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戰爭史)를 읽지 말라 전승자(戰勝者)의 신(神)은 춤을 추되 전패자(戰敗者)의 신은 이를 가나니 도가(道家)에서는 글 읽는 소리에 신이 응하는 까닭이니라
전쟁은 선천시대의 산물이다.
선천시대는 악으로써 먹고 사는 시대요, 그 결정체가 바로 전쟁이다.
세상에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천에서는 전쟁이 끊어지지 않았으니, 이는 천지의 운기가 무도(無道)로 흘렀고, 그 결과 인간들의 심성도 그렇게 흘렀기 때문이다.
전쟁사를 읽으면 영웅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닮으려고 한다.
민족과 나라를 구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게 보통이지만, 대부분 삿된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은 만천하에 밝혀진 사실이다.
비록 순수하게 정의를 추구한 분들도 있었고, 성공한 분들도 있었으나 그 결과는 역시 모순과 불안을 제거할 수 없었다.
글이란 것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사람의 혼을 알게 모르게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연애소설을 탐독하는 자는 그런 방향으로 생각이 흐르고, 무협지를 읽는 자도 그런 방향으로 의식이 흐르게 마련이다.
생각은 크게 무의식(잠재의식)과 의식으로 구분하는데, 글을 읽는 순간 무의식에 글의 내용이 각인된다.
무의식은 마치 배의 선장과 같아서 선원에 해당하는 의식들을 지휘하고 통솔한다.
주문을 주송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주문은 천지의 진액을 압축하여 놓은 정수다.
그러기 때문에 액운이나 귀신을 쫓아내는 일을 한다고 한다.
사람은 경우에 막히고, 귀신은 경문(經文)에 막힌다.
도가에서 귀신을 쫓아낼 적에 주문이나 경문을 외우는 까닭은 바로 이런 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