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절
<5월에 고부 와룡 문공신의 집에 계실 새 김경학이 와 뵈이니 경학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일 일찍 태인 살포정에서 만나자 하시거늘 경학이 집으로 돌아갔다가 이튿날 조반 후에 살포정에 이르니 그 주막에서 행객 두 사람이 싸우고 있고 개벽주께서는 클 길가 높은 등에 돌아 앉으셨거늘 경학이 올라가서 인사를 드리니 개벽주께서 대답하실 뿐이요 여전히 돌아 앉으사 노기를 띄고 계신지라 경학은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여 황공한 마음으로 모시고 섰을 따름이더니 이윽고 개벽주께서 싸우던 자들을 향하여 그만두라고 말씀하시니 그 사람들이 곧 싸움을 그치고 갈려 가는지라 경학이 여쭈어 가로대 어떠한 사람들이 싸웠나이까 가라사대 우리 국운을 위하여 정씨를 없이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정씨의 노래가 끊어지지 아니하니 혹시 이씨가 정씨의 화를 받을 염려가 있겠으므로 이제 그 살을 풀기 위하여 이씨의 기운을 돋우고 정씨의 기운을 꺾어버리는 공사를 보았노라 하시니라>
해설
고부는 옛 언덕이니 이는 곧 하도를 가리킨다. 하도는 사실 용담에서 완성되므로 용담을 가리킨다고 해도 무방하다. 와룡리는 용이 누운 곳이니 용담도 서북방의 5진뢰를 가리킨다. 문공신의 집은 현무경을 의미하고 문공신의 집으로 김경학이 찾아 온 것은, 현무경의 법은 서울에서부터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태인 살포정은 용담도의 중심을 가리킨다. 정씨의 기운을 꺾고 이씨의 기운을 북돋은 것은, 李氏가 용담도의 동방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李는 木子가 합하였으니 木은 곧 동방이다. 鄭씨는 八대문을 여는 酉정월을 상징하는데, 酉가 서방의 기운을 버리지 못하면 金克生木을 하지 못한다. 金克木의 기운을 꺾기 위한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