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맞습니다. 그런 건 과학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현상인데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자네는 빙산의 일각(一角)이라는 말을 들어본 일이 없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빙산은 바다에 잠겨 있는 부위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거든.
하지만 눈에는 비록 보이지 않지만 바다 속에 잠겨 있는 얼음이 더 거대한 것처럼, 인간의 오감으로 체득할 수 있는 현상보다 더 무한한 현상이 우주에는 너무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네.
지구에만 생물이 사는 것도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면 영계가 있어야 한다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런 일이 아닐까?
다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류는 그런 세계가 지구와는 동떨어진 것으로만 알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네.
하지만 앞으로 인류는 그런 세계와 지구는 항상 같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고, 그 모두가 한 뿌리에서 나갔다는 것도 알게 될 걸세.
그러면 영계라고 해서 특수한 세계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겠지.
그럴 적에 비로소 초능력이라는 것도 자연의 당연한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되지.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그깟 영부가 무슨 위력이 있느냐?’고 질문인지, 힐난인지 애매한 말들을 하고 있지.
그것도 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별로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것들이지.
여하튼 동학에서는 수운선생의 이날의 체험을 위대하면서도 신비롭게 생각하여 특별히 기념일로 제정하여 오늘까지 이르고 있네.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 소리가 수운선생의 귀에는 또렷하게 들렸으니 이상한 일이었지.
그래서 가족들은 수운선생이 너무 배를 곯은 나머지 이제는 허깨비를 보는 것이라고도 하였지.
더 자세한 상황은 자네가 직접 체험하는 것만큼 더 좋은 게 없겠지.
그러기 위해서라도 주문수련과 영부일기법을 준수하는 건 필수적이겠지.”
“동학의 21자 주문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매일 수련하고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또한 증산계열에서는 태을주 수련을 한 시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정성을 다 하고 있습니다.
영부일기도 순천도인들을 중심으로 80년이 넘도록 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수운 선생이나 개벽주와 필적(匹敵)할 만한 깨우침이나 능력을 지닌 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건 어떻게 보아야 하나요?”
“허어, 모든 건 다 시기가 있는 법일세.
황극력의 출현도 현무경이 성편한 후 80년이나 지나서 나오지 않았나?
계속해서 논학문과 용담유사를 읽어보면 그런 건 저절로 알게 된다네.”
그러면서 운곡법사는 논학문(論學文)을 펼쳐서 정도에게 큰 소리로 읽으라고 하였다.