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주일 간 여러분은 새벽 3시에 기상하고, 밤 9시에 취침하는 강행군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시간이 빠듯할 겁니다. 전수식은 3단계로 나누어서 하는데, 첫날부터 3일까지는 불도를 전수받고, 다음 3일 간은 선도를 전수받으며, 마지막 하루는 유도를 전수받게 됩니다. 세간에서는 말로만 유, 불, 선 삼도를 아울렀다는 종교들이 있으나, 정작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애매모호(曖昧模糊)하기 짝이 없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부터 3일간 여러분은 불도를 전수받아야 하는데, 불도의 종장(宗長)이신 진묵대사님께 108배를 하는 의미에서 108번의 나무아미타불을 주송하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일행은 진묵단 앞에 단정하게 앉아서 ‘나무아미타불’을 힘차게 외쳤다.
정도는 불교신자가 아니었기에 생전 처음으로 ‘나무아미타불’을 하기가 쑥스러웠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하다 보니 어느 새 그들과 동화되었다.
열두 명의 목소리보다 운곡선생의 목소리가 더 우렁차고 크게 들렸다.
알 수없는 힘이 방안을 압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정도는 머리가 묵직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무언가 스멀거리는 기운을 느꼈다.
나중에 정도가 안 사실이지만, 운곡선생은 오랜 세월 특이한 주송법을 행했다고 한다.
정도도 그 방법대로 주송을 해 보았더니 확실히 뜨거운 기운이 단전에서 잘 도는 걸 알았다. 운곡선생과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단전호흡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면서 쉬운 수행이라고 하였다.
열심히 그렇게 주송을 하기만 하면 정수리가 뻥 뚫리는 체험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운곡선생은 정수리가 열린 지 오래 됐다고 하는데, 소위 신구육통(神具六通)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었다.
전설처럼 여러 가지 이적(異蹟)들을 행했다고 하지만, 정도의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아니기에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앞으로 사흘 간 여러분은 불도를 공부해야 합니다.
불도는 心法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걸 상징하는 것이 바로 심령신대입니다.
심령신대에 관한 설명은 전에 했을 겁니다.
영부도법전수식을 하는 지금 이 시간에는 그런 것보다 심령신대 亥符를 어떻게 정밀하게 여러분의 심령신대에 각인을 하느냐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점 하나, 부호 하나 하나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위치와 크기, 굵기와 곡선의 각도 등을 처음부터 제대로 새겨야 합니다.
영부는 문자나 말과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천존시대인 하도문명에서는 도(圖)를 중시했고, 지존시대인 낙서문명에서는 서(書)를 중시했다면, 인존시대인 용담문명에서는 도와 서를 합한 부(符)를 중시하게 됩니다.
이 셋을 가리켜 도서부 삼단(三端)이라고 합니다.
圖를 묘(苗)라고 한다면 書는 화(花)라고 하며, 符는 실(實)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럼 근(根)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근(根)이라면 뿌리를 가리키는데, 그것은 씨앗이 아닌가?
씨앗은 땅 속으로 묻혀야 하기 때문에 형상이 없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그건?
그냥 진리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정도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