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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괘

영부, 精山 2009. 5. 13. 07:12

깊은 건 안정을 가리키고, 열린 건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말에 ‘바람 핀다’고 하는 것은 이런 상태를 가리킨다.

툭하면 ‘바람 쐬러 간다’고 하는데, 이것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싶다는 의미다.

손괘는 위에 있는 두 개의 양효를 밑에 있는 음효가 제어할 수 없는 형국이니 저축이나 안정적인 직업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다.

바람은 높은 곳에서 많이 불까?

낮은 곳에서 많이 불까?

그것은 물은 낮은 곳에 많을까?

높은 곳에 많은까? 하는 걸 알면 금방 답이 나온다.

낮은 곳에 연못이 있다면 당연히 높은 곳에는 바람이 많다.

그러므로 태괘는 낮은 차원을 선호하는 반면, 손괘는 높은 차원을 선호한다.

비록 태괘가 물질적인 안정과 풍요를 누리지만,손괘는 반대로 정신적인 경험이 풍부하다.

태괘가 변화를 싫어한다면 손괘는 반대로 변화를 추구한다.

다만 태괘가 지속적이라면 손괘는 금방 시들해지게 마련이어서 새로운 걸 찾아 다시 떠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기 때문에 대성괘에서 태괘가 위에 있는 경우와 손괘가 위에 있는 경우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예를 들면 태괘가 위에 있고, 풍괘가 밑에 있는 ‘택풍’은 ‘대과(大過)’라고 하며, 풍괘가 위에 있고 태괘가 밑에 있으면 ‘풍택중부(中孚)’라고 한다.

연못 밑에서 바람이 불면 대과라고 하는 건 무슨 말일까?

연못은 안정적이며, 틀 속에 갇힌 상태다.

바람은 반대로 자유를 구가한다.

자유를 틀 속에 가두려고 하면 어찌 될까?

태괘는 물질적인 풍요를 가리킨다.

택풍괘는 풍부한 금전으로 바람 같은 자유를 구속하려고 하는 형국인데, 이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므로 대과라고 할 건 당연하지 않은가?

오늘 날에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즉 세상은 너무 많은 대과가 저질러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풍택’은 ‘중부’라고 하였다.

중부는 ‘중심을 믿는다‘는 말이다.

그것은 곧 지극한 정성을 의미한다.

바람이 연못 위에서 부는 형국인데, 어째서 이렇게 말하는 걸까?

풍요로운 금전이 자유를 받쳐주고 있으니 지극한 정성과 믿음을 경주(傾注)할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대성괘는 이렇게 풀이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것은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 될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온갖 사물을 대하는 안목이 신선이나 성인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손괘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기로 하자.

물론 점차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겠지만 지금 전개 하는 것만 제대로 이해를 해도 주역에는 어느 정도 상당한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손괘가 변화를 가리키고, 태괘가 정체를 가리키는 걸 ‘기(氣)’에 적용한다면 기가 머물러 있는 곳은 태괘가 될 것이고, 기가 잘 흐르는 곳은 손괘가 될 것이다.

소위 명당자리는 태괘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 손괘에 해당한다.

태괘에 해당하는 곳을 문왕도에서 서방이라고 한 것은 일리가 있다.

손괘는 가장 밝은 동남방이라고 하였으니 그것은 곧 기가 잘 소통한다는 걸 가리킨다.

이것은 용담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가정사가 지지부진하여 갑갑한 터에 태괘가 나온다면 그것은 좀 더 그런 현상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손괘가 나온다면 더 없이 반갑다.

태괘는 막다른 골목이요, 손괘는 도망할 구멍이다.

장사꾼은 손괘요, 공무원은 태괘다.

자세한 것은 차츰 차츰 전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