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음괘와 양괘를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은 그만큼 괘에 대한 이해를 깊고 광범위하게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는 뜻이다.
앞의 예를 다시 들어보기로 하자.
태괘와 간괘는 다 같이 고요함이나 안정을 가리킨다.
그러면서도 태괘는 음적인 안정이나 고요함을, 간괘는 양적인 안정이나 고요함을 나타낸다.
음적인 안정이나 고요함은 부드러운 면모를 보이지만, 양적인 안정이나 고요함은 단단한 면모를 보인다.
연못을 보면 물결이 부드럽게 춤을 춘다.
산은 하늘을 떠받드는 것처럼 우뚝 솟아있다.
연못이 춤을 추는 까닭은 비록 연못이 겉으로는 잔잔한 물결이 수평을 이루고 있으나, 속에서는 두 개의 양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산은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이 봉우리가 솟아있으나, 그 밑에는 두 개의 음이 있어서 아주 고요하다.
연못가에 많은 안개가 끼는 것은 밑에 있는 두 개의 양이 위에 있는 음기를 위로 치고 올라오는 현상이며, 산에 나무가 많은 까닭은 두터운 두 개의 음기를 뚫고 올라온 양기의 발현(發現)이다.
같은 양기라도 연못의 양기는 물을 덥히지만, 산의 양기는 두터운 흙을 뚫고 치솟는다.
다음은 손괘와 진괘를 살펴보자.
태괘와 간괘가 안정이나 고요함을 위주로 한다면 진괘와 손괘는 변화를 위주로 한다.
우레나 바람은 다 같이 강력한 변화를 상징한다.
그러나 둘의 성질은 음과 양으로 각기 다르다.
우레는 안에 있는 양기가 밖에 있는 두 개의 음기를 뚫고 발산하는 형국이며,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동적인 변화를 가리킨다.
진괘를 보면 밑에 있는 양이 위로 치솟는 것을 두 개의 강력한 음기가 막아서는 형국이다.
그러나 바람을 가리키는 손괘는 두 개의 양기가 위로 다 올라가 버려 감히 그 어느 것도 장애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