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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동량 6

영부, 精山 2009. 5. 20. 06:56

운곡선생은 칼을 들어 수박을 한 번 갈랐다.

벌건 속살을 내비친 채 수박은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칼이 수박을 따라서 원을 그리지 않았나요? 즉 칼은 중심에서 직선을 그으면서 나가는 것 같지만, 둥근 수박의 테두리를 따라 갔습니다. 즉 원과 직선이 하나로 움직였다는 말이지요. 이것은 1태극과 10무극이 같이 움직이는 게 만물의 철칙이라는 걸 가리켜줍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세 번 수박을 가르면 세 개의 원형이 이루어집니다. 세 개의 원은 30이요, 세 개의 직선은 3이 되어 도합 33이 되는데, 이것이 현무경의 36면 중에서 글자가 있는 33면을 가리킨 겁니다. 그럼 수박에서 13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

 누군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원이 한 개씩 생길 때마다 사방이 생겼으니, 세 개의 원이 생기면 12방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이 선들입니다.”

 운곡선생은 여덟 조각으로 갈라진 수박의 선을 하나하나 짚어갔다. 상하로 걸쳐 네 개의 선이 있고, 좌우에 걸쳐 또 네 개의 선이 있으며, 전후로 걸쳐 또 네 개의 선이 생겼다는 걸 운곡선생은 또렷하게 짚어주었다.

 “그럼 13이라는 숫자는 어떤 걸 가리키나요?”

 “ … ”

 “아주 쉬운 건데 생각들이 미치지 못하는군요. 이 열 두 개를 다 합한 것도 엄연한 하나의 선입니다. 형상은 하나의 선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던가요?”

 “맞아!”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수박의 선은 도합 13이라는 걸 알게 되고, 13의 중심은 7이니까, 세 번 가른 수박의 중심에 7이 들어간 겁니다.”

 정도는 매우 난해한 듯 하였으나, 알고 보니 이렇게 간단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였다.

 “天有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13개의 선은 겉으로 눈에 볼 수 있도록 드러난 것이므로 有라고 할 수밖에 없지요. 그럼 말이 나온 김에 天行 15도에 대한 것도 수박에서 찾아보기로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