리키기 때문에 戈보다는 弋을 사용해서 武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리고 止를 云으로 고친 게 아니라, 厶로 고쳤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아마 그 책에는 ‘창으로 선천의 모든 폐습을 일소하는 게 武’라고 풀이 하였을 겁니다.
그러나 방금 살펴본 것처럼 ‘주살로 선천의 모든 폐습을 일소하는 게 武’라고 해야 하는 것처럼, ‘止를 云으로 고친 게 아니라 厶로 고쳤’다고 해야 할 겁니다.
厶를 넣어야 비로소 ‘주살로 선천의 모든 폐습을 스스로 일소한다’는 의미가 선명해집니다.
云을 넣는다면 ‘스스로 일소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일러준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일러준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가 주체가 되지 못한 상태가 아닌가요?”
너무나 명백한 운곡선생의 설명에 일행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정도는 새삼 운곡선생의 꼼꼼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자, 한 점이라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모범을 운곡선생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