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오므리고 어딘가 모르게 주눅이 들고 궁색한 모습이라면 간괘다.
간괘의 형상을 보면 맨 위에 양효가 하나 있고 밑에 두 개의 음효가 있다.
즉 양은 양대로 다 올라가서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고, 밑에서는 두터운 흙이 거듭 쌓였다.
위에 있는 양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까닭은 실은 밑에 있는 흙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손괘도 역시 밑에 음이 있지만, 위에 두 개나 되는 양이 있으므로 손쉽게 위로 음기를 끌어올린다.
바람이 부드러우면서도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밑에 있는 음기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산이 굳건하고 웅장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는 밑에 두 개의 음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산에서는 항상 생동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맨 위에서 양이 환하게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 끝이 뾰족한 모양을 하여 날카롭게 보이고, 연못은 평평하여 잔잔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연못의 물은 항상 찰랑찰랑 움직이므로 발을 디딜 수 없지만, 산은 변함이 없으므로 얼마든지 믿고 올라갈 수가 있다.
즉 태괘라고 하여 무조건 안정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며, 간괘라고 하여 무조건 불안하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연못의 물이 잔잔하면서도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는 까닭은 그 밑에 깔린 두 개의 양기 때문이요, 산이 항상 굳건한 까닭은 그 밑에 있는 두 개의 정적(靜的)인 음기 때문이다.
머리에서는 높고 단단한 이상과 깨달음이 있으면서도 몸통에서는 지극히 겸손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임하는 것이 간괘의 형국이다.
그러므로 간괘는 올곧은 선비, 세속에 때가 안 묻은 고고한 자태를 상징한다.
산에서 도도함과 고고함을 느끼는 건 이런 이치에 기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