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있는 말로 지으면 천지가 부수려 하여도 못 부술 것이요, 엇는 말로 꾸미면 부서질 때에 여지가 없느니라
있는 말과 없는 말!
있는 말은 진실을 가리키고, 없는 말은 거짓을 가리킨다.
진실은 본래부터 있는 것이어서, 누가 꾸밀 수도 없으며, 부술 수도 없다.
그러나 거짓은 본래 없는 그림자와 같아서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그림자는 실체가 하는 대로 따라하기 때문에 자칫 참 주인공으로 오해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림자가 비추는 이치를 생각해보라.
그것은 절대로 빛이 있을 적에만 보인다.
빛이 없어지면 그림자는 생길 수가 없다.
태양이 떠 있을 적에 그림자는 나타난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형상을 밝히려다 보면 반드시 그림자도 함께 한다는 뜻이다.
형상을 밝힌다 함은 사물의 형상을 깨닫는다는 말이다.
사물을 깨닫기 위해서는 먼저 표면을 살펴야 하는데, 그때에 반드시 그림자가 드리운다.
사물의 형상을 다 안 후에는 굳이 사물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은 이미 의식과 마음 속에 사물이 온전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사물의 형상은 밤에는 볼 수 없다.
태양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림자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형상을 비추는 태양, 즉 음양의 상극에서 벗어나지 못한 의식으로 사물을 보는 한, 그림자는 계속 따라 다닌다.
사물의 이치를 온전히 깨달은 사람에게는 태양이 있건, 없건 상관이 없다.
본래 진실은 빛도 없으며, 소리도 없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8정도는 바로 이런 눈과 귀, 입, 코를 가진 자를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