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후천의 하늘은 戊己가 아닌가요?”
정도의 질문에 운곡선생은 고개를 잠시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무기는 조화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만약 만물의 형상을 기준으로 한다면 갑을을 하늘이라고 합니다. 오행은 전부 하늘을 가리킨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됩니다,
갑을목은 하늘의 온화함을, 병정화는 하늘의 열정을, 경신금은 하늘의 청량함을, 임계는 하늘의 침착함을, 무기는 하늘의 조화를 가리킵니다.
태을천상이라 함은 태갑에 상대적인 표현인데, 이미 甲은 선천 낙서에서 甲子로 부두(符頭)로 사용하였으니, 후천에서는 乙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乙巳로 부두가 되는 법인데, 그걸 가리켜서 태을천상이라고 하였습니다.
선천에서는 천지인이 합일하지 못하였으니 太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太甲이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이고, 후천에는 합일을 하기 때문에 太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용어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에는 심오한 이치가 들어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소멸음해부를 하나하나 해부해보도록 할까요?”
운곡선생은 칠판에 크게 소멸음해부를 그리기 시작했다.
복잡한 모양인데도 운곡선생은 거침없이 그리는 것으로 보아 단단하게 각인(刻印)이 된 모양이었다.
“여기에는 대부분 1주일 간 법을 전수받은 분들이 모였군요.
매일 일기를 치니까 양부와 음부 12개는 자신 있게 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소멸음해부는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어서 안 보고 자신 있게 그릴 수 있는 분이 적더군요.
하지만 누구나 안 보고 칠 수 있어야 합니다.
영부는 단순한 부적이 아니라 누누이 말한 것처럼, 천지인신이 함께 하는 심령신대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집을 튼실하게 지어야 빗물이 새지 않고, 도둑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도둑은 여러분의 영혼을 훔쳐가는 잡귀들을 가리킵니다.
소멸음해부는 인간을 음해하는 모든 것들을 막아주는 위대한 심령신대입니다.
그러니까 12부만 치지 말고 가끔씩 소멸음해부와 무이구곡(허령부 무이구곡, 지각부 무이구곡, 신명부 무이구곡)도 함께 쳐서 집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자 여기 소멸음해부를 보면 태양처럼 생긴 게 있지요?”
“네”
“거기에는 원이 세 개가 있습니다.
그것은 물론 天元, 地元, 人元이라는 三元을 가리킨다는 건 물어볼 필요도 없겠죠.
삼원은 각기 360도인데, 허무장에 있는 두 개의 36과 또 하나의 36을 가리키는데 그건 어디에 있을까요?”
“부내자가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 개의 36이 十으로 온전해진 상태를 가리키는 게 바로 이 삼원입니다.
세 개의 삼원을 안팎으로 연결한 것이 세 개의 직선이지요.
삼원을 좌우, 동서로 감싸고 있는 모습인데, 그건 과거 선천에서는 남북으로 교류가 벌어졌지만, 후천에서는 동서로 벌어진다는 걸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 밑에 네 개의 선이 커다란 그릇에 싸여 있는데, 그건 만물 속에 사상이 내포됐다는 걸 일러줍니다. 그 밑에는 3원이 각기 밑으로 선을 드리우고 있는데, 첫째 선은 도합 11개의 사선을 지닌 선과 아무 것도 없는 또 하나의 선을 밑으로 달아 내리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