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선은 도합 11개의 사선을 지닌 선과 아무 것도 없는 또 하나의 선을 밑으로 달아 내리고 있군요.
아홉 개는 선에 붙어 있고 두 개는 떨어져 있는데, 두 개는 기본적인 음양을 가리키고, 아홉 개는 유형으로 나타나는 9변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원에 붙은 직선에는 도합 일곱 개의 사선이 붙어 있는데, 그것은 사과를 세 번 가를 적에 나타나는 중심을 가리킵니다.
이 두 개의 원 위에는 곡선으로 이루어진 ㄴ자 모양이 하나 있군요.
그것은 두 개의 원은 천지라는 걸 일러줍니다.
세 번째의 원에 붙은 선은 곡선으로 돼 있는데, 그 위에 ㄴ자 모양의 옆에 열 개의 굵은 점이 수직으로 붙은 직선이 있군요.
직선은 1태극이요, 열 개의 점은 무극을 가리키므로 11귀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데, 곡선으로 이루어진 선이 붙은 원과 연결 됐습니다.
아무런 사선이 없지만 곡선으로 된 것이 특징입니다.
곡선은 두 개 이상의 직선이 합한 것이므로 인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11귀체를 이룬 것이 인간이라는 말입니다.
ㄴ자 모양은 11귀체를 가리키는 열 개의 점 중에서 맨 밑의 1 하늘과, 맨 위의 2 땅을 제한 중심 인간 7을 동그랗게 싼 형국입니다.
그 옆에 마치 화살처럼 생긴 게 있는데 밑에 원이 붙어 있군요.
원은 弓이요 살은 乙을 가리키는데 11귀체를 가리키는 직선의 다섯 번째 점까지 날카로운 촉이 그려진 것은 후천 5행을 가리킵니다.
이처럼 후천의 궁을은 그 왼편으로 붙어 있는 6기와 연결됩니다.
6기라는 것은 길게 휜 못처럼 생긴 여섯 개의 사선을 가리킵니다.
그걸 감싸고 있는 양 옆의 곡선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6기를 품은 음양이 복잡다단하게 나타나는 상징이 아닐까요?
왼편 끝에 그려진 글자 모양 같기도 한 문양들은 복잡다단한 게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겠군요.
다만 위에는 7개의 점이 있고, 밑에는 3개의 점이 있는 걸로 보면 7성과 3원을 합한 10무극을 가리킨다는 건 짐작할 수 있겠군요.
그 밑에 눈처럼 생긴 원 속에 찍힌 눈동자의 점까지 합하면 11귀체를 가리킨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는데, 나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중에서 그걸 나한테 알려주는 분이 나왔으면 좋겠군요.”
운곡선생의 설명을 듣고 다시 한 번 소멸음해부를 뜯어보니 어느 정도 그 윤곽이 머리에 그려지는 걸 정도는 느꼈다.
아무런 의미가 주어지지 않은 채, 그리는 것과 의미를 알고 그리는 것의 차이가 어떤 것인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는 안 보고도 소멸음해부를 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