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날씨가 참 좋다.
너무 뜨거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보다는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봄과 가을을 사람들은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봄은 여성의 계절이요,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고 한다.
봄은 겉으로는 따스한 기운이 감돌지만, 겨울의 기운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것은 흡사 겉으로는 연약하고 부드러운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강한 여성을 상징한다.
가을은 겉으로는 쌀쌀한 기운이 감돌지만, 속으로는 아직도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다.
그것은 흡사 겉으로는 강한 듯 하지만, 속으로는 따스한 남성을 상징한다.
이런 이치 때문에 봄은 여성의 계절이요,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고 하였다.
봄은 겨울의 어둠을 헤치고 밝은 생명의 싹을 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가을은 '가없는 울' 즉, 형상의 끝인 열매를 맺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여성은 남성보다 사물을 보는 눈이 더 밝은 법이며, 남성은 여성에 비해 일의 마무리를 잘 하게 마련이다.
이 모두가 다 자연의 조화요 섭리다.
봄의 맛을 가리켜 '산미(酸味 = 신맛)'이라고 하며, 가을의 맛을 가리켜 '신미(辛味) = 매운맛'이라고 한다.
신맛의 대표적인 것은 매실이나 식초다.
매운맛의 대표는 아무래도 고추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신맛은 '시다'에서 왔다.
시다는 '눈이 부시다'는 말처럼 무언가 밝아지는 상태를 가리킨다.
멍게나 해삼, 혹은 매실처럼 신맛은 입안 가득히 침을 고이게 한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대개 신맛을 찾는다.
그것은 태아에게 공급해야 할 영양분까지 필요하기에 더 많은 음식물을 섭취하라는 조물주의 섭리다.
여하튼 신맛은 입맛이 없거나 영양이 부족할 때에 더 없이 안성맞춤이다.
신맛과 반대되는 것은 매운맛이다.
맵다는 것은 '매듭을 짓다'는 것과 상통한다.
매듭은 마침을 가리키는 것으로 가을에 열매를 맺는 것과 같은 의미다.
열매라는 말도 '열려서 매달린 것'의 줄임말이라고 하면 어떨른지?
여하튼 매운맛은 마지막에 먹는 게 좋다.
아무리 좋은 요리라고 해도 고추로 살짝 매운맛을 가미하지 않으면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신맛은 시작을 가리키고, 매운맛은 끝을 가리킨다.
그것은 봄에 씨앗으로 시작하고, 가을에 열매로 끝을 맺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신맛은 부풀리는 걸 좋아하고, 매운맛은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걸 좋아한다.
사람이 너무 욕심이 없어도 안 되는데, 그걸 가리켜 의욕상실증이라고 한다.
만일 기운을 잃었다면 신맛이 나는 음식을 맘껏 먹게 하라.
그런 사람에게 만약 매운맛이 나는 식품을 많이 먹게 한다면 죽으라는 것과 같다.
신맛은 사람에게 탐욕을 생기게 만든다.
반대로 매운맛은 청량함의 상징이다.
더러운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데에는 매운맛이 최고다.
그래서 삐쩍 마른 사람에게는 매운맛이 금물이다.
가뜩이나 마른 사람인데 제거해야 할 군살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사람에게는 신맛이나 단맛이 제격이다.
가을의 맛은 청량함이다.
무언가 정리가 안 될 때에는 매운맛이 나는 음식을 듬뿍 섭취하라.
가을은 총정리하는 계절이다.
우스개소리 같지만 사랑을 시작할 적에는 신맛을 먹고, 끝낼 적에는 매운맛으로 정리하라.
상큼한 가을의 아침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여러 상념이 떠오르기에 몆 차 적었다.
ㅎㅎㅎ 대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위대한 스승은 혼자 있는 시간에 만나는 게 아주 좋다.
이제 우리 원우님들도 서서히 혼자 있어야 할 시간들이 닥칠 것이다.
그럴 수록 외로움과 고독에 몸부림을 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알찬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외로움을 즐겨라.
어차피 우리는 혼자 태어나고 혼자 가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