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무척(無斥)해야 잘 산다.

영부, 精山 2009. 6. 17. 06:58

<상말에 무척 잘 산다 이르나니 척이 없어야 잘 산다는 말이라 남에게 원억(寃抑 : 원통하게 억눌림)을 짓지 말라 척이되어 갚느니라 또 남을 미워하지 말라 그의 신명이 먼저 알고 척이 되어 갚느니라

 

남이 힘들여 말할 때에 설혹 그릇된 점이 있을지라도 일에 낭패(狼敗)만 없으면 반박하지 말라 그도 또한 척이 되느니라

 

이제 모든 선령신들이 발동하여 그 선자선손을 척신의 손에서 빼앗아 내어 새 운수의 길로 인도하려고 분주히 서두느니라 

 

대군을 거느리고 적진을 쳐 파함이 영화롭고 장쾌하다 할지라도 인명을 잔멸하는 일이므로 악척이 되어 앞을 막느니라>

 

무척이란 말은 '척이 없다'는 뜻이다.

척(斥)은 '물리칠 척'이다.

척이 있다는 건, 남의 마음이나 말을 물리쳐 생긴 원한을 가리킨다.

사람들은 무심결에 남에게 척을 짓는 일이 허다하다.

노골적으로 척을 짓는 경우도 있으나, 겉으로는 안 그런체 하는 경우도 많다.

육신의 눈으로는 그런 것이 안 보이겠지만, 신명들은 다 알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는 비밀이란 게 없다.

 

남이 나에게 온갖 악평을 해도 그것이 낭패만 없으면 반박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낭패될 일이라는 게 과연 어떤 걸까?

낭패의 狼은 犬(개 견)과 良(어질 양)이 한데 합한 '승냥이 낭'이다.

이는 곧 개에 해당하는 戌을 어질고 밝은 곳으로 인도하지 못한 상태를 가리킨다.

현무경 戌符에 이르기를 '天地之中央心也故東西南北身依於心'이라고 한 것을 보면 후천에는 戌이 진사지간으로 들어선다는 걸 가리킨다.

즉 천지의 중앙인 진사지간으로 술이 들어가는 걸 막지 않는 한, 남의 말에 반박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것은 천지개벽을 방해하지 않는 한, 될 수 있으면 알고도 모른체 하라는 가르침이다.

 

무척의 斥도 斤(도끼 근)과 `(불똥 주, 있을 주)가 합한 글자이니, 도끼로 무언가 찍어내는 형국이다.

또한 斤은 '한 근, 두 근'하는 것처럼 중량을 세는 단위를 가리키는데, 도끼로 찍는다는 건 곧 사물에 들어 있는 무게나 가치를 도려낸다는 의미다.

따라서 척은 자신의 잣대로 남의 가치를 찍어내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적인 욕심을 버리고, 공적인 무심의 경지로 들어가야 비로소 무척 잘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