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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경과 동학

영부, 精山 2010. 6. 10. 06:05

제 5 부 동학과 현무경

 

정도는 영부도법전수식 마지막날, 운곡선생으로부터 율산(律山)이란 법호(法號)를 받았다.

법호는 새 사람으로 거듭난 상징이라고 하였다.

후천은 금강산의 정기로 시작하기 때문에 영부도법을 전수 받으면 반드시 ‘山’자로 끝나는 법호를 내려주는 것이 그간의 전통이었다고 한다.

영미에게는 여산(呂山)이란 법호가 주어졌다.

운곡선생은 정도와 영미가 장차 한 가정을 이루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정도와 영미의 호를 합하면 律呂가 되는데, 운곡선생은 일부러 정도와 영미가 율려를 세상이 드날리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지어주었다.

율산이란 호가 지극히 맘에 들면서도 정도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율산이라는 법호를 땅에 떨어뜨리는 품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심정이 들었다.

법호는 영부도법을 전수 받은 사람들이 태어난 지명이나 산 이름을 참작하여 지어주는 게 보통인데, 운곡선생은 정도와 영미에게는 그런 걸 따지지 않고, 한참 생각 끝에 지어주었다.

그리고 운곡선생도 선생이란 호칭이 아니라, 법사(法師)라는 존칭으로 부르기로 만장일치의 결의를 하였다.

 

100일 간의 강좌를 통하여 현무경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므로 정도는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동학을 연구해 보고 싶은 욕망이 솟았다.

정도의 견해로는 동학이야말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못하지 않는 위대한 혁명이건만,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아서 안타까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동학을 소개하는 책자는 방대한 분량이 있지만,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선생께서 직접 지은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른 것까지 하는 건, 순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도는 동경대전을 펼쳐들었다.

東經大全이란 용어에도 뭔가 심상치 않은 뜻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수운 선생께서 東學이란 표현을 하늘로부터 받을 적의 기록이 생각났다.

西學에 상대적인 동학이라고 하였는데, 서학은 당시의 천주교를 가리켰다.

정도의 견해로는 천주교를 가리킨 것은 맞지만, 단순하게 천주교만 가리키는 건 아닌 듯 했다.

천주교는 서구(西歐)의 물질문명을 상징하는 것으로 비록 동양에서 나온 종교나 가르침이라고 하여도 물질문명의 중독(中毒)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모두 서학으로 보아야 한다고 정도는 믿었다.

그런 면에서 현대의 기독교, 불교, 유교 등, 진리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진 각 종교는 모두 서학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을 정도는 하게 되었다.

 

동경대전은 포덕문(布德文), 논학문(論學文), 수덕문(修德文), 불연기연(不然其然), 축문(祝文), 참회문(懺悔文), 주문(呪文), 입춘시(立春詩), 절구(絶句), 강시(降詩), 좌잠(座箴), 화결시(和訣詩), 탄도유심급(歎道儒心急) 등으로 이루어진 순전히 한자로 구성된 경전이었기에 가끔씩 모르는 한자가 나올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정도는 운곡법사께 문의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