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절
<이튿날 농바위를 떠나 피노리 이남기의 집에 이르사 누런 개 한 마리를 잡히고 술 한 동이를 받아오게 하시고 도 뒷산 솔밭 속에서 가장 큰 소나무 한 주를 베어오라 하시고 남방 황토를 파 오라 하사 백지 석장을 청, 홍, 황 삼색으로 물들여서 연폭(連幅)하여 베어 온 소나무 위 가지에 달으시고 또 백지 석장에 각기 시천주를 쓰시고 황토를 조금씩 싸서 함께 내려 달은 뒤에 집 앞에 세우시니 깃대와 같은지라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전명숙이 이곳에서 잡혔는데 사명기(司命旗)가 없어서 포한 하였나니 이제 기를 세워 해원시키노라 또 개장국은 인간에서 먹는 음식인데 도가에서 먹지 아니하였으므로 또한 한이 붙어 있나니 이제 이 국을 먹는 것은 해원 겸 개정(改政)하려 함이로다 하시고 나누어 먹으신 뒤에 남기를 명하사 돈 설흔 석냥을 모든 물품 있는 곳에 같이 두게 하시고 종도들은 다 돌려보내시고 오직 공신만을 머물러 두시니라>
해설
이 공사는 동학혁명을 일으킨 전봉준을 해원하는 공사다. 피노리는 한자로 쓰지 안았으므로 해설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이남기의 집은 용담도 남방의 丁亥戊 2곤지를 가리킨다. 누런 개 한 마리는 무술인데, 무술을 잡아야 비로소 己亥가 남방으로 오기 때문이다. 기사나 기해는 다 같이 후천의 오전, 오후의 시두다. 또는 선천 서북방의 술해지간에 있던 무술을 동남방 진사지간으로 돌리기 위함이다. 이남기의 이름이 化春이라고도 하니, 이는 곧 후천의 亥三月을 가리킨다. 술 한 동이는 후천 12월의 첫 세수가 유정월이라는 걸 상징한다. 뒷산은 후천을 가리키고, 솔밭은 十八公, 즉 용담도를 가리키며, 가장 큰 소나무 한 주는 세수인 유정월을 가리킨다. 남방의 황토를 파오라고 하심은 남방의 丁으로 2곤지 황토가 들어간 것을 후천에서는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백지 석장을 청, 홍, 황 삼색으로 물들여서 연폭(連幅)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백지는 서방을 가리키고, 청, 홍, 황 삼색은 선천의 양을 주도했던 동방, 남방과 중앙의 戊土를 가리키므로, 선천의 서방을 후천의 동남방으로 바꾸는 기서재동을 가리킨다.
이것을 가리켜 ‘사명기’라고 하였는데, 사명기는 동학혁명을 일으킨 전봉준이 사명기가 없어서 한이 됐던 것을 풀어주기 위함이다. 비록 동학혁명을 일으키기는 하였으나 정식으로 사명기를 받지 못하고 동학란의 수괴로 참수 당한 게 한이 됐던 것이다. 司命은 使命과는 달리 정정당당하게 지휘하는 걸 가리킨다. 동학은 갑오년에 발발하였는데, 甲午를 해원하는 것은 기미다. 己는 중앙의 누런색이요, 未는 남방이므로 남방이 황토나 누런 개를 잡아서 공사에 활용했던 것이다. 개정국은 가장 설움을 많이 받았던 선천의 술해가 후천에는 동남지간으로 이동하여 세수를 드러내게 한다는 의미다. 己亥와 戊辰이 교역을 하게 되면 해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