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주례사
추석 날 저녁에 천부동 회원인 청산 조용수가 방문했다.
그는 서강대학교 교무처에서 20년 가량을 근무해 오고 있는 분인데, 전에 공덕동에서 강좌를 진행할 적에 참석했기 때문에 낯이 익은 분이다.
북한산 근처로 강좌 장소를 옮긴 후로는 강좌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추석날의 방문은 좀 의외였다.
그가 찾아 온 이유는 그의 동생이 결혼을 하는데 나보고 주례를 서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함이었다.
너무나 의외였기 때문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부 하다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방문하는 분들만 대하다가 느닷없는 주례를 맡아 달라고 할 줄을 어찌 알겠는가?
나는 말하기를 서강대학교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근무를 했다면 교수님들도 많이 알 텐데, 어찌하여 나같이 이름도 없고 볼품없는 사람에게 그런 일을 부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하기를 ‘물론 교수님들을 많이 알지만 맘속으로 존경할 수 있는 분이 주례를 맡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글쎄 내가 그런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전에 내가 두 번 주례를 섰다는 걸 알고 찾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누구는 서 주고, 누구는 안 서 줄 수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신랑과 신부 될 사람에 대해서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천부동과 내 명예가 걸린 일이라 선뜻 수락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청산의 인품도 그렇고, 신랑과 신부가 걸어 온 길도 무난하다는 판단이 서게 되었고 나는 흔쾌히 그 청을 받아 들였다.
더욱이 예식장이 김포공항신청사라고 하니 가까워서 좋았다.
그리고는 그저께 월요일(12일) 저녁에 청산과 신랑, 신부가 함께 저녁시간에 다시 우리 집을 방문하였다.
주례를 맡기 전에 신랑과 신부를 보고 싶었는데, 그 심정을 헤아린 청산이 그들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미리 주례사를 하겠다’고 하였다.
식장에서 하는 주례사는 의례적인 것이고, 사적인 자리에서 진솔하게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결혼은 왜 하느냐?“.
그들은 말이 없었다.
하긴 너무도 갑작스런 질문이요, 뜻밖의 질문이었으리라.
’엉뚱한 질문 같지만, 사실 매우 중대한 겁니다.
나이를 먹었으니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요, 남들이 하는 것이니 하는 것이고, 혼자 사는 것보다 둘이 사는 게 더 나으니까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다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내가 주례로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하는 말입니다.
돈도, 명예도, 권세도 다 흘러가는 물이요 뜬구름이지요. 인생은 싫건 좋건 무언가 남기고 가게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하기를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그건 어불성설입니다.
몸뚱이가 있는 이상, 하다못해 대, 소변이라도 남기는 게 인생입니다.
그렇게 남기고 가는 걸 가리켜 업이라고 합니다.
선업을 짓느냐, 악업을 짓느냐 하는 게 다를 뿐, 어차피 업을 짓게 마련이지요.
그런 면에서 결혼은 선업과 악업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분수령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지상에서 사라지겠지만, 지식을 남겨 놓고 갑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건 어떤 신이 하는 것도 아니요, 짐승이 하는 것도 아니지요.
그건 인간들이 합니다.
세상을 좋게 하는 것도 인간이요, 나쁘게 하는 것도 인간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결혼은 왜 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진 겁니다.
정답을 말씀드린다면 ‘훌륭한 자식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부귀, 명예, 권세 등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녀를 낳는 일은 반드시 음양이 합해야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더 힘이 들고, 어려움이 따르는 법이지요.
혼자서 하는 일이라면 힘들고, 어려우면 그만 두면 그만이지만, 둘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만 둘 수도 없거든요.
그래서 나는 오늘 두 분께 생명의 소중함과 결혼의 의미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으로 미리 주례사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결혼식 당일에 하는 주례사가 간단하고 재미없을지라도 양해를 해 달라는 뜻도 있습니다.
내 경험상,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부부가 하나 되고,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 내는 일입니다.
비유를 한다면 저 형광등을 처음부터 튼실한 제품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고 거기에 온갖 돈을 처발라 가면서 단장을 하고 청소를 해 봤자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입니다.
지금 부모들이 애들을 과외니, 유학이니, 특별학습이니 하면서 요란을 떨고 있는데, 그건 이미 늦은 겁니다.
처음부터 자녀를 만들 때에 잘 만드는 게 더 현명한 처사입니다.
나는 상투적인 주례사를 하지는 않겠습니다.
둘이 서로 사랑하라느니, 믿어야 하느니, 존중해야 하느니 하는 말들은 너무 진부한 것이라 오히려 식상하기 십상입니다.
물론 결혼식 당일에 그런 말이 어느 정도 나오기는 하겠지만, 지금 내가 하는 말들은 어디서 들어보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주의해서 잘 들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린다면 두 분께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 된 주례사는 ‘훌륭한 자녀를 낳으라’는 겁니다.
두 분이 남기고 가는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생명이며, 그것은 곧 자식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훌륭한 자식을 낳는 비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훌륭한 자식이라고 하는 개념은 정신이나 육신이나 모두 튼실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조금 더 고상하게 말씀을 드린다면 ‘하늘의 자녀’라고 하겠지요.
땅의 자녀는 속물적인 의식에 사로 잡혀, 이기적이고, 부귀영화에 탐닉하는 군상들을 가리킵니다.
물론 그런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걸 우리 모두가 향유하고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생각을 하는 게 바로 하늘의 자녀라고 이해하면 될 겁니다.
