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현무경과 동학

영부, 精山 2010. 6. 11. 07:26

 

“본래 동학은 환인, 환웅, 환검으로 이어진 3환조선의 맥을 총 결산하는 열매인 셈이야.

동도서기(東道西器)라는 말처럼 도는 해뜨는 동양에서 비롯하는 법이고, 그걸 받아서 해가 지는 서양에서는 물질문명이 발달한 걸세.

특히 16세기에 동양에서는 진묵대사가 나오고, 서양에서는 마테오리치 신부가 나와서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통일하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지. 진묵대사는 김봉곡의 시샘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되고, 문명신들을 이끌고 서양으로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화려한 물질문명이 서양에서 꽃을 피우게 된 건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도울 생각은 안 하고, 남을 지배하고 좋은 걸 뺏으려는 나쁜 생각들을 하게 마련인 모양이야.

서양인들은 동양의 약소국들을 식민지로 삼고 온갖 약탈을 일삼게 되었지.

천상계에서 마테오리치를 위시한 신명들이 그걸 보고 이대로 두었다가는 동, 서양이 화합은커녕 동양이 서양의 식민지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으므로 개벽주께 탄원을 하였고, 그걸 받아들여서 1840 경자년에 개벽주께서 천하 대순을 시작하게 된 건 이미 대순전경에 밝힌 바와 같네.

그렇게 해서 21년 차가 되는 1860 경신년 음 4월 5일에 수운선생으로 하여금 동학을 창도하게 하였고, 32년 차인 신미년에 직접 사람의 몸으로 화신하시어 전라도 손바래기에 탄생하신 분이 바로 개벽주였지.

동학이 창도된 1860 경신년부터 현무경이 성편된 1909 기유년까지의 기간을 개벽주께서는 ‘布敎 五十年’이라고 친히 기록함으로써 동학의 총결산이 현무경임을 만천하에 밝혔는데도, 지금 동학계열과 증산계열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로 있으니 심히 안타까운 일일세.

이렇게 된 이유는 수운선생과 개벽주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종교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순전경을 편찬한 청음 이상호 선생의 책임이 크네.”

 

“네, 청음 선생이라면 대순전경을 편찬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분이 아닌가요?”

 

“물론, 그런 업적을 남긴 건 사실이지.

하지만 원래 개벽주께서는 그런 기록을 남기는 걸 원하지 않았네.

어느 날인가 개벽주께서는 종도들을 모아 놓고 ‘내가 행한 이적들과 가르침을 기록한 문서들을 전부 없애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었지.

‘내 일은 내가 한다’는 취지라고 보이는데 ‘내가 책 한 권을 정읍에 두리니 그 책이 나오는 날에는 세상사를 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바로 현무경이었지.

그러니까 현무경만 있으면 다른 건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괜히 그런 것들이 나옴으로 해서 종파가 생기고, 개벽주의 뜻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걸 미리 내다 보신 거지.

더욱이 대순전경에 ‘수운선생이 상제님의 뜻에 부응하지 못하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기운을 걷어 버리고 친히 상제님이 사람으로 화신했다’는 식으로 기록하였으니 어찌 수운선생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지금까지도 천도교에서는 증산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걸세.

개벽주께서는 수운선생을 가리켜 개벽의 동세(動勢)를 맡은 분이고, 자신은 정세(靜勢)를 맡았다고 하지 않았나?

개벽에도 음양의 법칙이 있는 법이기에 동정으로 그 임무를 수행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한 걸세.

아마 율산, 자네가 동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서 나온 거라고 나는 믿고 있네. 이

왕 손을 댔으면 멋진 작품을 하나 만들어 보게.”

 

운곡법사의 말씀이 정도에게는 막중한 무게로 다가왔다.

그러나 정도는 영부가 자신과 함께 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큰 소리로 ‘네’하고 답을 하였다. 이전까지는 자신이 혼자서 매사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았으나, 영부도법을 전수 받은 후에는 ‘천지인시’ 사물이 함께 한다는 걸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만 바로 세우고 정성과 노력을 하기만 하면 사물이 도와준다는 믿음을 갖게 되니까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천지인신 사물과 함께 매일 ‘사물놀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어! 진짜 사물놀이가 바로 이런 거였던가!

 

동경대전은 첫머리부터 한울님의 조화를 기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