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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무리, 살 무리

영부, 精山 2010. 3. 31. 06:05

“전쟁과 분쟁의 원인은 족속들의 색다른 생활경험 즉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든 문화의 진액을 뽑아내서 하나로 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통합과 조화를 이룬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래서 개벽주는 증산(甑山)이라고 하였습니다.

증산은 떡시루를 가리키는데, 알다시피 떡은 곡식의 알곡을 한데 모아 짓이겨 가루를 내어 단단하게 하나로 뭉치게 한 겁니다.

무리를 짓는 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무리들은 전부 死黨으로 전락했다고 한 것은, 문화의 진액을 하나로 뽑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편을 가르게 되고, 대립과 마찰이 일수밖에 없었지요.

이제는 그 틀을 깨야 합니다.

‘깨달음’이란 말은 이와 같이 모든 벽을 깨는 일입니다.

깨달음을 다른 말로 하면 ‘개벽(蓋甓)’이라고 합니다.

개벽은 ‘열다’라는 의미인데 그것은 곧 벽을 깨부수는 일입니다.

전쟁과 분쟁의 원인을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였으니, 당연히 문화의 뿌리를 찾아야겠지요. 땅위로 돋아난 줄기나 가지, 꽃은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뿌리는 하나입니다.

문화의 뿌리는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늘은 26일이니까 26번이 대답을 해 보세요”

 

26번은 풍산이라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풍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풍성한 몸매를 하고 있었다.

몸매에 어울리게 그녀의 성격도 평소에 여유가 있었다.

 

“문화의 뿌리는 … ”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는 ‘하도’라고 답을 하였다.

 

“그렇죠.

물론 다들 알고 있으리라고 믿지만, 혹시 까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물어본 겁니다.

문화의 뿌리를 막연하게 ‘종교’라거나 ‘사상’이라거나 ‘신의 계시’라는 식으로 대답을 하는 건 앙꼬 빠진 찐빵처럼 맛이 없습니다.

우리는 분명하게 ‘하도’라고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應須祖宗太昊伏 何事道人多佛歌’라는 詩句처럼 마땅히 모든 문화의 조종은 태호복희씨가 풀이하여 획기적(劃期的)인 8괘가 나오게 한 하도입니다.

하도는 뿌리요, 낙서는 꽃이고, 열매는 용담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무경이야말로 모든 문화의 진액을 뽑아서 한데 모은 용담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천하를 어지럽게 하여 스스로 죽을 무리를 지은 것은 바로 낙서입니다.

죽을 무리를 지었다 함은 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죽을 무리이건, 산 무리이건 사람은 어차피 무리를 지으면서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어쩔 수 없는 가족이라는 무리가 있고, 학교라는 무리, 직장과 사회라는 무리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무리에도 죽을 무리가 있고, 살아날 무리가 있습니다.

낙서는 1에서 9에 이르는 숫자가 十이 빠졌기 때문에 11귀체를 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