그런 자녀를 낳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두 분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결혼하면서 목적을 세우지 않습니다.
목적을 세운다고 해도 거의가 세속적인 것입니다.
나는 두 분께 결혼의 목적을 또렷하게 세우라고 당부합니다.
세속적인 것을 초월한 영원한 하늘의 뜻을 새기라는 말입니다.
두 분이 먼저 하늘의 뜻을 순간 순간 새기는 생활을 할 적에 비로소 거기서 나오는 자녀도 하늘의 자녀가 되게 마련입니다.
콩 심은 데서 콩이 나오는 법입니다.
마음에는 온갖 추한 욕망을 심어 놓고, 하늘의 자녀를 바란다면 그야말로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게 해 달라’는 격이지요.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를 하늘과 부합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특별한 수련이나 공부를 하지 않아도 그런 마음만 지니는 것으로도 그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서로를 하느님처럼 섬기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비록 짜증이 나고 견딜 수 없는 고난에 처한다고 하여도 서로를 하느님처럼 믿고 섬긴다면 반드시 하느님이 함께 하는 가정이 됩니다.
이런 것은 영적인 면에 속한 것이고, 육적인 면으로 훌륭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는 방법을 이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영적인 건, 반드시 육적인 것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공염불이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린다면 그 비법은 섹스에 있습니다.
섹스는 단순하게 쾌락이나 누리고, 종족을 계승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그것은 영적으로, 육적으로 온전한 상태에 이르는 방편입니다.
자위를 많이 하거나, 사정을 많이 한 사람들일 수록 삼보(三寶 - 精, 氣, 神)중의 기초인 정을 고갈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요.
정이 고갈되면 기가 약해지고, 기가 약하면 신이 희미해지게 마련입니다.
신이 밝아지려면 정이 충실하고, 기가 장해져야 합니다.
의사들은 말하기를 사정으로 없어진 정은 음식물로 보충한다고 하지만, 보충되는 게 있고, 보충 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모릅니다.
모든 건 선천과 후천으로 구별되는 법인데, 선천적인 것은 천부적인 것이라고 하여 후천적인 음식물이나 운동 등으로 채워지는 게 아닙니다.
어느 정도 보충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지요.
천부적인 정은 오직 성품으로서 보전하는 겁니다.
그래서 성교(性交)라는 용어가 생겼지요.
성품을 서로 나눈다는 의미인데, 현대인들은 성품으로 하는 게 아니라, 육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성으로 하는 섹스는 상대방의 기를 타게 마련입니다.
정이 튼실해지면 반드시 기로 변하여 전달됩니다.
그래야 비로소 부부의 신이 밝아지게 마련이지요.
신이 밝은 상태에서 사정을 해야 비로소 영적으로, 육적으로 훌륭한 자녀가 태어납니다.
하다 못해 농부가 밭을 갈 적에도 깊이 밭갈이를 해야 합니다.
겉에서 슬쩍슬쩍 하는 밭갈이는 보나마나 기대할 게 별로 없습니다.
온갖 정성을 다하여 깊게 갈아주고, 잡초를 뽑아주어야 합니다.
자식을 만드는 섹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르가즘, 그것도 멀티오르가즘에 도달하게 한 후에 사정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테크닉이 필요하겠죠.
나는 이걸 40이 넘어서 겨우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나는 아무런 대가 없이 그 노하우를 전수하려고 합니다.
아무런 대가가 없다고 하지만, 실은 엄청난 걸 나는 기대하고 있지요.
그게 뭘까요?
그건 바로 두 분이 낳을 하늘의 자녀입니다.
하늘의 자녀가 많을수록 지상천국이 되는 법이고, 그래야 내 자식들도 지상천국에서 우리가 지금 당하는 온갖 부조리를 맛보지 않고 멋진 삶을 누릴 수 있으니, 사실 엄청난 대가가 아닐까요?
(중략 ... 구체적인 테크닉은 인터넷에서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기 바랍니다.)
이런 건 결혼식 당일 주례사로 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어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 두 분께 직접 말씀 드렸습니다.
폐일언하고 지금 말씀드린 테크닉대로만 섹스를 한다면 아무런 피임을 할 필요도 없고, 날이 갈수록 깊은 사랑과 건강, 마지막에는 온전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결혼은 본래 온전한 깨달음에 도달하는 수단이라는 걸 잊지 말기 바랍니다.
짐승과 같은 섹스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늘의 섹스! 그것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 중의 축복입니다.
오늘날 인위적인 피임으로 인해 야기되는 온갖 질병과 정신적인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콘돔이라는 고무장갑으로 단전으로 기가 들어가는 입구를 봉쇄해 버리는 무지한 섹스를 권장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산 생명을 소파수술이라는 그럴 듯한 의학용어로 포장하여 공공연한 살인을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입니다.
두 분을 통해서 귀한 하늘의 생명이 탄생하기를 나는 두 손 모아 빌겠습니다.
이것이 두 분께 미리 드리는 주례사입니다.‘
그들을 배웅하는 길에 청산은 ‘이런 강의를 대학교에서 해야 하는데, 쓸 데 없는 학위나 따지고, 학벌이나 따지는 세상이 너무 안타깝습니다.’고 하였다.
그의 눈을 보니 그것은 진심인 것 같았다.
그래! 나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지.
밤하늘의 달은 저렇게 둥글건만 ... 나는 또 10월 24일 오전 11시 SC컨벤션 공항센타 서관 아모르 홀에서 앙꼬 빠진 주례사를 하고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