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찬이 천지개벽의 더딤을 불평하여 매양 좌석을 분요(紛搖)케 하거늘 개벽주 일러 가라사대 모든 일이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마음을 평안케하여 유치(幼稚)를 면하라 사지종용(事之從容)도 자아유지(自我由之)하고 사지분란(事之紛亂)도 자아유지(自我由之)라 자방지종용(子房之從容)과 공명지정대(孔明之正大)를 본받아 유치를 면하라
김광찬은 매양 왜 천지개벽이 더디냐고 불평을 하였다.
그것은 김형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증산께서 천지개벽을 한다고 하여 따른 지가 몇 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당연히 불평을 하게 됐다.
그들은 하루 빨리 천지개벽을 하여 증산께서 중국의 천자가 되면 자신들도 12보좌에 앉아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천지개벽의 참 뜻을 모르고 다만 물질적인 개벽이 일어나 세상이 뒤집힐 걸로 믿었다.
이에 개벽주는 모든 게 아무리 마음에 욕심을 낸다고 하여서 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유치한 생각을 버리라고 하였다.
일이 원만하게 잘 되는 것도 스스로 하는 일이요, 분란을 짓는 것도 다 스스로 되는 일이라고 하면서 장자방(유방의 참모 장량)이 천하의 대세를 좇은 것이나 공명(제갈량)이 천하를 공명정대하게 한 것을 본 받으라고 하였다.
지금도 지축이 바로 잡혀야 개벽이 되는 걸로 믿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혹은 구름 타고 메시아가 재림하는 줄로 믿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말하기를 왜 이렇데 그런 일들이 더디게 되는 거냐면서 학수고대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야말로 무지와 유치함의 전형이다.
모든 것은 시간과 공간, 즉 천시와 지리, 인사가 합해야 되는 법이다.
지축은 결코 한 번도 틀어진 적이 없으며, 구름은 사람을 태우는 수레가 아니다.
기울어진 것은 인축(인간의 마음)이며,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것도 역시 인간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시공의 법칙에 밝압져야 비로소 개벽의 문고리가 잡힌다.
일심으로 공부할 생각은 안 하고, 요행을 바란다는 건 차마 대인이 할 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